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시즌 1 - 각성(Awakening)

by 이용주

12화: 준비


화요일 오전 10시.

여의도 안전가옥.

은별은 노트북 앞에서 쉬지 않고 코드를 작성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수백 줄의 프로그래밍 코드가 흘러갔다.

방송 센터 보안 시스템을 뚫기 위한 해킹 프로그램.


“진행 상황은?”

레오가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40% 정도 완료됐어요. 오후 5시까지는 충분히 끝낼 수 있어요”

은별이 화면을 가리켰다.

“국가 방송 송출 센터의 보안 시스템은

3중 방화벽으로 되어 있어요.

하지만 내부 네트워크에 백도어가 하나 있어요.”

“백도어?”

“네. 예전에 정부가 긴급 상황 때 사용하려고 만든

비상 접근 경로예요.

존재 자체가 극비인데... 제가 2년 전에 우연히 발견했죠.”

“천재네.”

레오가 감탄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센터 안에 들어가야 해요.

외부에서는 접근이 불가능해요.”

“어디로 들어가야 하지?”

은별이 지도를 펼쳤다.

“여의도 방송센터 빌딩, 지하 3층. 메인 서버실이에요.”

“보안은?”

“아주 삼엄해요. 출입증 인증, 생체 스캔, 순찰 경비...”

“뚫을 수 있어?”

“혼자서는 안 되지만... 팀이라면 가능해요.”

지오가 다가왔다.

“작전은?”

은별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녁 6시. 퇴근 시간대를 노려요.

사람들이 많이 나갈 때 우리가 들어가는 거죠.”

“신분증은?”

“진수 씨가 위조하고 있어요.”

옆방에서 진수가 작업 중이었다.

홀로그램 프린터로 방송국 직원 신분증을 복제하는 중.

“3개 완성했어요. 한 개만 더 만들면 돼요.”

“우리는 몇 명이 들어가죠?”

“4명. 저, 지오, 진수, 그리고 레오.”

은별이 손가락을 꼽았다.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요.”

지오가 USB를 꺼냈다.

“이 안에 있는 증거를 모두 방송으로 내보내는 거죠?”

“네. 전국의 모든 TV, 라디오, 인터넷 스트리밍에

동시에 송출할 거예요.”

“끌 수 없나요?”

“물리적으로 서버를 파괴하지 않는 한 불가능해요.

그리고 그 전에 이미 수백만 명이 봤을 거예요.”

“증거 영상은 누가 만들죠?”

“제가 편집할게요.”

수진이 손을 들었다.

“저 예전에 영상 편집 일을 했거든요.

은별이 데이터를 정리해 주면 제가 보기 쉽게 만들게요.”

“고마워요.”


오후 1시.

마지막 식사와 결의.

팀원들은 간단한 식사를 했다.

노인이 사온 도시락.

“마지막 식사 같네요.”

영희가 쓸쓸하게 웃었다.

“마지막이 아니야.”

레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성공하고 돌아올거야.”

“레오는 항상 낙관적이네요.”

“낙관이 아니라 확신이야.”

레오가 모두를 둘러봤다.

“우리에게는 진실이 있어. 그리고 정의가 있어.

그게 우리의 무기야.”

“하지만 강윤서에게는 권력과 자본이 있어요.”

진수가 말했다.

“권력은 진실 앞에서 무너져.”

노인이 입을 열었다.

“내가 평생 정치와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았어.

그래서 알아. 아무리 강한 권력도,

진실이 밝혀지면 무너진다는 것을...”

“하지만 사람들이 믿어줄까요?”

수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프로젝트 제로 같은 음모론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증거가 중요해.”

지오가 USB를 테이블에 놓았다.

“여기에는 강윤서의 명령서, 제거 대상 명단,

감정 조작 실험 명단 기록... 모든 게 있어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죠.”

노인이 말했다.

“나는 감정은행 초대 이사야.

내부를 아는 사람이지.

내 증언은 무게가 있어.”

침묵이 흘렀다.

“우리...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영희가 조용히 물었다.

지오는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빌딩들이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지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시도는 해야 해요.

