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각성(Awakening)
11화: 돌파
화요일 새벽 5시 10분.
은신처는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었다.
[전투 시작]
“모두 무장해”
레오의 외침과 함께 팀원들이 움직였다.
진수가 창고에서 무기들을 꺼냈다.
전자충격봉, 섬광탄, 연막탄, 치명적이지 않지만 도주에는 충분한 장비들.
“우리 목표는 탈출이야. 싸우는 게 아니라!”
레오가 강조했다.
“은별, 탈출 경로는?”
은별이 급하게 노트북을 켰다. 손가락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지하 수로! 이 건물 지하에 오래된 배수로가 있어요.
2킬로미터 정도...”
“거기까지 어떻게...”
“지하 1층 보일러실을 ...”
노감이 팀원들을 집결시켰다.
“자연감정주의자 20명은 나와 함께 후위를 맡는다.
너희는 먼저 탈출해!”
“안돼요.”
지오가 반대했다.
“함께 가기로 했잖아요!”
“지오!”
노감이 지오의 어깨를 잡았다.
“USB가 중요해. 그 안에 모든 증거가 있어.
네가 살아서 세상에 알려야 해.”
“하지만...”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야.”
노감의 눈빛이 진지했다.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 시스템을 무너뜨려줘.”
지오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강윤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마지막 경고다. 30초 안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 진압한다!”
“시간이 없어!”
레오가 소리쳤다.
“1분대는 노감과 후위, 2분대는 나와 함께 지하로!”
“30!” “29!” “28!”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팀원들이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지오, 은별, 레오, 진수, 영희, 수진. 7명이 지하로 향하는 그룹.
노감과 20명의 자연감정주의자들이 1층에 남았다.
“10!” “9!” “8!”
“지금이에요!”
은별이 소리쳤다.
노감과 그의 팀원들이 1층 정문을 박차고 나갔다.
“자유로운 감정! 인간의 권리!”
그들의 구호가 울렸다.
순간, 모든 보안 요원의 시선이 정문으로 쏠렸다.
“지금! 뛰어!”
레오의 신호와 함께 지하 그룹이 움직였다.
[지하 1층 돌파]
좁고 어두운 복도. 지오 일행은 보일러실을 향해 달렸다.
“여기!”
은별이 녹슨 철문을 가리켰다.
진수가 전자 잠금 해제기를 꺼냈다.
몇 초 후, 문이 열렸다.
“들어가!”
모두가 안으로 뛰어들었다.
보일러실. 거대한 파이프들과 기계음이 가득한 공간.
“수로 입구는?”
“저기!”
은별이 바닥의 맨홀 뚜껑을 가리켰다.
레오와 진수가 함께 뚜껑을 들어올렸다.
검은 구멍. 축축한 냄새가 올라왔다.
위층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노감 팀이 연막탄을 쏜 거예요!”
은별이 설명했다.
“우리도 서둘러요!”
한 명씩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수진, 영희, 노인, 진수, 은별...
지오가 마지막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쾅!
보안실 문이 박살났다.
보안 요원 5명이 난입했다.
“거기 서!”
레오가 전자 충격봉을 휘둘렀다. 한 명이 쓰러졌다.
“지오! 먼저 가!”
“하지만!”
“가!”
지오는 이를 악물고 사다리를 내려갔다.
레오가 섬광탄을 던졌다.
퍽!
눈부신 빛과 함께 요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레오도 재빨리 맨홀로 뛰어들었다.
“뚜껑 닫아!”
진수가 위에서 뚜껑을 닫았다.
[지하 터널 탈출]
어둠 속.
모두의 숨소리만 들렸다.
“손전등!”
영희가 손전등을 켰다. 좁은 터널이 앞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쪽으로!”
은별이 앞장섰다.
일행은 터널을 따라 걸었다. 아니, 뛰었다.
발밑에는 오래된 물이 고여 있었다. 첨벙 첨벙 소리가 울렸다.
“얼마나 가야 해요?”
