영어책 읽기의 골든타임

아이에게 언제부터 영어책을 읽어 주면 좋을까?

by 리야 LEEya

여행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학생을 만나기로 한 날 이었다. 한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저의 아기가 6개월인데요, 언제, 어떻게 영어를 들려줘요?” 로 시작해서, 한참을 아이 이야기를 했다. 일찍 영어를 들려주면, 모국어에 방해 되는건 아닌지, 그렇다고 늦게 영어를 접하게 해주면, 제대로 못배우는건 아닌지, 궁금함을 쏟아내었다. 정작 본인은 두 개의 언어, 한국어와 일본어가 유창했다. “그럼, 본인은 어떻게 두 개의 언어를 배웠어요?” “어차피, 어릴적 부터 두 개 다 듣고 자랐어요.” “그럼, 아기에게 그렇게 해줘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본인도 두 언어 다 잘하는데요?” 영어를 어린아이이게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대해서 관심들이 많다. 그 때문에 의문도 많다. 언제가 좋은가? 모국어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빨리 시작하면 좋은가?


언어습득에는 유리한 시기가 있다는 이론이 있다.


언어학자들은 미국의 언어학자인 렌버그 교수 (Lenneberg’)의 모국어습득에 결정적 시기(언어가 쉽게 습득되는 시기)가 있다는 이론을 제2외국어 습득에 적용하였다. 언어습득에 최적화된 시기는 사춘기 이전이라는 것이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촘스키 (Chomsky)는 0세부터 13세까지 영어습득 능력이 가장 활발하다고 주장하였다. 주로 어릴수록 언어를 배우기 쉽다는 주장이다. 의외로,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언어학자들도 있다. 사춘기가 지나서도 언어습득능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 주장도 있고, 성인이 돼서 외국어를 더 잘 배운다는 주장도 있다. 아이가 어릴 때 아이의 영어습득에 노력을 기울이는 엄마들의 노력. 필요있는 노력일까? 없는 노력일까?


결론을 말하자면, 어린시절에 영어습득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필요 있는’ 노력이다. 어릴 때 영어를 접하게 해 주어야 한다.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어린시절에 영어를 배운 아이들이 말로 설명을 딱히 할 수 없는 ‘영어감각’을 가지고 있다.


취미로 발레를 배운 적이 있다. 가끔 취미반에서 뭔가 ‘감각’이 달라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들은 느낌으로 딱 알아 듣고 그렇게 동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대부분 아주 어릴적에 발레를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구지 호흡을 어쩌라는 둥, 시선을 어쩌고, 힘을 어디에 주고 턴을 돌라는 둥 말하지 않아도 그냥 안다. 와! 부러웠다. 그냥 ‘감각’ 이 있는 것이다. 물론이다, 감각이 있다고 다 저절로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배운 것들은 마치 몸 안에 녹아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감각’은 죄다 말로 설명해서 알려줄 수 도 없다. 영어도 어린 나이에 배운 아이들은 영어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영어의 자연스런 ‘감각’을 그야말로 그냥 가지고 있다. 어릴 때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되었던 아이들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상황을 살펴보자. 교육과정을 고려해 보면,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6년의 시간이 영어책 읽어주기에 좋은 시기이다. 아이들의 중, 고등학교 시절은 어떨까? 시험과목으로의 영어가 기다리고 있다. 이 시기에는 영어의 문법을 한국말로 재해석해서 암기해야한다. 시험을 위한 영어를 준비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그 시기에 영어 책을 읽는다?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주로 해야 하는 영어공부는 내신시험, 수능시험 공부이다. 그러고 보니, 교육과정을 생각해도 영어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유아기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의 시간. 어쩌면 영어책에 푹 빠져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 시기를 아이에게 영어를 배우는 최적기로 만들어주자.




