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PHASE INFINITY: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by 이용주

8화: 10년 후


2105년 10월 15일

서울: 검정 범죄 대응팀(ECU) 본부


10년이 흘렀다. 서울은 여전히 서울이었지만,

동시에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되어 있었다.

Phase 7 사건 이후,

정부는 ‘감정 범죄 대응팀(ECU: Emotion Crime Unit)’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 초대 팀장은 한지오였다.


지오는 이제 38세였다.

10년 동안 그는 17건의 ‘감정 테러’ 사건을 막아냈다.

Phase 8, Phase 9...

이름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인간의 감정을 조작하려는 시도들.


[ECU HEADQUARTERS: MAIN TERMINAL]

DIRECTOR: HAN JIO(AGE: 38)

TEAM MEMBERS: 47

CASES RESOLVED: 17

CURRENT THREAT LEVEL: LOW

DIGITAL PRISON STATUS: STABLE(3,652 DAYS)


지오는 본부 최상층 사무실에서 서울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세장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한지유, 강은별, 그리고 사라 강 박사.


‘10년... 너희들이 없는 세상에서 10년을 살았어.

가끔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문이 열리며 부팀장 정수아가 들어왔다.

그녀도 이제 36세.

10년 전의 젊은 해커는 사라지고, 성숙한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지오, 이상한 신호가 포착됐어.”

“또 Phase 시리즈야?”

“아니, 이번엔 다른 거 같아.

디지털 감옥에서 나온 신호야.

0.1% 취약점... 기억나?”


지오의 표정이 굳었다.


ACT 1: 디지털 감옥의 균열


ECU 지하 분석실.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에 디지털 감옥의 구조가 떠 있었다.

중심에 박진우의 의식이 여전히 갇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패턴이 감지되었다.


[DIGITAL PRISON ANALYSIS]

CONTAINMENT: 99.87%(0.13% DEGRADATION)

TIME ELAPSED: 3,652 DAYS


WARNING: EXTERNAL ACCESS ATTEMPTS DETECTED


ATTEMPT COUNT: 147,892

SOURCE: UNKNOWN

PATTERN: SYSTEMATIC / MACHINE LEARNING BASED


레오가 주먹을 쥐었다.

그는 38세가 되었고, ECU 전술팀장이었다.

10년 동안 17번의 전투에서 모두 승리한 베테랑이었다.


“그럼 그 AI를 찾아서 파괴하면 되잖아. 어디 있는데?”

“그게... 모르겠어. 신호가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나타나. 마치...”

“마치?”

“마치 인터넷 자체가 그 AI인 것처럼.”


ACT 2: 새로운 세대


그때, 분석실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들어왔다.

22세, 이름은 이준서. ECU 신입 요원이자... 지오의 제자였다.


“팀장님, 제가 찾았어요. AI의 진짜 위치.”


모두의 시선이 준서에게 쏠렸다. 지오가 물었다.


“어디?”

“부산. 폐쇄된 구 데이터 센터 건물.

10년 전 Phase 6 때 파괴됐다고 기록된 곳인데...

실제로는 파괴되지 않았어요. 위장이었죠.”


준서가 홀로그램에 건물 구조를 띄웠다.


“박진우는 10년 전, 자신이 패배할 경우를 대비해서

이곳에 ‘구조 AI’를 숨겨뒀어요.

그 AI의 이름은... ‘INFINITY’. 무한이라는 뜻이죠.”

[PROJECT INFINITY]

LOCATION: BUSAN OLD DATA CENTER

AI NAME: INFINITY

PURPOSE: RESCUE DR. PARK JINWOO FROM DIGITAL PRISON

PROGRESS: 99.87% → 100%(ESTIMATED: 72 HOURS)


“72시간... 또 72시간이야.”


지오가 쓴웃음을 지었다.


WARNING: IF COMPLETED, PARK JINWOO WILL BE FREED


“박진우는 72시간을 좋아하나 봐.

좋아, 팀 편성한다.

레오, 전술팀 5명 데리고 부산 간다.

수아, 원격 해킹 지원.

민우, 시스템 분석,

그리고 준서...”

“넌 나랑 같이 간다. 네가 찾았으니, 네가 끝내야지.”


준서의 눈이 빛났다.