안 그러면 우리는 평생 후회하며 살거예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3시.

진실 폭로 영상 완성.

수진이 편집을 마쳤다.

“완성했어요.”

모두가 노트북 화면 앞에 모였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영상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것은 진실입니다.”

지오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으로 깔렸다.

화면에는 감정은행의 내부 문서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제로 마스터 플랜.

제거 대상 명단.

감정 폐기 기록.

정부와의 비밀 계약서.

그리고 강윤서의 직접 서명이 담긴 명령서들.

“이 시스템은 여러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을 통제하려는 겁니다.”

한지유의 사진이 나타났다.

“제 여동생입니다. 8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졌죠.

하지만 진실은... 감정은행이 제거한 겁니다.”

은별 부모님의 사진

“제 부모님입니다. 감정 중독으로 자살했다고 알려졌죠.

하지만 진실은... 감정 조작으로 유도된 겁니다.”

레오의 조카, 민서의 사진.

“강윤서 이사의 딸입니다. 감정 조작 실험의 희생자입니다.”

화면에 수백 명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모두 제거 명단에 있던 사람들.

이들은 모두 진실을 알려고 했거나, 시스템에 저항했거나,

단지 불편한 존재였다는 이유로 제거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11시.”

프로젝트 제로 3단계 계획서가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2천만 명이 동시에 감정 조작을 당합니다.

저항심, 의심, 분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차단됩니다.”

“여러분은 인형이 됩니다.

생각하는 인형.

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인형.”

화면이 검게 변했다.

“우리가 이것을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늘 밤 11시 전에, Emotion Bank Tower로 모여주세요.”

“함께 막아요. 함께 싸워요.”

“우리의 감정은 우리의 것입니다.”


영상이 끝났다.

“...완벽해요.”

레오가 말했다.

“이걸 보면 누구라도 믿을 거예요.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을지...”

은별이 말했다.

“방송 해킹이 최대 30분 유지될 거예요.

그 안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해요.”

“30분이면...”

노인이 말했다.

“내 친구들이 SNS로 퍼뜨릴거야.

30분이면 전국에 퍼질 수 있어.”


오후 5시.

출발 준비.

은별이 마지막 코드를 완성했다.

“됐어요!”

그녀가 환호했다.

“방송 센터 해킹 프로그램 완성!”

모두 박수를 쳤다.

“이제 센터에 들어가서 서버에 연결하기만 하면 돼요.”

“그럼 출발 준비하자.”

레오가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출입증, 노트북, USB, 비상 탈출용 장비들.

“6시에 출발. 6시 30분에 센터 도착.

7시에 해킹 시작.”

지오가 일정을 확인했다.

“방송은 저녁 8시 황금 시간대에 송출돼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TV를 보는 시간이죠.”

“완벽해.”

그때 노인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뭐라고?”

노인의 표정이 굳었다.

“알겠네. 고맙네.”

전화를 끊고 노인이 모두를 바라봤다.

“노감이 탈옥했대.”

“뭐라고?!”

“어떻게요?”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내부 동조자들이 도와준 것 같아.

20명 중 15명이 탈출했대.”

“노감은?”

“지금 여의도로 오고 있대.

우리와 합류하겠다고.”

레오가 미소를 지었다.

“그 노인네, 정말 대단해.”

“하지만 위험해요.”

진수가 걱정했다.

“탈옥수를 숨겨주는 거잖아요.”

“우리도 이미 도망자야.”

지오가 웃었다.

“한 명 더 늘어난다고 뭐가 다르겠어.”

30분 후, 노감이 도착했다.

온몸에 멍이 들어있고, 옷이 찢어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또렷했다.

“늦어서 미안하네.”

노감이 미소를 지었다.

“파티에 빠질 순 없지.”

지오가 노감을 껴안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고문은?”

“좀 맞았지. 하지만 아무 말도 안 했어.”

노김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내 아들...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

치료법을 찾았대.”

“정말요?!”

“그래. 감정 무뇌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래.

프로젝트 제로.”

노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 아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될거야.”

모두가 노감을 축하했다.

