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조작 - 3

< 정의의 배심원 1 > 에서 이어집니다

by 이인철

그때 수찬이 법정에 들어섰다. 동시에 검찰 직원이 석낙에게 속삭이며 USB를 건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기탁은 최종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이 승부는 여기서 끝났어! 이제 샴페인을 터트릴 일만 남았네.”

석낙은 USB를 컴퓨터에 꽂고 가볍게 엔터를 눌렀다.

“이 영상은 사고 현장에 설치된 CCTV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피고 측에서 실패한 것을 검찰 첨단범죄수사부가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복구했습니다. 이제 피고인이 운전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보게 될 것입니다.”

모니터에는 사고 지점을 향해 달리는 도진의 차량이 보인다. 녹화 중임을 알리는 LED 불빛이 깜빡이고, 시간은 ‘2015.8.3 AM 1:57’을 가리킨다. 운전자는 바로 상태였다.

“악…!”

순간, 사람들은 경악했다. 지상은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아니야. 절대 아니야. 우리 상태가 그럴 리 없어.”

죄인처럼 숨죽이던 만복이 절규했다.

“사고는 8월 3일 오전 1시 57분 직후에 발생했으며, 보시다시피 운전석에 피고인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이상입니다.”

재판은 검찰의 승리로 기울어졌다. 아니, 사실상 끝났다. 절망한 지상은 목에 푸른 혈관이 불거졌다. 좌절한 연우는 귓불이 붉게 달아올랐다. 수진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상태는 다리를 부르르 떨며 눈이 초점을 잃었다. 도진 측 자리는 경사가 났다.

‘이럴수록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 돼!’

자신을 다독이며 지상이 상태의 어깨를 감싸며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순신 장군처럼 아직 우리에게 12척의 배가 있으니까요.”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휴정하겠습니다.”

‘분명 CCTV 복구는 불가능하다고 했어. 그렇다면….’

지상은 나가는 직원의 팔을 붙잡았다.

“조금 전 CCTV 영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왜요?”

직원의 투덜거림에도 그는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여러 번 되돌려 보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요소는 찾을 수 없었다. 답답함에 미칠 것 같았다. 그럴수록 의심이 깊어졌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 영상은 조작된 것일 거야.’

“하 변, 시간이 없어! 빨리 전자상가로 가서….”

지상은 그녀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했다. 이 임무는 판세를 뒤집기 위한 신호탄이었다.


식사 중, 연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는 화장실을 가는 척하며 전화를 받았다.

“저, 차현오입니다. 병원에 입원했어요. 어젯밤 태양로펌에서 찾아왔어요…. 그러니 연우 씨와 배심원들도 조심하세요.”

그는 자기의 판단이 맞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덜컥 겁이 났다.

‘마지막 말이 내가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절대 안 돼!’

연우는 급히 메시지를 삭제한 후 지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아침에 상아를 신풍리로 보냈어요….”

“상아에게 전해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만질 때 지문이 묻지 않도록 모서리 부분을 잡으라고. 거기에 엄두식의 지문이 있을 거니까.”


오후 재판이 시작되었다. 지상은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때 영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재판장님, 서영채 씨를 다시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증인 목록에는 없는데…. 이 증인은 어제 증언을 했는데, 검찰 측과 합의가 되었나요?”

석낙은 이 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아닙니다. 검찰은 서영채 씨의 증언을 거부합니다.”

“검찰 측의 반대로 기각합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왔기에 재신청하는 것입니다.”

지상은 물러서지 않았다. 증인 채택 문제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영채는 눈물로 애원했다.

“판사님, 증언하게 해 주세요. 진실을 밝히게 해 주세요.”

법정은 동정의 소리로 가득 찼고, 모든 시선이 재판장에게 쏠렸다. 심 판사는 갑자기 냉혈한이라는 오명을 쓸 처지가 되었다.

“허락합니다.”

영채가 증인석에 앉자, 폭풍 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변호인, 심문하시죠.”

“새롭게 밝힐 진실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도진이가 소리 지르는 바람에 잠이 깨서 운전 교대를 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성국은 낙심한 채로 눈을 감았다. 석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증인이 진술을 번복하는 이유는 뭡니까?”

“저는 도진이와 애인 사이예요. 지금 그의 아이를 임신 중인데,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며 아기를 지우라고 위협하고 있어요. 그래서 배신감에 진실을 말하는 거예요.”

도진이 소리쳤다.

“아니에요! 저 여자는 나와 헤어지게 되자 복수하려고 하는 거예요.”

“재판장님, 하루 만에 증언을 뒤집는 증인은 믿을 수 없으므로 이를 증거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증인은 백도진 씨와 연인 관계로서 범인을 숨기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지만, 이제 그의 인간성에 분노하여 직접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증인의 증언은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어서 신뢰할 수 없으므로 증거로 채택할 수 없습니다.”

석낙의 주장에 심 판사는 힘을 실어주었다.

어젯밤 지상은 영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일 법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어요.”

‘이제 상태는 완전히 무죄가 된 거야.’

지상은 그녀의 증언을 결정적인 한 수로 생각했지만, 기각되자 희망이 산산조각났다.

“검찰과 변호인은 추가로 제시할 증거가 있나요?”

“없습니다.”

“검찰 측도 없습니다!”

무기력한 지상의 음성과는 달리 석낙은 목소리가 기운찼다.

“이로써 증거 조사와 증인 심문을 마치겠습니다. 검사님, 구형해 주시기 바랍니다.”

“피고인은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여 세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또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음에도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1항과 형법 제268조를 적용하여 징역 6년을 구형합니다.”

“변호인, 최후 변론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상은 배심원석으로 걸어가 한 사람씩 눈을 맞추었다.

“우선, 이 사건에는 여러 가지 의혹이 존재합니다. 블랙박스의 행방, 비정상적인 알코올 수치, 그리고 갑작스러운 차량 폐차 등이 그 예입니다. 확신컨대 피고인은 진범이 쳐놓은 덫에 걸린 희생양입니다. 이는 어떤 거대한 음모 세력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여 피고인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의도가 확실합니다. 따라서 변호인은 피고인이 무죄임을 강력히 주장합니다. 배심원 여러분께서 이 점을 고려하여 평결을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말을 이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헌법 제27조 4항에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습니다. 또한 ‘백 명의 범인을 놓쳐도 한 명의 억울한 죄인을 만들지 말라’는 법언은 형사재판의 기본 정신을 나타냅니다.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사법부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결을 바라며 최후 변론을 마칩니다.”

지상은 털썩 앉아 목이 빠지라 문을 바라보았다.

“피고인은 최후 진술을 하세요.”

“제가 어떻게 운전석에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사고 전에 분명히 도진이와 운전을 교대했거든요. 제발 믿어 주세요...”

상태는 눈물범벅으로 호소했다.

“이상으로 재판이 종료되었습니다. 배심원은 평의실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세호가 법정에 들어서자 연우와 눈이 마주쳤다. 연우는 당황했지만, 세호는 윙크를 하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어제 기탁이 그와의 약속을 지켰다면 연우는 정체가 드러나 평결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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