수진이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2킬로미터! 30분 정도 걸려요!”
뒤에서 맨홀 뚜껑이 열리는 소리.
“추격해온다!”
레오가 경고했다.
“더 빨리!”
[15분 후]
일행은 터널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 터널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어느 쪽?”
“오른쪽! 오른쪽이 한강이에요!”
은별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앞에서 불빛이 보였다.
“뭐야?”
모두가 멈췄다.
불빛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보안 요원 10명.
[김중석의 설득]
“포위했다.”
요원 중 한 명이 말했다.
뒤에서도 추격조가 따라왔다.
완전히 포위당했다.
레오가 전자충격봉을 꺼냈다.
“네 뒤로!”
하지만 10 대 7. 게다가 노인과 여성들까지 포함된 숫자.
불가능해 보였다.
그 순간.
노인 김중석이 앞으로 나섰다.
“할아버지!”
지오가 말렸지만, 노인은 멈추지 않았다.
“자네들, 나를 아나?”
노인이 보안 요원들에게 물었다.
요원들이 잠시 멈칫했다.
“당신은... 김중석? 초대 이사?”
“그래. 나야”
노인이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이 감정은행을 만든 사람 중 하나지.
그리고 지금, 이걸 무너뜨리려는 사람이기도 해.”
요원들이 당황했다.
“하지만... 왜...?”
“내가 만든 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이야.”
노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우리는 처음에 좋은 의도였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지.
하지만 탐욕이 그걸 망쳤어.”
“이제 그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해.
그리고 자네들도 알고 있을 거야.
프로젝트 제로가 얼마나 위험한지.”
요원 중 한 명이 총을 내렸다.
“저는... 제 여동생도 감정 중독으로 죽었습니다.”
다른 요원도 말했다.
“저도... 이 시스템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요원 팀장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명령이 잘못됐다면?”
레오가 물었다.
“강윤서 이사는 2천만 명을 세뇌하려고 해.
그게 정의인가?”
침묵.
팀장이 결정을 내렸다.
“...길을 비켜드리겠습니다.”
“뭐라고?”
뒤에서 따라온 추격조 리더가 소리쳤다.
“팀장! 정신 차려!”
하지만 앞의 10명 요원들은 길을 열었다.
“빨리 가세요. 우리가 뒤를 막겠습니다.”
지오는 그 요원들을 바라봤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하는 겁니다.”
일행은 재빨리 그들을 지나쳤다.
뒤에서 충돌소리가 들렸다.
앞의 요원들이 추격조를 막고 있었다.
“더 빨리!”
[30분 후. 한강 하수 종말 처리장]
일행은 마침내 터널 끝에 도달했다.
철창 너머로 한강이 보였다.
“여기야!”
진수가 철창을 절단 도구로 끊었다.
한명씩 밖으로 빠져 나갔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를 채웠다.
“성공했어...”
수진이 무릎을 꿇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직 아니야.”
레오가 말했다.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지오는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작고 가벼운 물건.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바꿀 진실이 담겨 있었다.
“이제 이걸 세상에 알려야 해.”
“어떻게요?”
영희가 물었다.
“강윤서가 모든 언론을 통제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해요.”
“일반적인 방법 말고...”
은별이 입을 열었다.
“방송 송출을 직접 해킹하는 거예요.”
“방송 송출?”
“네. TV, 라디오, 인터넷 모든 채널을 동시에 해킹해서
내보내는 거예요.”
“그게 가능해?”
“가능해요. 하지만...”
은별이 지도를 펼쳤다.
“국가 방송 송출 센터에 물리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여의도에 있어요.”
“여의도...”
지오가 한강을 바라봤다. 저 멀리 여의도가 보였다.
“그럼 거기로 가야겠네요.”
“하지만 지금 온 나라가 우릴 찾고 있어요!”
수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CCTV, 드론, 안면 인식... 어떻게 피해가요?”
“방법이 있어.”
노인이 전화기를 꺼냈다.
