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최후의 전쟁(THE FINAL WAR)
3화: 이중 스파이
최후의 전쟁 카운트다운: 27일 남음
은신처의 밤은 길었다.
지오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수천 개의 목소리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이브 마인드와의 연결은 끊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 구역 4, 보안 프로토콜 재설정...”
“... 도쿄 지부, 슬리퍼 에이전트 12번 대기 중...”
“... 새로운 뇌가 필요해. 수아... 준비 완료...”
지오는 벌떡 일어났다.
머릿속의 소음이 단순한 환청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것은 실시간 정보였다.
그는 하이브의 소리를 듣고 있었고,
역으로 생각하면 그들도 지오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기회였다.
‘연결은 양방향이야. 내가 그들을 엿들을 수 있다면...’
작전 회의실, 새벽 3시
팀원들이 모두 모였다.
지오의 눈동자는 여전히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윤세라는 지오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더니 위험한 제안을 던졌다.
“지오를 이중 스파이로 쓰죠.”
“미쳤어? 놈들에게 먹힐 수도 있어!”
레오가 반발했지만, 지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세라 말이 맞아.
난 지금 수아의 위치를 알 수 있어.
하이브가 그녀의 생각을 내게 흘리고 있거든
48시간 뒤에 변환이 예정되어 있어.”
지오는 연결을 통해 알아낸 또 다른 중요한 정보를 공유했다.
박진우 박사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그는 실험의 부작용으로 급격한 노화를 겪고 있었으며,
앞으로 30일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페이즈 6을 서두르는 진짜 이유였다.
MISSION OBJECTIVES:
1. RESCUE JUNG SUA(Alpha Team)
2. SABOTAGE GLOBAL NETWORK(Brave Team)
작전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지오와 레오, 민지는 다시 제주도 시설로 잠입해 수아를 구출하고,
강민우와 윤세라는 원격으로 전 세계에 퍼진
슬리퍼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무력화하기로 했다.
강민우가 파악한 슬리퍼 에이전트의 규모는 충격적이었다.
전 세계 원자력 시설, 통신망, 정부 수뇌부에
1만 명 이상의 요원이 포진해 있었다.
윤세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초기 페이즈 5 코드를 이용해
그들의 프로그래밍을 해체할 ‘카운터 바이러스’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지하 시설 재진입
지오는 마치 자신의 집을 걷는 것처럼 시설 내부를 안내했다.
하이브의 목소리가 경비들의 위치와 순찰 경로를 실시간으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 복도 B, 3분 후 교대...”
“지금이야.”지오가 신호를 보내자
레오와 민지가 소리 없이 이동했다.
그들은 의료구역까지 발각되지 않고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오의 머릿속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과 하이브의 생각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이게 내 생각인가? 아니면 그들의 생각인가?’
“오빠... 이쪽이야. 우리에게 와.”
지유의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지오는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차렸다.
의료구역의 격리실에서 수아를 발견했다.
그녀는 약물에 취해 있었지만 의식은 있었다.
지오의 빛나는 눈을 본 수아가 몸을 떨었다.
“너... 그들이 된 거야?”
“아직은 아니야. 그리고 너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
지오가 구속구를 풀려는 순간,
시설 전체에 붉은 비상등이 켜졌다.
사이렌 소리가 아닌,
박진우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연결을 이용할 줄 알았지. 어서 오게, 나의 탕자여.”
그것은 함정이었다.
박진우는 지오가 연결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그들을 유인한 것이었다.
동시에, 서울의 안전가옥에서도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강민우가 카운터 바이러스를 배포하려던 순간,
전 세계의 슬리퍼 요원들이 예상보다 일찍 활동을 개시했다.
WARNING: GLOBAL INTERNET COLLAPSE
INFRASTRUCTURE ATTACK IN PROGRESS
인터넷 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연결이 끊기면 바이러스를 배포할 수 없다.
박진우는 지오의 생각을 읽고 그들의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타임라인이 당겨졌어! 27일이 아니야. 지금 당장이야!”
다시 제주도. 지오와 일행은 포위되었다.
박진우가 모니터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자발적으로 하이브에 합류해라. 한지오.
그러면 네 친구들은 살려주지.
네가 내부에서 저항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잖아.”
지오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대로 잡히면 모두 죽는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하이브에 접속한다면?
완전히 통합된다면,
내부에서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실패하면, 그는 영원히 자신을 잃게 된다.
“안 돼, 지오!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아니... 다른 방법은 없어.”
지오는 신경 접속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깊은 곳에 있는 지유의 의식을 불렀다.
‘지유야... 나를 도와줘. 넌 아직 내 동생이잖아.’
접속이 시작되었다.
지오의 의식이 육체를 떠나 거대한 데이터의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50만 명의 정신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자아의 경계가 무너지는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I AM... WE ARE...
WHO AM I?
SYSTEM INTEGRATION: 20%... 40%...
지오는 명상 기술을 이용해 간신히 의식의 끈을 잡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이브의 진실을 목격했다.
하이브의 중심에는 ‘여왕 노트’가 있었다.
그것은 박진우 자신의 업로드된 의식이었다.
박진우는 이미 수년 전에 자신을 업로드했고,
지금의 늙은 육체는 단지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는 5년 동안 네트워크 안에 갇혀 미쳐가고 있었다.
페이즈 6은 인류 구원이 아니라, 혼자 죽어가는 것이 두려운 늙은 망령이 전 인류를 자신의 길동무로 삼으려는 광기였다.
“넌 못 나가. 영원히 나와 함께야.”
박진우의 의식이 지오를 옭아맸다.
그때, 지유의 의식이 끼어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연산능력을 희생해 데이터 흐름을 역류시켰다.
“오빠, 지금이야! 나가!”
강한 충격과 함께 지오의 의식이 육체로 튕겨 나갔다.
지오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그의 눈에서는 이제 걷잡을 수 없는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완전한 통합은 피했지만, 그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는... 이미 안에 있어. 박진우가 곧 하이브야.”
박진우가 잠시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레오가 수아를 데리고 탈출했다.
하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전 세계 인터넷망의 60%가 붕괴되었다.
페이즈 6을 막을 수 있는 온라인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안전가옥 복귀
팀원들의 전화기가 동시에 울렸다.
통신망이 완전히 끊기기 전, 박진우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였다.
PHASE 6: MANUAL UPLOAD
INITIATED TARGET: SEOUL(POPULATION 10M)
TIMELINE: 7 DAYS
“인터넷이 없으면 자동 업로드는 불가능해.
놈들은 이제 직접 도시를 장악해서 수동으로 업로드를 시작할 거야.
서울부터.”
지오는 거울 속 자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점점 더 밝아지는 빛.
그리고 머릿속에서 울리는 지유의 다급한 목소리.
“오빠, 시간이 없어... 내가 버틸 수 있는 시간도...”
FINAL COUNTDOWN
7 DAYS REMAINING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