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 각성(Awakening)
28화: 그림자 뒤의 그림자
프로토콜 오메가 종료 1주일 후. 서울 저항군 본부.
승리의 축배가 오가고 있었다.
페이즈 4는 저지되었고,
조종당하던 200명의 고위 관료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오는 웃을 수 없었다.
“우리가 이겼어.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야?”
은별이 샴페인 잔을 건네며 물었다.
“너무 쉬웠어. 리 박사도, 윤세라도...
마치 누군가가 체스판 위에서 졸병을 희생시킨 느낌이야.”
그때, 강민우가 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
“내 예감이 맞았어. 병원의 그 간호사, 기록이 없어.”
˃ SUBJECT: NURSE UNKNOWN
˃ STATUS: DECEASED(5 YEARS AGO)
˃ PHASE 2 TEST SUBJECT #4092
“5년 전에 죽은 사람이 어떻게 간호사로 일하지?”
“누군가 ‘죽은 자들’로 비밀 군대를 만들고 있었던 거야.”
추적 개시. ‘뉴로젠 인더스트리’ 폐공장.
은별의 추적 끝에 도달한 곳은
15년 전 윤리 위반으로 폐쇄된 제약회사 공장이었다.
겉보기엔 폐허였지만,
지하에서는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고 있었다.
지오와 수아가 잠입했고, 레오와 민지가 퇴로를 확보했다.
WARNING: BIOLOGICAL HAZARD ZONE
PROJECT PHASE 5: HOMO EMOTUS
지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차갑고 습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거대한 문을 열었다.
그곳은 공장이 아니라 거대한 배양실이었다.
수천 개의 투명한 탱크가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들이 들어 있었다.
SPECIMEN: #5021
STATUS: MATURATION COMPLETE
EMOTIONAL SETTING: LOYALTY(100%)
“이건 치료가 아니야... 사람을 만들고 있어.”
중앙 통제실. 설계자의 등장.
“리처드 리는 너무 마음이 약했지.”
스피커에서 차분하고 노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중앙 스크린이 켜지며 백발의 노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마가렛 와이스 박사...?”
강민우가 경악했다.
그녀는 리 박사의 스승이자 E.E.S. 의 공동 창시자로,
20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인간을 고치려 하다니, 리 박사는 멍청했어.
난 인간을 대체하려는 거야. 감정은 인류 최대의 결함이지.
나는 그 결함을 제거한 완벽한 종(種), ‘호모 이모투스’를 만들었다.”
그녀의 뒤로 전 세계 배치도가 나타났다.
이미 5만 명의 인조인간이 사회 각계각층에 침투해 있었다.
“6개월 후면 5만 명이 50만 명이 될 거다.
5년 후면, 구인류는 도태되겠지.”
악마의 제안
“한지오 군. 자네는 꽤 훌륭한 실험체였어.
그래서 선물을 하나 준비했네.”
와이스 박사가 버튼을 눌렀다.
지오의 눈앞에 있던 특별한 탱크의 조명이 켜졌다.
지오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탱크 안에는 지유가 잠들어 있었다.
“지유야...”
“진짜는 아니야. 하지만 더 낫지.
그녀의 기억은 그대로지만, 우울증과 불안은 제거했어.
완벽하고, 영원히 늙지 않는 동생이지.
내게 합류하게. 그럼 그녀를 깨워주지.”
지오는 유리에 손을 댔다.
너무나 그리운 얼굴. 다시 한번 그녀를 안을 수만 있다면...
‘그냥 눈 딱 감고 받아들이면 안 될까?
다시 지유를 만날 수 있는데...’
하지만 지오는 주먹을 꽉 쥐었다.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건 내 동생이 아니야.”
“뭐라고?”
“내 동생은 불완전했어. 실수하고, 아파하고, 두려워했어.
그래서 진짜였어!
난 완벽한 거짓말을 위해 인간성을 팔지 않아!”
탈출과 파괴
경보가 울렸다.
“유감이군. 그렇다면 구인류와 함께 사라지게나.”
50명의 페이즈 5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였다.
놈들에게 붙잡혔다.
“수아를 구해! 우린 서버실로 간다!”
지오와 은별은 지하 20층의 원자로실로 향했다.
모든 데이터를 파괴해야 했다.
하지만 와이스는 이미 도망친 뒤였다.
SELF-DESTRUCT SEQUENCE INITIATED TIME REMAINING: 10:00
하지만 자폭 시퀀스를 멈추는 데도 8분이 필요해.
둘 다 할 수는 없었다.
동시에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탈출할 시간은 없었다.
“지오... 우리 둘 다 나갈 순 없어.”
“닥쳐! 둘 다 하고 2분 안에 뛰면 돼!”
“수학적으로 불가능해.”
09:15... 09:10...
바이러스 업로드 45%. 자폭 해제 38%.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무전기에서 레오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아 확보! 당장 나와! 거긴 곧 무너져!”
마지막 선택
은별이 갑자기 작업을 멈추고 지오를 바라보았다.
“지오. 넌 와이스를 막아야 해.
난 여기 남아서 데이터를 확실히 지울게.”
“무슨 소리야! 안돼!”
“세상을 구해, 지오. 난 괜찮아.”
은별은 지오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를 엘리베이터로 밀쳤다.
그리고 재빨리 패널을 조작해 문을 닫았다.
지오가 닫히는 문틈으로 손을 뻗었지만,
은별은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은별아!!!”
TIME REMAINING: 07:45...
엘리베이터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오는 문을 두드리며 절규했다.
발밑에서 벌어지는 은별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