‘어린시절’ 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몇 살에 영어책 읽기를 시작하면 좋을까? 0세-3세를 영어습득의 골든타임을 이 시기로 보기도 한다. 이 때에는 아이가 좀 더 수동적이고 인풋에 거부감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영어를 읽어주어도 그저 엄마의 목소리로 듣고, 흡수하는 시기이다. 0-3세 때는 일단 엄마가 영어 읽어주기를 실천하면, 아이는 100% 들을 수 밖에 없다. 이 시기에 엄마표 영어를 시작했다면, 아이가 영어를 친숙하게 느낄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렇게 아기일 때 외국어를 들려주면, 모국어 발달을 늦게 한다는 우려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고,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오히려 인지적 유연성 때문에 지능발달을 가지고 온다는 리서치도 있으니 꼭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만 4세 이후에 영어책을 읽기를 시작하면 어떨까? 하버드 대학의 패튼 테이보즈 (Patton O. Tabors) 교수는 <한아이, 두언어 One Child, Two Languages>라는 책에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해 썼다. 이 중에 그가 말하는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좋은 ‘적절한 연령’은 4세 이후였다. 모국어가 완성된 후에 영어를 배우면 영어를 더 빠른 시간 안에 배운다는 것이 이유였다. 만 4세 이전에 영어를 배우면 시간이 더 걸리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 영어를 접했을 때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이 시기는 한국아이들 기준에서 모국어 습득이 완성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이미 모국어를 배운 경험이 대부분 있다. 그 경험 때문에 아이들이 언어를 배운 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영어를 듣는 것도, 읽는 것도 그 때문에 시간을 단축해서 배울 수 있다. 심지어 영어습득의 제2의 최적기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모국어가 탄탄하면 외국어를 배울 때 여러모로 유리하다. 효과적으로 야무지게 배울 수가 있다. 하지만,이 시기에 영어에 노출에 대해서 조금 고민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 아이들은 3세가 지나면 이미 자아가 생긴다. 5세 전후이면, 모국어를 근거로 영어를 ‘알아듣겠어’, ‘못 알아 듣겠어’라는 구분을 할 수가 있다. 간혹 이 때문에 영어를 심하게 거부하는 경우도 생긴다.


살펴보았듯이, 언어습득 이론도 여러 가지다. 영어환경에 노출하는 시기에 대해서도 한 가지 관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어책 읽어주기, 영어습득을 위한 환경 조성하기에 최적기에 대한 생각이 각각 다른 것 같다. 어떤 시기를 최적기로 보든 각각 좋은 점도, 우려되는 점도 있다. 그러니, 영어책 읽기의 골든 타임을 정해달라고 하면? 어쩌면, 읽어주면 소리를 쑥쑥 흡수하는 0-3세 일수도 있겠다. 혹은, 한국어를 읽을 수 있는 만 4세 전후 일수도 있겠다.




이 두 시기를 다 놓쳤다면? 그럼 우리 아이의 ‘외국어 배우는 뇌’는 닫히는 건가? 이렇게 쉽게 생각을 정해 버릴건 안니다. 초반에 언어습득이론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언급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몇 살 이전에 언어를 배우는 뇌가 활발하고 몇 살 이후에 닫혀 버린다고 단정짓지 말자. 사실은 그런 말들에 걸려 영어책 읽기를 시도조차 못한다면, 이론들을 아는 것이 영어를 배우는 것을 방해한다면? 차라리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 외국어를 배우는 뇌가 닫혔는지 아닌지 전전긍긍할 때 그 때 뇌가 닫힌다. “너무 늦었어. 이제 해봐도 안되겠네.” 하고 포기하는 순간 영어습득을 능력이 멈춘다. ‘포기’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뇌’를 경직되게 한다.


영어책 읽어주기의 골든타임이란, 엄마와 아이가 만든다. 0세-3세라면,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다. 만4세 전후 한글을 읽기 시작했다면, 지금이 적기다. 7세를 넘어갔다면? 오늘하면 된다. 8세가 넘어갔다면 늦었다고 마음이 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늦었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책을 쌓아놓고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책 읽기가 즐거우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책을 고를 여유, 읽으며 생각할 여유, 읽고 이야기할 여유가 필요하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 연령마다 잘 배울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럼 8세는? 8세는 초등학생이어서, 문장 구조를 더 잘 이해한다. 영어책을 읽어 주다보면, 책 안의 표현들을 글로 쓰고 싶어한다. 영어책 읽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도 영어 표현을 글로 쓰고 싶어한다. 이미 학교에서 한국어 ‘쓰기’를 하기 때문에 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정하면 된다. ‘오늘, 당장 우리 아이에게 읽어줄 영어책을 찾아야지.‘ 하고 말이다. 오늘부터 당장 읽어주자. ’오늘‘ 이 ’지금‘ 이 우리아이 영어책 읽기의 골든타임이다.


언제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언제가 영어책 읽어주기에 골든 타임인가? 그 시기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방법도 하나, 적절한 시기도 한 번이 아니다. 어린 시절에 영어를 배우면 더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좀 더 쉽게 영어를 배운다. 맞다. 그렇지. 영어 뿐 이겠는가? 배움에 더 유연할 때, 시간도 더 많을 때, 무엇을 배운들 더 효과적 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만3세 이전은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자라가게 하기에는 최적기이다. 한글을 읽기 시작한 5세 전후도 두 번째 맞는 ‘언어습득의 골든타임’이다. 이 두 시기를 다 놓쳤다고 해도 ‘지금’ 시작할 때의 가장 강점을 이용하자. 초등학교 이후에 영어책 읽기를 시작했을 때의 강점은 무엇일가? 이미 완성된 한국어의 읽기, 쓰기 능력을 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임을 잊지 말자. 최고의 골든타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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