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각성(Awakening)
24화: 붕괴
붕괴까지 10초 전
SYSTEM CRITICAL ERROR
CORE COLLAPSE IN: 10... 9...
사이렌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무너져 가는 복도를 기괴한 그림자로 채웠다.
지오는 사라의 차가운 시신을 등에 업은 채 달렸다.
“빨리! 곧 터진다!”
은별의 목소리가 통신기를 뚫고 들려왔다.
그녀는 이미 지하 시설에서 깨어난 자원자들을 이끌고
비상 탈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수백 개의 캡슐이 강제로 열리며,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 5... 4... 3
레오와 그의 팀은 후미에서 몰려오는
리 박사의 경비로봇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폭발음과 총성이 뒤섞인 아수라장 속에서,
지오는 이를 악물었다.
사라는 이 순간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헛되게 할 수 없었다.
“막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란 말이다!”
무너진 중앙 통제실 잔해 속에서 리 박사의 절규가 들려왔다.
그는 화염에 휩싸인 메인 서버를 붙잡고 오열하고 있었다.
자신의 ‘완벽한 세계’가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창조주의 비명이었다.
... 2... 1... 0
˃˃˃ ZERO POINT REACHED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소리조차 집어삼키는 거대한 빛의 폭발이었다.
중앙 AI 코어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며
강력한 전자기 펄스(EMP)를 방출했다.
[GLOBAL ALERT]
CONNECTION LOST: FACILITY #001(SEOUL)
CONNECTION LOST: FACILITY #052(NEW YORK)
CONNECTION LOST: FACILITY #103(LONDON)
.....
TOTAL 200 FACILITIES OFFLINE.
그것은 파괴적인 동시에 아름다웠다.
전 세계 200개 시설을 연결하던 보이지 않는 사슬이
일제히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리 박사의 시스템은 완벽했기에,
그 붕괴 또한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일어났다.
폭풍 속의 탈출.
섬 전체가 가라앉고 있었다.
지반이 뒤틀리며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폭풍우는 더욱 거세져 탈출을 가로막았다.
“보트가 보입니다! 100미터 전방!”
강민우가 소리쳤다.
그의 옆에는 멍한 표정의 소영이 부축을 받으며 걷고 있었다.
그녀를 포함한 ‘성공작’이라 불리던 실험체들도 모두 구출되었다.
지오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무너져가는 연구동 건물 틈으로 리 박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탈출을 거부한 채,
불타는 자신의 왕국과 운명을 함께하려 하고 있었다.
‘당신의 이상은 틀렸어. 감정은 통제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니까.’
WARNING: ISLAND SINKING RAPIDLY
EVACUATE IMMEDIATELY
보트의 엔진이 굉음을 내며 파도를 갈랐다.
거대한 해일이 섬을 덮치는 순간,
그들은 간발의 차이로 폭발 반경을 벗어났다.
밤하늘을 수놓는 거대한 불기둥 아래,
300여 명의 생존자들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소리쳤다.
그것은 통제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었다.
1주일 후 전 세계 동시 보도
BREAKING NEWS: ‘감정 재구축 프로젝트’ 전면 중단
지난주 발생한 태평양 기지 폭발 사고와 함께,
전 세계 200여 곳의 ‘페이즈 3’ 시설이 동시에 기능을 멈췄습니다.
정부는 즉각적인 진상 조사에 착수했으며,
1억 명에 달하던 지원자들의 명단은 폐기될 예정입니다...
생존한 싱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이 내부 고발자로 나섰습니다.
그들은 프로젝트의 치명적인 부작용과 비윤리적인 실험 내용을 낱낱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서울, 저항군 본부.
고(故) 강사라 박사를 추모하며.
그녀는 어둠 속에서 빛을 켰고,
자신의 생명으로 1억 명의 영혼을 구했다.
지오는 사라의 사진 앞에 흰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마지막 미소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자책하지 마.”
은별이 다가와 지오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그녀는 선택한 거야.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감정으로,
그게 인간이라는 증거잖아.”
소영은 아직 말을 하지 못했지만,
휠체어에 앉아 지오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다시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아주 느리지만, 확실한 회복이었다.
전쟁은 끝난 것 같았다.
그들은 승리했다.
하지만 그 승리의 맛은 달콤하기보다는 씁쓸했다.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지오의 개인 단말기.
모두가 잠든 시간, 지오의 단말기에 알림음이 울렸다.
발신자 불명의 암호화된 메시지였다.
그것은 리처드 리가 사용하던 구형 암호 체계였다.
SENDER: UNKNOWN
SUBJECT: Phase 3 was just the beginning.
[MESSAGE BODY]
“축하하네, 한지오. 자네가 이겼어. 이번 라운드는 말이야.”
“하지만 기억하게. 진화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준비하게. 페이즈 4가 기다리고 있으니.”
˃˃˃ THE WAR FOR HUMAN EMOTION HAS ONLY JUST BEGUN.
지오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끝이 아니었다.
어둠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