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각성(Awakening)
9화: 카운트다운
일요일 아침.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깨어났다.
[레오의 비밀]
여기는 레오의 비밀 은신처. 서울 외곽. 폐공장 지하에 만들어진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낡은 침낭. 어둡고 축축한...
하지만 안전했다. 적어도.
지오는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쑤셨다.
어젯밤 도주로 인한 피로가 몰려왔다.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오전 8시 23분.
그리고 벽에 붙은 메모.
[은신처 거실]
낡은 소파에 은별이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밤새 자지 않은 듯 다크서클이 짙었다.
“일찍 일어났네요.”
지오가 다가가자 은별이 고개를 들었다.
“못 잤어요. 데이터 분석하느라.”
화면에는 수많은 파일들이 열려 있었다.
“뭔가 발견했어요?”
“너무 많이 발견했어요.”
은별이 한숨을 쉬었다.
“프로젝트 제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해요.”
“어떻게요?”
“일단 이것 좀 보세요.”
은별이 파일 하나를 열었다.
홀로그램 지도가 떠올랐다.
서울 전역의 3D 지도. 그리고 수백 개의 빨간 점들...
“이게 뭐죠?”
“가정 송신기예요. 프로젝트 제로 3단계에서 사용할...”
“이 송신기들이 서울 전역에 설치되어 있어요.
지하철역, 백화점, 공원...”
은별이 설명했다.
“그럼... 1주일 후에 이게 가동되면...”
“서울에 사는 2천만 명이 동시에 감정 조작을 당하는 거예요.”
은별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 슬픔, 두려움, 의심... 모든 부정적 감정이 차단돼요.
사람들은 오직 평온함과 순응만 느끼게 되죠.”
“그건...”
“세뇌예요. 대규모 세뇌.”
“막아야 해요.”
“알아요. 하지만 어떻게?”
그때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레오가 커피 두 잔을 들고 내려왔다.
“일찍들 일어났네.”
레오가 커피를 건넸다.
“데이터 분석은 어때?”
“최악이에요.”
은별이 화면을 보여줬다.
“감정 송신기가 서울 전역에 이미 설치되어 있어요.
1주일 후면 가동됩니다.”
레오의 표정이 굳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심각하군.”
[작전 계획]
“이걸 막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은별이 손가락을 들었다.
“첫째, 모든 송신기를 물리적으로 파괴한다.
하지만 수백 개의 송신기를 6일 안에 다 파괴하는 건 불가능해요.”
“둘째는?”
“중앙 제어 시스템을 해킹해서 프로그램을 무력화한다.”
“그게 가능해?”
“가능은 해요.”
“중앙 제어 시스템은 Emotion Bank Tower 최상층, 150층에 있어요.”
“150층...”
지오가 중얼거렸다.
“강윤서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죠?”
“맞아요. 그리고 지금 건물 보안이
최고 수준으로 강화되어 있을 거예요.”
“그럼 침투가 불가능하겠네요.”
“거의 불가능해요. 혼자서는.”
레오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혼자는 아니야.”
[오후 2시. 은신처 회의실]
레오가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켰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 빛이 퍼졌다.
“모두 모였군.”
지오와 은별 외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다.
[저항 연합]
“지금까지 우리는 각자 싸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레오가 모든 이를 둘러봤다.
“프로젝트 제로 3단계가 6일 후에 가동된다.
이것이 성공하면 서울 2천만 명이 감정 조작을 당한다.”
김노감이 손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죠?”
은별이 화면을 조작했다. 서울 지도가 떠올랐다.
“감정 송신기들이 특정 주파수를 송출해요.
이 주파수는 사람들의 뇌파에 직접 작용해서
특정 감정을 억제하거나 강화합니다.”
“그럼 사람들이 로봇이 되는 건가요?”
최영희가 물었다.
“완전한 로봇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항심, 의심, 분노 같은 감정이 차단돼서
정부나 기업에 순응하게 됩니다.”
“그건... 인간성의 말살이야.”
