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시즌 1 - 각성(Awakening)

by 이용주

13화: 파장


저녁 8시.

전국의 모든 TV화면이 동시에 검게 바뀌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것은...”

증거 영상이 전국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한 가정집.”

40대 부부가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

“어? 뭐야 이거?”

남편이 리모컨을 눌렀지만 채널이 바뀌지 않았다.

“고장 났나?”

화면에서 지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제 여동생입니다. 8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졌죠.

하지만 진실은... 김정은행이 제거한 겁니다.”


제거 대상 명단이 나타났다. 수백 명의 얼굴과 이름.

“저 사람... 우리 회사 과장이었던 사람 아냐?”

남편이 놀라서 소리쳤다.

“맞아! 2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는데...”


“프로젝트 제로. 오늘 밤 11시,

서울 2천만 명이 동시에 감정 조작을 당합니다.”


“이게... 진짜야?”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학교 기숙사.

20대 대학생들이 모여 TV를 보고 있었다.

“와... 미쳤다.”

“이거 진짜면 대박인데?”

“아니 근데 이게 진짜일까?”

화면에 나타난 정부 계약서. 강윤서의 서명. 내부 이메일...

“증거가 너무 구체적인데?”

“SNS에 올려야겠다.”

학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냈다.


노년층 부부의 집.

70대 부부가 화면을 보고 있었다.

“여보... 이거...”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화면에 나타난 얼굴


강민서. 강윤서 이사의 딸. 감정 조작 실험의 희생자.

“민서야... 레오의 조카...”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우리가 아는 그 레오?”

“그래... 내 친구의 손자였지?”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아이가... 이런 일을...”


여의도 방송센터 서버실

은별 일행은 여전히 보안팀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안팀장은 총을 내리지 않았다.

“... 이게 진짜입니까?”

팀장이 화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 동생도 8년 전에 감정 중독으로 죽었습니다.

자살이라고 했죠.”

은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부모님도요. 하지만 명단을 보세요.

거기 제 부모님 이름이 있어요.‘자살 유도’라고.”

팀장이 노트북 화면을 봤다.

명단을 스크롤했다.

그리고 멈췄다.


서지훈. 감정 중독 폐해 고발 시도. 자살 유도.

“... 제 동생입니다.”

팀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 뭐 하는 거야! 체포해야지!”

젊은 보안 요원이 소리쳤다.

하지만 팀장은 총을 내렸다.

“... 가세요.”

“뭐라고요?”

“가라고요!”

팀장이 소리쳤다.

“당신들이 옳았어요. 이 시스템은... 썩었어요.”

레오가 팀장을 바라봤다.

“고맙습니다.”

“가기 전에...”

팀장이 물었다.

“정말 막을 수 있습니까? 프로젝트 제로를.”

“막을 겁니다.”

지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 밤 11시 전에.”

“그럼 가세요. 제가 다른 팀들을 막겠습니다.”

4명은 재빨리 서버실을 나왔다.

복도를 달리면서, 은별이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지금 전국이 난리일 거예요!”

“SNS가 폭발하고 있어요! 프로젝트 제로. 감정은행 진실.

해시태그가 1위예요!”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거죠?”

“네! 그리고 보세요!”

은별이 화면을 보여주었다.

수천 개의 게시물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Emotion Bank Tower로 가자!”

“11시 전에 막아야 해!”

“우리의 감정은 우리 것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Emotion Bank Tower 앞. 저녁 8시 30분.

빌딩 앞 광장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0명.

5분 후 100명.

10분 후 1000명.

“프로젝트 제로 중단하라!”

“진실을 밝혀라!”

“우리의 감정을 지켜라!”

구호가 울렸다.

건물 보안팀이 나왔지만, 인파를 막을 수 없었다.

“본부에 긴급 보고! 시위대 규모가 계속 증가...”


Emotion Bank Tower 150층. 강윤서의 사무실.

강윤서는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래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

“이사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서가 다급하게 물었다.

“방송을 끊어야 합니다!”

“끊을 수 없어.”

강윤서가 차갑게 말했다.

“이미 30분간 방송됐어. 전 국민이 봤어.

지금 끊어봤자 소용없어.”

“하지만...”

“상관없어.”

윤서가 시계를 봤다.


저녁 8시 35분.

프로젝트 제로 가동까지: 2시간 25분.


“11시가 되면 모든 게 해결돼.”

“하지만 저 시위대가...”

“시위대도 평온해질 거야.

분노도, 저항심도 모두 사라질 거야.”

강윤서가 미소 지었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평화롭게 잠들 거야.

모든 게 끝나.”

“그리고 한지오는?”

“찾아내. 그리고 죽여.”

“알겠습니다.”

비서가 나갔다.

혼자 남은 강윤서는 딸의 사진을 꺼냈다.

“민서야... 사람들이 엄마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는 옳은 일을 하는 거야.

너처럼 아픈 사람이 더 이상 없도록.”

사진 속 민서는 밝게 웃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2시간 후면... 엄마가 약속을 지켜.”


여의도 안전가옥.

지오 일행이 돌아왔다.

“성공했어!”

은별이 환호했다.

“전국에 방송되었어요!”

노인, 수진, 영희, 노감이 박수를 쳤다.

“대단해!”

“이제 뭐죠?”

수진이 물었다.

레오가 지도를 펼쳤다.

“이제 본격적인 작전이야.”


“Emotion Bank Tower 15층, 중앙제어실을 파괴하는 거야.”

