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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Dec 17. 2019

<나이브스 아웃> 장르적 즐거움이 가득한 추리 영화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2019) 리뷰

* 본 리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2019)'은 대저택의 주인이자 자식들의 돈 줄인 베스트셀러 작가 할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은 할란의 85세 생일 잔칫날. 파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용의자이고 모든 인물이 의심스럽다. 추리 소설을 즐겨보는 사람들에겐 매우 클래식한 전개일지도 모르지만 군더더기를 덜어낸 빠른 교차편집으로 용의자들의 성격과 알리바이를 훌륭하게 짜깁기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할란의 자식들은 저마다 살해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범인이 아니다. 추리물의 특성상 범인은 초반이 아니라 의외의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편이다. 그리고 할란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는 마르타에게로 스포트라이트가 켜진다. 나는 마르타가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녀가 할란의 죽음에 연루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하면 구토를 하는 선량한 마르타는 브누아 블랑의 집요한 심문에 시종일관 초조해하고 긴장한다.    


할란의 죽음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마르타의 부주의한 실수였다. 할란은 가엾고 선량한 마르타를 살인자로 남겨둘 수가 없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할란은 마르타에게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고자 한다. 마르타는 어쩔 수 없이 할란의 말을 따른다. 관객들이 마르타에게 철저하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도록 가여운 마르타에겐 결정권이 없다.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온 마르타의 눈앞에서 할란은 칼로 목을 그어버린다.    


여기서 영화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 착한 사람은 벌을 받아선 안 된다. 범인은 마르타로 드러났지만 마르타가 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르타는 어떻게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될까?    


이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은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뿌려두었던 복선들을 마지막에 거두어들이면서 브누아 블랑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드러난 안타까운 사실은 할란이 실은 죽을 수 있었지만 죽지 않을 수 있었고, 죽지 않을 수 있었지만 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브누아 블랑은 마르타에게 이겼다고 말하지만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불을 둘러쓴 마르타는 웃지 않는다.    


킬링타임으로는 손색없는 영화이다. 130분 안에 추리물의 기승전결을 착살하게 담아냈다. 각 배역은 겹치는 색깔 없이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나 초반에 고상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린다가 상속 문제로 돌변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결을 확실하게 전환시켜 준다. 범인일지 모르는 마르타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장면이다.     


My house, My rule, My coffee    


커피 잔에 쓰여 있던 문구이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저 단어의 나열은 의미심장하다. 할란은 마르타와의 바둑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한다. 판을 뒤집고 룰을 망가뜨려야 겨우 비길 수 있다. 이제 할란의 모든 것은 마르타의 것이 되었다. 마르타는 물려받은 집(House)에서 상속받은 돈(Cash)을 마르타의 법칙(Rule)으로 사용할 것이다. 그 돈은 마르타에게 독이 아니라 돈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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