“내게 아직 친구들이 있어.
국회의원 3명, 언론인 5명, 그리고 정부 내부고발자들.”
“그들이 도와줄까요?”
“내가 부탁하면 도와줄거야.
그들도 프로젝트 제로를 막고 싶어해.”
노인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1시간 후. 여의도 근처 안전가옥]
노인의 친구들이 제공한 안전가옥.
작은 아파트. 하지만 일시적으로 숨기에는 충분했다.
모두 지쳐서 바닥에 앉았다.
“노감은... 어떻게 됐을까요?”
수진이 조용히 물었다.
레오가 뉴스를 확인했다.
“체포됐어. 노감과 활동가 20명 전원.”
“다행이에요. 죽지 않았어요.”
“하지만 고문당할거야.”
레오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강윤서는 우리 위치를 알아내려고 할거야.”
“그럼 서둘러야 해요.”
은별이 노트북을 펼쳤다.
“방송 센터 해킹 준비할게요.
6시간 정도 걸려요.”
지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화요일 오전 7시.
프로젝트 제로 가동까지 16시간.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요.”
지오가 말했다.
“오늘 밤 11시, 프로젝트 제로가 가동돼요.
그 전에 세상에 진실을 알려야 해요.”
“알아요.”
은별이 대답했다.
“오후 5시까지 준비 끝낼께요.
그럼 저녁 6시에 전국 동시 방송 해킹.”
“그리고 나서는?”
레오가 총을 확인하며 말했다.
“Emotion Bank Tower로 쳐들어가는 거야.
150층 중앙 제어실을 파괴하고
프로젝트 제로를 영구히 무력화시켜.”
“미쳤어요.”
영희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요.”
진수가 덧붙였다.
침묵이 흘렀다.
지오는 USB를 꺼내 들었다.
“우리가 이걸 공개하면...
전 국민이 프로젝트 제로를 알게 돼요.
정부도, 재벌도, 강윤서도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요.”
“하지만 반발도 엄청날거야.”
레오가 경고했다.
“시스템에 기득권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를 적으로 삼을거야.”
“그래도 해야 해요.”
지오의 눈빛이 결연했다.
“지유를 위해서라도.
은별의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레오의 딸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후 5시까지 쉬어요.”
은별이 말했다.
“마지막 전투를 위해 체력을 회복해야 해요.”
일행은 각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도 진짜로 잠들지는 못했다.
오늘 밤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승리하거나, 죽거나.
[같은 시각. Emotion Bank Tower]
강윤서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탈출했습니다.”
보안팀장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강윤서는 아무 표정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상관없어.”
“예?”
“어차피 오늘 밤이면 끝나니까.”
그녀가 홀로그램을 켰다.
[프로젝트 제로 3단계]
가동 시간: 23:00
대상: 서울 전역 2,147만명
“한지오가 무슨 짓을 하든,
11시가 되면 모든 게 의미 없어져.”
강윤서가 미소 지었다.
“그때가 되면 모든 사람이 평온해질 거야.
분노도, 슬픔도, 저항도 없어져.”
“하지만 USB에 있는 증거가 공개되면...”
“공개돼봤자 소용없어.”
강윤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평온 상태가 되면 아무도 저항하지 않아.
증거를 봐도‘그래서 뭐?’라고 생각하겠지.”
“천재적이십니다.”
팀장이 감탄했다.
하지만 강윤서는 웃지 않았다.
“천재적인 게 아니야. 필연적인 거지.”
그녀는 서랍에서 딸의 사진을 꺼냈다.
“민서야... 오늘 밤이면 엄마가 약속을 지켜.”
“다시는 누구도 네처럼 아프지 않을거야.”
그녀는 사진을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통신기를 눌렀다.
“전 부서에 전달. 프로젝트 제로 최종 점검.
단 하나의 오류도 용납하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강윤서는 시계를 봤다.
[오전 7시 30분]
프로젝트 제로 가동까지: 15시간 30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어.”
그녀가 중얼거렸다.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