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의 대상이 값진 이유
2019 MBC 방송연예대상을 시청하고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MBC에서 여자 예능인이 대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또 성별 나누기냐 피곤해할지 모르겠지만 역대 연예대상 수상자를 살펴보면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예대상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상식이 시작된 지금까지 지상파에서 여자 예능인이 단독 수상한 사례는 네 번뿐이다. 2001년 MBC에서 박경림, 2018년 KBS와 MBC에서 이영자, 2019년 올해 MBC에서 박나래까지. 올해 연예 대상을 유재석이 받느냐 마느냐가 큰 이슈였던 예능계에 젊은 예능인의 수상 소식은 충분히 놀랍다.
박나래는 2015년 MBC 뮤직토크쇼부문에서 여자 신인상을 받고 2017년에는 MBC 버라이어티부문에서 여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연예 대상을 받았으니 남자 예능으로 잠식된 예능계에 얼마나 빠르게 입지를 다져왔는지 알 수 있다. 올해 MBC 연예대상 후보가 ‘유재석, 이영자, 김구라, 김성주, 전현무, 박나래’였다는 점만 봐도 그 대상 자리의 무게가 느껴진다.
김태호 「무한도전」, 나영석 「1박 2일」로 대표되는 남자 예능은 유재석, 강호동 라인을 만들었고 그 이후의 예능은 잘 만들어진 포맷 안에서 남자 예능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빠 어디 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남자 육아 예능이,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나 혼자 산다(2013~)」, 「미운 우리 새끼(2016~)」, 「전지적 참견 시점(2018~)」 등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긴 시간 동안 「나 혼자 산다」를 무리 없이 이끌어온 박나래는 올해 「구해줘 홈즈」에서 김숙과 메인 엠씨를 맡으며 웃음과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좋은 예능, 좋은 예능인이 꼭 시청률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상 수상 여부로 편을 가르는 것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이영자와 박나래의 대상 소식은 이제 여자 예능인이 판을 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올해는 유독 빛을 보지 못했던 여자 예능인의 수상이 많았던 한 해였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재치가 내년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길 바란다. 항상 대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후배들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유재석도 인상적이다.
“저는 사실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 박나래는 나빠도, 예능인 박나래는 선한 웃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대상이 욕심이 났다는 박나래의 수상 소감 뒤에 이어진 말이 인상 깊었다. 울면서도 웃음을 주는 진지하고 솔직한 그녀의 수상 소감이 ‘웃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내년에도 선한 웃음을 안겨주는 예능인이 되길 바라며, 그녀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