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의 배심원 1 > 에서 이어집니다
사람들의 힐난이 기탁에게 쏟아졌다. 그는 고개를 무릎 사이에 깊이 처박았다.
그러나 지상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다음 타깃은 배심원들이었다.
배심원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어젯밤 도원그룹이 호조건을 제시하며 피고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죠? 그리고 대다수의 분들이 그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그런 일이 있었어?"
"저 변호사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아니, 우리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나?
"피곤해 죽겠는데 의심까지 받아야 해요!"
“에이, 더러워서 배심원 못 해 먹겠네.”
배심원석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변호인, 확실한 증거도 없이 배심원을 모욕하면 퇴정을 명하겠습니다. 빨리 사과하세요!”
“아닙니다. 증거가 있습니다. 여기서 차 선생님은 오늘 아침 법원에 오다 교통사고를 당한 5번 배심원입니다.”
지상이 휴대폰 버튼을 누르자 법정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차 선생님, 교직에서 해임되셔서 힘드시겠어요. 내일 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유죄 평결을 내리시면 도원 학원재단의 정교사 자리를 보장하겠습니다. 다른 배심원들도 모두 유죄 평결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법정은 혼란에 빠졌다. 석낙이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저것은 불법 도청으로 증거 능력이 없습니다!”
“당사자 간의 녹음은 불법이 아닙니다. 이를 증거로 제출합니다.”
“재판장님.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물입니다.”
“변호인, 사전에 검증받지 않은 증거는 채택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방금 5번 배심원에게서 전송받은 것입니다.”
“그래요? 음… 하지만 재판부는 이 녹음의 진위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증거 채택을 유보합니다.”
“알겠습니다.”
지상은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기에 상쾌하게 대답했다.
“이래도 변호인이 아무런 근거 없이 배심원단을 모함하고 있습니까? 각자 제안을 받은 내용은 다를 수 있지만, 거절한 분이 있다면 당당히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배심원들은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판기는 어색한 자세로 취했고, 유독 한 사람만이 고개를 뻣뻣이 세웠다. 바로 연우였다. 기자들은 그를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럼 차 선생을 매수하려 했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치 추리 소설에 빠진 듯 숨을 죽였다. 지상이 팔을 들어 올리더니, 서서히 내려오며 누군가를 가리켰다.
“조수찬 변호사입니다.”
수찬은 외투 깃을 세우며 자라목을 쏙 집어넣었다.
백 회장이 쓰러져 소란스러울 때, 연우는 현오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어제 차 선생님을 매수하려 한 사람이 누구예요?”
“조수찬 변호사요.”
“녹음한 걸 저에게 보내 주실래요?”
“물론이죠. 근데 어떻게 족집게처럼 알았어요?”
“제가 좀 신기가 있거든요. ㅎㅎ.”
지상은 다시 한 번 강력한 어퍼컷을 날렸다. 두 사람의 인공호흡기를 완전히 떼어내려는 듯했다.
“드디어 오기탁, 조수찬 변호사가 CCTV를 조작하고 배심원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재판장님께서 즉시 이들을 재판에 회부해 주십시오.”
‘저 빛나는 아우라는 뭐지? 숨이 막히네. 근데 왜 이렇게 심쿵하지. 심장아, 제발 나대지 마라.’
지상의 결정타마다 수진은 혀를 내두르며 벅찬 가슴을 눌렀다.
“검찰은 오기탁, 조수찬 변호사를 증거 조작과 배심원 매수 혐의로 기소해 주세요.”
“네.”
석낙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각자의 야망을 위해 맺었던 동맹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기탁과 수찬은 창백한 표정으로 석고상이 되었다. 이제 지상은 태양과 도원을 향해 독화살을 겨누었다.
“태양로펌과 도원그룹이 공모하여 배심원들을 매수한 증거를 명확히 보여드리겠습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젯밤 태양로펌에서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도원 학원의 정교사 자리를 제안하며 피고인에게 유죄 평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어요. 태양이 그 권한을 도원그룹으로부터 위임받았다고 하더군요.”
이 대화는 점심시간에 연우와 현오 간의 통화였다.
윤철에게 규탄이 빗발쳤다. 그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다.
“재판장님, 저것은 불법 녹취로 증거로서의 효력이 없습니다!”
석낙의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발판인 태양만은 보호해야 했다.
“검사님, 조용히 하세요. 일단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스피커에서 소리가 이어졌다.
“또 도원그룹 비서실장이 찾아와서 거액을 제시하며 회유했지만 거절했어요. 그리고 법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갑자기 차가 돌진해오는 거예요. 순간 피하려다가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죠.”
“여러분, 도원그룹 비서실장이 영광스럽게도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지상이 손짓하자 치수는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도원그룹에 대한 성토가 마치 쓰나미처럼 몰아쳤다. 석낙은 개탄하며 중얼거렸다.
“태양과 도원이 동시에 폭발했으니 이제 검찰총장의 꿈은 일장춘몽이 되었네.”
“이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마치겠습니다….”
“재판장님! 이 재판에는 살인 사건이 연루되어 있습니다!”
지상이 고함쳤다.
“사실입니까? 하지만 공판은 검사가 기소한 사건을 다루는 것이 원칙이므로 기각합니다.”
“그렇다면 고등법원에 재정 신청을 하겠습니다.”
지상은 미친 개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의 필살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재정 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그 결정의 타당성을 묻는 것이다. 사실 이 경우는 재정 신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지만, 지상은 고조된 분위기를 이용해 몰아붙이려 했다.
법정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살인 사건이라고? 이 사건보다 더 끔찍하네.”
“그럼 당연히 밝혀야 하는 거 아니야?”
“저 재판장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심 판사는 자신에게 비판이 날아들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리고 내일 터질 매스컴 보도가 무서웠다.
“변호인, 사건의 진상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니터를 주목해 주세요.”
사람들은 그의 잇따른 폭탄성 발언에 길들어진 듯 귀를 쫑긋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