“하지만 어떻게 들어가요?”

“정면으로.”

지오가 말했다.

“정면으로요?”

“네. 지금 수천 명이 빌딩 앞에 모여 있어요.

우리는 그 인파에 섞여 들어가는 거예요!”

“하지만 보안이...”

“보안도 우리 편이 될 수 있어요.”

은별이 말했다.

“조금 전 서버실 팀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았어요.

내부에도 우리 편이 있을 거예요.”

“위험해.”

노인이 말했다.

“강윤서는 필사적으로 막을 거야.”

“알아요.”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해야 해요.

11시 전에 중앙제어실을 파괴하지 못하면,

2천만 명이 조종당해요.”

침묵이 흘렀다.

“그럼 가자.”

레오가 일어섰다.

“마지막 전투다.”


저녁 9시. Emotion Bank Tower 앞.

광장에는 이제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촛불을 든 사람들.

피켓을 든 사람들.

그냥 진실을 알고 싶어서 온 사람들.


“프로젝트 제로 중단!”

“감정은 상품이 아니다!”

“진실을 밝혀라!”


구호가 밤하늘에 울렸다.

지오 일행은 그 인파 속에 섞였다.

“저기 봐요.”

은별이 가리켰다.

빌딩 정문. 보안팀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었다.

“어떻게 뚫고 들어가죠?”

그때, 인파 앞쪽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우리는 평화롭게 항의한다!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

노감이었다.

“노감!”

지오가 소리쳤다.

노감이 돌아보고 미소 지었다.

그리고 다시 군중을 향해 소리쳤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 것이다!

누구도 우리에게서 빼앗을 수 없다!”

“우리 것이다!”

군중이 따라 외쳤다.

“우리 것이다!”

“우리 것이다!”

구호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순간.

빌딩 1층 로비에서 문이 열렸다.

건물 직원들이 나왔다.

수십 명의 직원들.

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우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보안팀장이 소리쳤다.

“우리도 진실을 봤습니다!”

한 직원이 대답했다.

“더 이상 거짓에 협력할 수 없습니다!”

“명령 위반이야!”

“명령이 잘못됐으면 위반해야죠!”

직원들이 바리케이드를 완전히 치웠다.

문이 열렸다.

“진실을 밝히세요!”

군중이 환호했다.

그리고 밀물처럼 빌딩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오 일행도 그 속에 섞여 들어갔다.

로비는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엘리베이터!”

은별이 가리켰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멈춰 있었다.

“시스템이 잠겼어요!”

“그럼 계단!”

비상계단 문을 열었다.

150층까지 올라가야 한다.

“뛰어!”

일행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1층, 2층, 3층...

숨이 차올랐다.

10층, 15층, 20층...

다리가 아파왔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30층, 40층, 50층...

“거의 절반이에요!”

은별이 격려했다.

70층, 80층, 90층...

지오의 폐가 불타는 것 같았다.

100층, 110층, 120층...

“조금만 더!”

130층, 140층, 145층...

마지막...

“위험해요. 잠시 멈춰.”

“저 위가...

“중앙제어실이 있는, 그리고 강윤서가 있는 곳.”

레오가 덧붙였다.

지오는 문을 바라봤다.

저 너머에 모든 답이 있다.

프로젝트 제로.

여동생의 죽음.

8년간의 공허함.

모든 것의 끝.

“준비됐어요?”

레오가 물었다.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어요.”

레오가 문을 열었다.


150층

넓고 고급스러운 복도.

끝에 거대한 문.

“중앙제어실 – 허가된 인원만 출입 가능”

그리고 그 문 앞에.

강윤서가 서 있었다.

혼자.

무기도 없이.

단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지오.”

그녀가 말했다.

“잘 올라왔어.”

지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8년 전 여동생을 죽인 시스템의 정점.

모든 것의 원흉.

“강윤서.”

지오의 목소리가 차갑게 나왔다.

“끝났어요. 전 국민이 진실을 알았어요.”

“알았다고 뭐가 달라지지?”

강윤서가 웃었다.

“1시간 후면 모두 평온해질 텐데.”

“안 그럴 거예요.”

은별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제어실을 파괴할 거니까요.”

“파괴?”

강윤서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 그 문은 폭탄으로도 뚫을 수 없어.

생체 인증, 비밀번호, 망막스캔...

모두 나만 통과할 수 있어.”

“그럼 당신이 열어줘야겠네요.”

레오가 총을 꺼냈다.

하지만 강윤서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날 죽여봤자 소용없어.

프로젝트 제로는 자동으로 가동돼.

11시가 되면.”

“그럼 어떻게...”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윤서.”

모두가 돌아봤다.

레오도, 지오도, 은별도, 강윤서도.

계단에서 올라온 사람.

노인 김중석이 아니었다.

중년 남성.

레오가 그를 보고 눈이 커졌다.

“당신...”

강윤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 당신이 왜 여기...”

그 남성이 앞으로 걸어왔다.

“윤서. 이제 그만해.”

강윤서가 뒷걸음질 쳤다.

“안돼... 당신은... 당신은 죽었어...”

남성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죽지 않았어. 그냥... 떠나 있었을 뿐이야.”

레오가 경악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형님...”

지오가 물었다.

“내 형이야. 그리고...”

레오가 강윤서를 바라봤다.

“강윤서의 전남편. 민서의 아빠.”

강민서의 아버지. 그가 살아있었다.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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