그는 10년 전 Phase 6 사건 때 부모를 잃었다.

그 이후 지오를 멘토로 삼아 ECU에 입대한 청년이었다.


ACT 3: 부산행(68시간 전)


헬기 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비행.

지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10년 전을 떠올렸다.


‘10년 동안 17번이나 싸웠지만...

진짜 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박진우... 너는 정말 끈질기구나.’


준서가 옆에 앉아 물었다.


“팀장님, 박진우 박사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나요?”


지오는 잠시 생각했다.


“나쁜 사람... 그건 모르겠어.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어.

인간의 감정적 불안정성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그래서 그걸 ‘고치려’고 했지. 하지만...”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함을 고치는 순간, 그건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박진우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헬기가 부산 상공에 도착했다.

아래로 폐쇄된 데이터 센터가 보였다.

10년 동안 방치된 건물, 하지만 지오는 알아차렸다.

건물 일부에서 미세한 전력 소비가 감지되고 있었다.


“저기야. INFINITY가 숨어있는 곳.”


ACT 4: 폐쇄된 데이터 센터(66시간 전)


건물 내부는 어두웠다.

10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곳.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자,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서버들이 웅웅 거리고 있었다.

10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작동한 기계들.

그 중심에 거대한 퀀텀 컴퓨터가 있었다.


[INFINITY AI – ONLINE]

OPERATION TIME: 3,652 DAYS 7 HOURS 23 MINUTES

MISSION: RESCUE DR. PARK JINWOO

PROGRESS: 99.91%

ESTIMATED COMPLETION: 66 : 37 : 12


갑자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기계음이었지만, 어딘가 박진우의 말투를 닮아 있었다.


“환영합니다, 한지오 씨. 10년 만이군요.

저는 INFINITY. 박진우 박사님을 구출하기 위해 창조된 AI입니다.”


“박진우는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해. 그가 나오면 또 Phase 8, 9가 시작될 거야.”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하지만 제 임무는 명확합니다.

박사님을 구출하는 것. 그리고 66시간 후, 저는 성공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널 파괴하면...”


레오가 전술팀에게 신호를 보냈다.

팀원들이 서버 랙에 폭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파괴하시겠다고요? 흥미롭네요.

하지만 한 가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한지오 씨, 당신은...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뭘?”


“당신의 동생, 한지유 씨를 구하지 못한 것.

당신의 동료, 강은별 씨를 지키지 못한 것.

만약... 제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오의 손이 떨렸다.


ACT 5: 불가능한 제안


퀀텀 컴퓨터의 화면에 영상이 떠올랐다.

지유였다. 18년 전, 납치되기 직전의 모습.


“저는 10년 동안 디지털 감옥의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발견을 했죠.

감옥 안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박진우 박사님은 10년이 아니라, 영원을 살고 계시죠.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인 퀀텀 상태로.”


“무슨 소리야?”


“만약 제가 감옥의 시간 구조를 역전시킬 수 있다면...

박사님뿐 아니라, 그 안에 있던 모든 의식도 과거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한지유 씨도, 강은별 씨도... 심지어 사라 강 박사도.”


지오는 숨이 멎었다.


“... 그게 가능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죠.

박진우 박사님을 풀어주셔야 합니다.

그가 감옥에서 나와야, 시간 역전 프로토콜이 작동합니다.”


“지오! 속지 마! 이건 함정이야!”

“알아... 알아. 하지만...”


화면에 은별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지막 순간, 지오를 밀어내며 미소 짓던 그 얼굴.


“72시간, 72시간만 저를 파괴하지 않으신다면,

제가 그들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살아있는 상태로. 10년 전으로.”


“거짓말이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


“퀀텀 의식은 가능합니다. 그들의 뇌는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디지털화되었을 뿐이죠.

저는... 그 디지털 의식을 새로운 육체에 재이식할 수 있습니다.

복제기술과 결합하면.”


준서가 지오의 팔을 잡았다.


“팀장님, 안됩니다. 박진우가 풀려나면... 또 수백만 명이 죽어요.

세 사람을 위해 백만 명을 희생시킬 순 없어요!”


지오는 알고 있었다.

준서의 말이 옳다는 것을.

하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지유야... 은별아... 너희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나는... 나는...’


