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시즌 1 - 각성(Awakening)

by 이용주

27화: 10분


!!! PROTOCOL OMEGA ACTIVATED!!!

TRANSMISSION START: 10:00 REMAINING


[10:00] 선택의 시간

지오는 윤세라의 멱살을 잡은 채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녀의 눈은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죽여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

동생의 복수를 위해, 사라진 1억 명의 감정을 위해.


“오빠, 날 위해 괴물이 되진 마. 마지막까지 사람으로 남아줘.”

지유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지오의 주먹이 허공에서 떨렸다.

그는 천천히 손을 풀었다.

윤세라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날 죽이지 않는 거지?”

“그게 내가 인간이라는 증거니까. 그리고 넌 아니지.”


지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은별이 있는 콘솔로 달려갔다.

“같이 막자. 할 수 있어.”


[09:00] 해킹 개시

은별과 지오가 듀얼 콘솔 앞에 앉았다.

화면에는 복잡한 코드의 장벽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리 박사가 직접 설계한 7중 방화벽이었다.


“강민우 박사님! 외부 접속 가능합니까?”


˃ REMOTE ACCESS: CONNECTED

˃ USER: KANG MIN-WOO

˃ HACKING PROTOCOL INITIATED


본부에서 강민우가 원격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보안팀의 발소리가 천둥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레오와 민지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폈다.


[07:30] 첫 번째 난관

방화벽 1, 2, 3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4번째 벽 앞에서 코드가 붉게 변했다.


ACCESS DENIED

BIOMETRIC AUTHENTICATION REQUIRED: LEVEL 6(ADMIN)


“생체 인증이 필요해! 윤세라만이 할 수 있어!”

지오가 바닥에 앉아 있는 윤세라를 돌아보았다.

“도와줘, 이걸 멈춰야 해.”

“내버려 둬. 불타게 놔두라고,

감정적인 인간들은 자비 받을 자격이 없어.”

“네 동생이 정말 이런 걸 원했을까?”

윤세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처음으로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 균열이 생겼다.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흐윽...”

그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콘솔에 손을 올렸다.


˃ AUTHENTICATION ACCEPTED

˃ FIREWALL 4: DISABLED


[06:00] 인간성

윤세라는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입력하며 중얼거렸다.


“누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마.

모든 걸 다 느껴, 슬픔도, 아픔도...”

“난 감정을 지우려 했어...

하지만 사실은 내 고통에서 도망치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자신이 동생을 죽인

‘감정 없는 시스템’ 그 자체가 되어버렸음을 깨달았다.


[04:30] 보안팀 난입

쾅! 문이 폭파되며 무장 병력이 들이닥쳤다.

레오와 민지가 응사했다.

좁은 통로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레오의 어깨에 피가 튀었다.

“젠장! 그냥 해킹해! 우린 신경 쓰지 말고!”

총알이 콘솔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은별이 비명을 질렀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


“방화벽 2개 남았어!”


[03:00] 최후의 방벽

6번째 방화벽은 양자 암호화였다.

강민우의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불가능해! 최소 10분은 필요하다고!”

지오가 전력 케이블을 바라보았다.

“풀지 말고, 태워버리면 어때?”

“뭐?”

“과부하를 일으키는 거야.

콘솔이 터질 수도 있지만, 해볼 만해!”

“미쳤어... 하지만 방법이 없어, 해보자!”


[01:30] 과부하

구구구궁! 연구소의 모든 조명이 터져나갔다.

엄청난 스파크가 튀며 6번 방화벽이 붕괴되었다.


˃ FIREWALL 6: CRASHED

˃ WARNING: FIREWALL 7 ACTIVE(PHYSICAL)


“마지막 하나! 7번은 디지털이 아니야! 옥상의 송신 탑이야!”

누군가 직접 가서 전선을 끊어야 했다.

하지만 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탑은 고전압이 흐르고 있었다.


[01:00] 윤세라의 속죄

윤세라가 일어섰다. “내가 갈게요.”


“죽을 거야! 감전될 거라고!”

“난 10년 전에 이미 죽었어요. 마지막 1분만이라도...

살아있게 해 줘요.”

그녀는 비상계단을 향해 달렸다.

민지가 엄호 사격을 했다.

윤세라는 사다리를 타고 폭풍우 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00:30] 희생

옥상은 지옥 같았다. 빗줄기가 얼굴을 때렸다.

거대한 송신탑이 윙윙거리며 붉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윤세라의 시계가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00:45... 00:40...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압 전선을 맨손으로 잡았다.

지직!

푸른 전류가 그녀의 몸을 관통했다.

고통은 끔찍했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미안해, 동생아... 누나가 이제 갈게.’


[00:10] 제로 아워

투둑! 굵은 전선이 끊어졌다.

송신탑의 불빛이 꺼지며 거대한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TRANSMISSION HALTED

TIME: 00:03 REMAINING

PROTOCOL OMEGA: 중단


전 세계 200명의 지도자들은 멍한 표정으로 핵 가방에서 손을 뗐다.

안개가 걷히듯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뭘 하려던 거지?”


에필로그

지오와 팀원들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빗물 웅덩이 속에 윤세라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손은 검게 타버렸지만,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우리가... 막았나요?”

지오가 그녀의 머리를 받쳐주었다.

“그래, 당신이 모두를 구했어.”

“드디어... 진짜 살아있는 기분이 드네요... 고마워요...”

그녀의 눈이 감겼다.

멀리서 구조 헬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3일 후. 경찰 병원.

윤세라는 침대에 수갑이 채워진 채 누워 있었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전신 화상을 입었다.

“왜 날 살렸어요? 난 죽어 마땅한데.”

“모두가 다시 느낄 기회를 가져야 하니까. 당신도 마찬가지야.”

TV에서는 ‘페이즈 4 음모 발각’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난 이제 어떻게 되나요?”

“죗값을 치르겠지. 하지만 살아있잖아.

그리고 느낄 수 있잖아.

그게 당신 동생이 원했던 거 아닐까?”


윤세라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10년 만에 흘리는, 진짜 눈물이었다.


지오가 병실을 나갔다.

잠시 후,

간호사 한 명이 윤세라의 링거를 교체하러 들어왔다.

간호사의 손목 안쪽에 희미한 문신이 있었다.

페이즈 3 시설의 표식이었다.

그녀는 옆 침대의 환자에게 들리지 않게 속삭였다.


“페이즈 5가 준비되었습니다.”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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