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비디오 게임 슈퍼 마리오 시리즈를 바탕으로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와 닌텐도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게임을 영화화한 만큼 많은 우려 속에서 탄생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평이하고도 안전한 테마파크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리오 시리즈 게임에서 구현되는 캐릭터에는 특별한 서사가 없다. 캐릭터마다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고 시리즈마다 게임성에 차별점을 두었기 때문에 이스터 에그 역시 숨겨져 있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다. 어떤 문맥도 없이 게임 속 세상에 빠진 것처럼 배관을 타고 벽돌을 깨부수고 마리오 카트를 탄다. 게임 속을 컨트롤 하듯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은 화려하고 흥미롭지만, 그 대장정의 끝은 안전바가 올라가는 것만큼이나 허탈하다.
목소리 없이 환호성만 내지르던 게임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지분을 가지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싶으면 여지 없이 새로운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보여줄 게 너무나 많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한 스테이지가 끝나고 다른 스테이지로 갈아타기 바쁘다. 보는 즐거움은 가득하지만 ‘영화’를 즐기러 온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기 쉬울 것 같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피치공주는 원작 스토리에서 약간의 각색을 가미해서 등장한다. 게임 속 괴수 쿠파에게 납치된 피치 공주를 구하러 간다는 반복되던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나 피치 공주는 자신의 성을 지키는 용감한 영웅이 된다. 여성에게 칼을 쥐여주는 설정은 이제 진부해졌지만 이런 진부함이 그나마 영화에 조금 더 활력을 더한다.
2012년 개봉한 <주먹왕 랄프>는 악당이었던 랄프에게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며 게임 속의 랄프를 지우고 또 다른 랄프를 낳았다. 영화는 굳어진 관습이나 관성을 깨부수고 새로운 것을 이야기할 때 스타를 만든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별을 집어삼키고서야 끝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흥미롭다. 보여줄 것이 이렇게 많았다면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조금 더 부풀려 나갔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전체관람가로 어른과 아이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참을 만큼 유치하고 지루하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교훈은 없고 게임은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