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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야 LEEya Oct 24. 2021

책 안에 길

인생의 지혜자를 만나고 싶을 때

마흔에는 책이 더 간절해진다. 깊은 대화가, 지혜자의 조언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고민도 질문도 깊어지는 즈음. 전에는 후루룩 읽었을 책들을 이제는 곰곰이 간절하게 읽는다. 책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은 깊어만 가고, 정말이지 지혜자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무슨 말로 담아내야 할지도 모르는 모호한 질문들부터, 오래전부터 담고 있던 삶의 고민들. 이걸 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니, 꼭 해결이 아니라도 좋다. 깊은 생각을 하는 어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정하지도 않은 채. 마음이 이끄는 대로 책을 사기 시작했고, 읽기 시작했다.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와 책을 읽는 시간이 내 하루에 대한 보상이었다. 내 마음을 담은듯한 문장을 책에서 발견하면 기뻤고 생각지도 않은 깊은 생각들을 만나면 안심이 되었다. 책에 기대어 있는 듯. 책 안에 길을 걷는 것은 큰 위안이고 희망찬 일이 되어가고 있다.

말, 책, 길 (2021.10)

“요즘 뭐가 재미있어?” 지금은 친구가 된, 한 때 나의 스피치 선생님이었던 J가 점심식사를 하는 중에 묻는다. “책 읽는 거. 책이 참 좋아.” 그러니 또 묻는다. “책을 읽는 게 왜 좋아?” 무척 신이 난 듯 나는 답을 했다. “나한테 질문을 하니까. 책은 나에게 질문을 하더라.” 책은 나에게 질문을 한다. 그게 참 좋다. 다그치듯 하는 질문이 아니다. 책은 은근슬쩍 질문을 한다.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질문을 한다. 심지어 당장 답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듯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아본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지? <나무에게 인생을 배우다>라는 책을 선물로 받아 읽기 시작을 했다. “누구에게나 오로지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가 있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저마다 생의 대가로 무언가를 책임지고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나무의사 유종영의 프롤로그의 한 부분. 책이 날 공감해준다는 안도감과 함께 읽어나갔다.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마다...’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야.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이야기야. 나 혼자 고민한 게 아니야. 이것으로 충분히 안심이 된다. 나무에 이야기를 하는 듯 인생을 이야기해 주는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잠잠해진다. “좀 더 서둘러야 하는 거 아니야?” 했던 나의 질문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책이 말을 걸어준다. 마흔의 책은 내 속내를 드러내도 괜찮은 친구가 되어준다.


“절판이라니!” 루이스 헤이 (Louise Hay)의 <힘은 당신 안에 있다>을 찾아보니 한국어로 된 것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 내 마음에 대한 고민. 그 고민에 대한 루이스 헤이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러니 그녀의 책을 꼭 읽어야 한다. 다급해진 마음에 원서를 구입했지만 한 달 후에야 내 손에 들어왔다. <The Power is Within You> 원서의 제목도 한국어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종일 오디오 북을 귀에 꽂고 다니며 이 책을 듣고, 저녁에는 책으로 읽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믿고 그리고 말하는가이다.” 나는 무엇을 생각하지? 무엇을 믿고 있지? 말하고 있지? 이 책을 읽는 동안 길을 걸을 때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이 질문을 계속했다. 책이 나를 비춘다 하더니, 책이 나를 비추어주었다. 나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그리고 과거의 생각에 머무르지 않도록. 책이 전해주는 깊은 생각은 파괴적이지 않다. 나의 내면을 고요히 들여다보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지혜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깊은 영감을 얻듯. 지혜자의 격려에 다시 새로운 힘을 내듯. 나 자신이 되는 것에 자유로와지듯. 책이 거울의 역할을 감당해 줄 때는 그런 축복이 주어진다.


마흔에 생긴 나의 습관 중에 하나는 바쁠  책을 읽는 것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없게 바쁜 날들에는  책을 읽는다. 일을 끝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도  읽는 시간은  만들어 낸다. 이런 습관은 우연히 시작이 되었다.  번째 책을 마무리할 무렵 생각보다 해야  일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과도하게 일을 하는 것을 꺼려하는 나에게도 선택이 없었다. 게다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간 내에  해내야 했다. 뭔지도 모르고 유튜브를  달안에 80개를 찍어내려니 다른 생각은  틈도 없었다. 그러다 원고 마무리 작업을 우연히 북카페에서 하게 되었는데, 그때 들어온 책이 <박완서의 >이었다.  노란색 표지가,  제목이 무척 끌렸다. 다가가 책을 펼치는 순간 기적처럼 아무 틈도 없던 시간에 틈이 생겼다. 나는  틈에 들어가 쉬기도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순간 책이 여행지가 되었다. 당연히  책을 사들고 나왔다. 지금도 책꽂이에 꽂혀 그날의 설렘을 말해주고 있다.


마흔에게 책은 새로운 길이다. 그 길은 쉼을 주기도, 깊은 생각과 만나는 기회를 주기도, 새로운 선택을 할 용기도 준다. 마흔에게 책은 더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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