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의 배심원 1 > 에서 이어집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헝클어진 머리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채 멍투성이인 지상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의 모습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 선배, 왜 이렇게 늦었어?”
“그런 일이 있었어. 아, 아…”
지상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으로 옆구리를 눌렀다.
“어디 아픈 거야?”
“모른 척해. 잘못하면 이걸로 퇴정당할 수도 있어. 하, 변 대포폰 좀 줘.”
“선배의 폰은 어쩌고?”
“나중에 이야기할게.”
그는 연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부터 이 폰으로 연락해.”
심 판사는 직원에게 물었다.
“CCTV 영상은 어떻게 되었나요?”
“피고인 측에서 복구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재판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는데...”
심 판사는 변호인석을 향해 눈을 흘겼다.
직원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팔다리에 깁스를 한 도진을 휠체어에 태워 들어왔다. 그의 고통스러운 표정에 여러 곳에서 측은하다는 동정이 일었다.
“변호인, 심문하세요.”
“증인의 상태로 보아 사고 충격으로 피고인과 운전을 교대한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요?”
“아, 아니에요. 저는 술에 취해 차에 타자마자 잠들었고, 사고와 동시에 정신을 잃었어요. 으, 으…”
도진은 앓는 소리를 냈다.
이때 지상이 옷소매에서 모형 뱀을 꺼내 그에게 던졌다. 순간 도진은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피했다.
“변호인!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신성한 법정에서 마술 쇼를 하고 있습니까? 한 번 더 그러면 법정 모욕죄로 퇴정을 명하겠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제 아이의 장난감인데, 어떻게 옷 속에 들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연우는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증인, 아주 멀쩡하네요? 증인이 구태여 중환자 흉내를 내면 배심원들이 피고인을 더 나쁘게 볼 것 같아요?”
“별로 다치지도 않았잖아.”
“생쇼를 한 거야?”
“액션이 완전 할리우드 스타일인데?”
“증인을 신뢰할 수 없어.”
방청석에서 소곤거림이 퍼져 나왔다.
“배심원 여러분, 증인이 어떤 상태로 법정에 들어왔는지 기억하시나요? 거의 죽어가는 중환자였죠? 그런데 지금 보시다시피 멀쩡하게 서 있습니다. 이런 증인의 증언을 믿을 수 있을까요?”
“재판장님, 변호인은 증인의 인격을 모독하며 재판을 감정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 점 인정합니다. 변호인은 증인에 대한 인신 공격적인 발언을 자제하세요.”
“네, 모두 모니터를 주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행 기록표와 도로 지도가 화면에 보였다.
“이 표는 가해 차량의 주행 기록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출발한 지점에서 사고 지점까지 정상적인 운전으로 약 3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피고인도 같은 시간에 도착했다는 것은 그가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교대 지점에서 사고 지점까지의 거리는 약 4km입니다. 이 거리를 규정 속도로 주행하면 5분이 걸립니다. 그런데 주행 기록표에는 7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백도진 씨와 운전을 교대하느라 지체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 주행 기록표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합니다.”
“근거 없는 증거물입니다. 변호인은 ‘규정 속도로 주행하면’이라고 했는데, 그 속도는 몇 km/h인가요?”
“편도 2차선 도로이니 시속 80km입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그 속도 이상으로 운전한 것은 아니겠군요?”
“물론입니다. 그 이상이면 제한 속도 위반이니까요.”
“여기서 변호인의 주장은 억측임이 드러납니다. 교대 지점에서 사고 지점까지 4km를 가는 데 5분이 걸렸다면 평균 시속 80km로 달렸다는 것이죠. 속력은 거리를 시간으로 나누면 되니까요. 변호인은 이 공식을 적용했지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하나 묻겠습니다. 같은 거리를 통과하는 데 주행 기록표에 7분으로 기록되었다면 시속 몇 km로 갔다는 것인가요?”
“57km입니다.”
“변호인이 강조한 것처럼, 어두운 새벽에 초행길을 시속 80km로 달려야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레이싱 선수가 아닌데, 그게 가능할까요?”
“그, 그건….”
“당연히 그 거리를 시속 57km 정도로 주행했을 것입니다. 피고인은 담배를 피우나요?”
“네.”
“또한 피고인이 담배를 피우거나 소변을 보느라 시간을 지체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변호인, 그렇지 않나요?”
“그럴 수도….”
당혹스러운 지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어떤 때는 후퇴하는 것도 진정한 용기일 수 있지.’
“따라서 주행 기록표 7분 동안 피고인이 백도진 씨와 운전을 교대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허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석낙의 반박에 그는 완전히 무너졌다.
‘사고 시간대에 현장에서 실측했어야 했는데… 주행 기록표만으로 도출한 수치를 제시한 나의 실수다!’
이 공방에서 지상은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