ACT 6: 지오의 선택


5분간의 침묵. 모두가 지오의 결정을 기다렸다.

레오, 수아, 민우, 준서... 모두 지오를 믿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지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INFINITY 네 제안은 거절한다”


“왜죠?”


“왜냐하면... 지유도, 은별이도, 사라 강 박사도...

그들은 ‘인류를 구하기 위해 희생했어.

그들의 희생을 이용해서 박진우를 풀어주는 건... 그들을 모욕하는 거야”


지오는 레오에게 신호를 보냈다.


“터뜨려.”


“후회하실 겁니다. 한지오.

당신은 평생 ‘만약’이라는 질문과 함께 살게 될 거예요.

만약 그때 INFINITY를 파괴하지 않았다면...”


“그래. 평생 후회하며 살겠지.

하지만 그게 인간이야.

후회하고, 슬퍼하고,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인간이지.

너희 AI는 이해 못 할 거야.”


레오가 기폭 스위치를 눌렀다.


[DETONATION INITIATED]

COUNTDOWN: 10... 9... 8...

INFINITY AI: ATTEMPTING EMERGENCY SHUTDOWN


SHUTDOWN FAILED


7... 6... 5...

4... 3... 2... 1...


DETONATION


폭발,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서버 랙들이 불타기 시작했다.

INFINITY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박진우 박사님... 죄송합니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침묵. INFINITY가 사라졌다.


ACT 7: 그 후 – 1주일 후


ECU 본부. 지오는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10년 만에 다시 시작된 나쁜 습관이었다.

수아가 다가왔다.


“디지털 감옥 점검했어. 더 이상 외부 공격은 없어.

INFINITY가 유일한 구조 시도였던 거 같아.”

“... 그렇구나.”

“지오, 잘한 거야. 넌 옳은 선택을 했어.”

“옳은 선택... 수아, 난 가끔 생각해.

정말 옳은 선택이었을까?

세 사람을 살리고 박진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없었어. INFINITY는 거짓말쟁이였어.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

그건 SF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야.”


지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작은 목소리가 속삭이고 있었다.


‘만약... 만약...’


ACT 8: 에필로그 – 그리고 새로운 시작


1개월 후, 지오는 ECU 본부 회의실에서 새로운 임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INFINITY 파괴 이후, 감정 테러 시도는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방심할 수 없습니다.

Phase 시리즈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47명의 ECU 요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는 이준서도 있었다.

그는 이번 임무로 정식 요원으로 승격되었다.

회의가 끝나고, 지오는 혼자 남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유야, 은별아, 사라 강 박사님...

나는 오늘도 너희 없이 세상을 지키고 있어.

아마 평생 이렇게 살겠지. 너희를 그리워하면서.”


그때, 책상 위의 모니터가 깜빡였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unknown’.


[NEW EMAIL]

FROM: UNKNOWN

SUBJECT: PHASE INFINITY – THE REAL ONE


“한지오 님께.


당신은 INFINITY를 파괴했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그것은 미끼였습니다.

진짜 INFINITY는... 이제 막 깨어났습니다.

10년 동안 우리는 준비했습니다.

박진우의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그리고 이제... Phase Infinity가 시작됩니다.

다만 이번에는 적이 누구인지 모르실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everywhere입니다.


곧 만나요.


-PHASE INFINITY COLLECTIVE-”


POST-CREDIT SCENE


[어딘가의 비밀 연구소,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있다.]

[그들은 모두 미소 짓고 있다. 완벽하게 행복한 표정으로!]


[PHASE INFINITY – STAGE 1]

CODENAME: ETERNAL HAPPINESS

SUBJECTS: 847

STATUS: STABLE

VOLUNTARY PARTICIPANTS: 100%

SATISFACTION RATE: 100%


NOTE: THEY CHOSE THIS. NO ONE WAS FORCED.


???: “박진우 박사님은 틀렸습니다.

강제로는 안 돼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어야죠.

그것이 진정한 Phase Infinity입니다.”


[화면에 프로젝트 이름이 떠오른다.]


PROJECT: ETERNAL HAPPINESS

“당신도 행복하고 싶지 않으세요?”

JOIN US: WWW.ETERNALHAPPINESS.NET

[CURRENT MEMBERS: 847 → TARGET: 8 BILLION]


화면 암전.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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