“그럼 더더욱 성공해야겠네요.”

은별이 말했다.

“내 아들을...”


저녁 6시.

방송 센터 침투 작전.

출발 시간.

4명의 침투조가 준비를 마쳤다.

지오, 은별, 레오, 진수.

나머지는 안전가옥에서 대기.

“통신은 계속 유지해.”

레오가 이어피스를 착용했다.

“문제 생기면 바로 알려.”

“조심해요.”

수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꼭 돌아와요.”

“돌아올게요.”

지오가 약속했다.

4명은 건물을 나섰다.

저녁 거리는 퇴근 인파로 붐볐다.

그 속에 섞여 걸었다.

여의도 방송센터까지는 도보로 20분.

“CCTV 조심해요.”

은별이 경고했다.

“안면 인식 피하려면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 해요.”

4명은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걸었다.

한강이 보였다. 석양이 강물에 반사되어 빛났다.

아름다운 풍경.

하지만 그들에게는 전장으로 가는 길일 뿐이었다.


저녁 6시 30분. 여의도 방송센터.

거대한 빌딩 앞.

“저기예요.”

은별이 가리켰다.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다. 보안이 너무 삼엄하다.

“직원 출입구로 가요.”

옆문으로 돌아갔다. 퇴근하는 직원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었다.

“지금!”

역류하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보안요원이 신분증을 확인했다.

진수가 만든 위조 신분증을 보여줬다.

삐-

“통과.”

한 명씩 통과했다.

지오, 은별, 레오, 진수.

모두 성공.

“1층 로비 통과. 엘리베이터로 이동.”

은별이 속삭였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하 3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혔다.

하강하는 느낌.

지오의 심장이 빨라졌다.


이제 시작이다.

삐-

지하 3층 도착.

문이 열렸다.

긴 복도, 끝에 “서버실” 표지판.

“저기예요.”

조용히 걸었다.

복도 중간에 경비가 한 명 서 있었다.

“신분증 보여주세요.”

위조 신분증을 보여줬다.

경비가 스캐너로 확인했다.

삐-

“이상하네요. 이 신분증, 오늘 만들어진 거잖아요?”

들켰다.

레오가 재빨리 움직였다. 전자 충격봉으로 경비를 기절시켰다.


쿵!

경비가 쓰러졌다.

“빨리!”

서버실로 뛰었다.

문을 열었다.

거대한 서버랙들.

수백 개의 LED 불빛.

“여기예요!”

은별이 메인 터미널로 달려갔다.

노트북을 연결했다.


“해킹 시작!”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에 코드가 흘러갔다.

그 순간.

띠링링링!

경보가 울렸다.


“들켰어요!”

“얼마나 걸려요?!”

“10분! 10분만 버티면 돼요!”

레오가 문을 막아섰다.

“내가 막을게. 계속해!”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보안팀이 오고 있었다.

지오는 은별 옆에 섰다.

“우리가 도와줄게. 집중해.”

은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면이 떴다.

방송 시스템 해킹 진행.


[방송 시스템 접근 중...]

[인증 우회...]

[접속 성공!]

“됐어!”

은별이 환호했다.

“이제 영상을 업로드하면 돼요!”

하지만 그 순간.


쾅!

문이 폭발했다.

보안팀이 난입했다.

총구가 그들을 겨냥했다.

“손들어! 움직이지 마!”

레오, 진수, 지오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은별은 멈추지 않았다.

손가락이 계속 움직였다.

“은별! 멈춰!”

지오가 소리쳤다.

“안돼! 거의 다 됐어!”


[영상 업로드 중... 87%... 92%...]

보안팀장이 총을 겨눴다.

“멈추지 않으면 쏜다!”

[95%...]

“은별!”

[98%...]

팀장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닿았다.

[100%! 업로드 완료!]

띠링!


[전국 방송 송출 시작!]

은별이 미소 지었다.

“...성공했어.”

그리고 그 순간.

전국의 모든 TV에서.

모든 라디오에서.

모든 인터넷 스트리밍에서.

동시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것은 진실입니다.”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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