김노감이 분노했다.
“감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
박진수가 나섰다.
“저는 이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어요.
원래는 치료 목적이었어요.
PTSD 환자나 우울증 환자를 돕기 위한.”
“하지만 강윤서가 이걸 통제 수단으로 바꿔버렸군요.”
지오가 말했다.
“맞아요. 제가 회사를 떠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더 이상 이런 일에 참여할 수 없었어요.”
노인 김중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50년 전에 감정은행을 만들 때는...
좋은 의도였네.”
모든 사람들이 노인을 바라봤다.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길 원했어.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후회하시나요?”
지오가 물었다.
“매일 후회하고 있어. 그래서 여기 왔네.
내가 시작한 일이니, 내가 끝내고 싶어.”
레오가 화면을 바꿨다. Emotion Bank Tower의 구조도가 나타났다.
[최종 작전 계획]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150층 중앙 제어실에 침투해서
프로젝트 제로를 영구히 무력화하는 것.”
1단계: 건물 진입
진수가 직원 출입증 위조
노감의 자연감정주의자들이 건물 앞에서 시위로 주의 분산
지오와 은별이 내부 침투
2단계: 보안 우회
진수의 구 시스템 지식 활용
은별의 해킹 기술로 CCTV 무력화
영희가 의료진 신분으로 대기실 확보
3단계: 150층 진입
노인의 마스터 권한 활용
중앙 제어실 점령
시스템 완전 파괴
4단계: 증거 공개
전 세계 언론에 동시 송출
프로젝트 제로의 모든 증거 공개
피해자 명단 공개
“위험해요.”
영희가 우려했다.
“들키면 우리 모두 죽을 수도 있어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은별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 부모님, 지오의 여동생, 레오의 딸...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요.”
“언제 실행할 건가요?”
노감이 물었다.
“D-3. 수요일 밤.”
레오가 답했다.
“그때까지 철저히 준비하자.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어.”
모든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진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윤서는 이미 지오의 얼굴을 봤어요.
아마 우리를 추적하고 있을 거예요.”
“알고 있어요.”
지오가 답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요. 이것이 마지막 기회예요.”
그 순간, 은신처 위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모든 이가 조용해졌다.
“뭐야?”
레오가 천천히 일어났다.
또다시 소리. 발걸음 소리.
“누군가 위에 있어.”
은별이 속삭였다.
“들켰나?”
긴장이 감돌았다. 레오가 총을 꺼냈다.
“모두 대피 준비해.”
그때, 계단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다.
모든 이가 숨을 죽였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미안, 늦었네.”
낯익은 목소리. 모든 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수진. 지오의 동료 중개인(broker)였다.
“수진이?”
지오가 놀라며 일어섰다.
“어떻게 여기를...?”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이것부터 봐.”
수진이 태블릿을 꺼냈다. 뉴스 화면이 떠올랐다.
“강윤서가 움직였다.”
수진이 말했다.
“지오, 네가 실종됐다고 공식 발표했어.
그리고‘테러리스트’로 수배령이 내렸어.”
지오의 얼굴이 굳었다.
“이제 정말로 적이 됐군요.”
“그뿐만 아니야.”
수진이 화면을 바꿨다.
“프로젝트 제로 3단계 가동을 또 앞당겼어. 이틀 후로.”
[D-2]
시간이 부족하다.
“수요일까지 기다릴 수 없겠어.”
레오가 말했다.
“내일 밤 작전을 실행한다.”
“너무 급하지 않나요?”
노감이 걱정했다.
“준비가 부족할 텐데...”
“선택권이 없어요.”
지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2천만 명의 감정이 이틀 후에 조작당해요.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모든 이가 서로를 바라봤다.
두려움과 결의가 교차하는 눈빛들.
“그럼... 내일이군요.”
은별이 중얼거렸다.
“내일 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날.”
지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지유야. 내일이면...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나.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이의 가슴속에서 같은 감정이 타올랐다.
희망, 두려움, 그리고 불굴의 의지.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