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12화: 새로운 시대
2112년 9월 15일(5년 후)
서울: ECU 지하 저항군 기지
세상은 변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세상은 멈췄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마약이 전 세계를 잠식한 지 5년이 지났다.
[WORLD STATUS REPORT]
DATE: 2012-09-15
PHASE INFINITY PROGRESS: 50%
GLOBAL MEMBERS: 250,000,000(3% OF POPULATION)
KOREA MEMBERS: 12,000,000(23% OF POPULATION)
ECONOMY: TRANSITIONED TO ‘HAPPINESS ECONOMY’
GOVERNMENT: CO-EXISTENCE PROTOCOL ACTIVE
지오는 훈련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에는 흰머리가 늘었고, 눈가에는 주름이 깊게 파였다.
45세. 한때 전설적인 ECU 팀장이었던 그는
이제 ‘전설적인 반란군 리더’가 되어 있었다.
그의 곁에는 레오가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5년 전 강남 본사 폭파 작전에서 입은 다리 부상은 영원히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많이 컸군. 저 녀석들.”
레오가 턱으로 훈련장을 가리켰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며 격투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래. 우리가 잃어버린 세대야.”
ACT 1: 새로운 세대
저항군의 규모는 247명으로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세 명의 젊은이가 있었다.
지오는 그들을 ‘희망’이라 불렀다.
강준혁, 22세. 5년 전 전사한 민우의 조카였다.
그는 삼촌의 천재적인 기술적 재능을 물려받았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놀림은 마치 피아노를 연주하는 듯했다.
박서연, 20세. 준서의 여동생이었다.
오빠의 죽음 이후 그녀는 모든 슬픔을 분노로,
그리고 그 분노를 전투력으로 승화시켰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은
베테랑 요원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현우, 24세. 거리에서 자란 해커였다.
그는 냉소적이었지만,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었다.
‘영원한 행복’이 빼앗아간 자신의 부모를 되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들은 영원한 행복 이후의 세대다. 그 끔찍한 평화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그로 인해 가족을 잃은... 분노하는 세대.’
ACT 2: 세대 간 갈등
작전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웠다.
낡은 탁자 위에는 김태윤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팀장님, 언제까지 숨어만 있을 겁니까? 놈을 죽여야 끝납니다.”
준혁이 탁자를 치며 말했다. 그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 있었다.
“준혁아, 우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야. 암살은 답이 될 수 없어.”
지오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준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테러리스트요?
저들이 우리 부모님, 형제들을 뇌사 상태로 만든 건 테러가 아닙니까?
팀장님 세대의 방식은 이미 실패했어요.
5년 전, 그날 밤처럼요!”
정적이 흘렀다. 5년 전의 그날 밤.
민우와 준서가 죽었던 그날 밤은 모두에게 아픈 상처였다.
“말조심해.”
서연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준혁은 멈추지 않았다.
“사실이잖아. 건물 하나 부수고 고작 24시간 벌었어.
그게 전부야. 이제 우리 방식으로 하게 해 주세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그때, 레오가 지팡이로 바닥을 쿵 찍었다.
“들어보자. 너희 방식이 뭔데?”
ACT 3: 새로운 전술
준혁이 홀로그램을 띄웠다. 복잡한 코드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암살이 아닙니다. ‘각성’입니다.”
지오의 눈썹이 꿈틀 했다.
“각성?”
“네, 김태윤을 죽여봤자 시스템은 멈추지 않아요.
이미 자동화되었으니까요. 우리가 노려야 할 건 사용자들이에요.”
현우가 설명을 이어받았다.
“저희가 개발한 바이러스입니다.
‘현실 자각 프로그램’이라고 부르죠.
이걸 시스템에 침투시켜서 강제로 실행하면,
30분 동안 VR 헤드셋이 현실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게 됩니다.”
“행복한 환상 대신... 진짜 현실을 보여준다는 건가?”
수아가 물었다.
“맞습니다. 자신의 썩어가는 몸, 굶주린 가족, 붕괴된 도시...
그 끔찍한 진실을 30분 동안 강제로 보게 만드는 겁니다.
예상 효과는 10% 이상의 각성입니다.”
지오는 침묵했다. 잔인한 방법이었다.
행복에 취해있는 사람들에게 지옥 같은 현실을 들이미는 것. 하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ACT 4: 실행(D-DAY)
2112년 10월 10일
[OPERATION AWAKENING]
TARGET: 12,000,000 ACTIVE USERS(KOREA)
METHOD: FORCED REALITY INJECTION
STATUS: INITIATING
작전이 시작되었다.
준혁 팀은 데이터 센터의 방화벽을 뚫고 들어갔다.
서연 팀은 물리적 보안을 무력화시켰다.
“방화벽 해제 완료. 백도어 개방합니다.”
“바이러스 업로드 시작. 3... 2... 1...”
전국 1,200만 개의 VR 헤드셋에 동시에 신호가 전송되었다.
아름다운 낙원의 풍경이 지지직거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차가운 현실이 드러났다.
ACT 5: 각성 바이러스
서울의 한 아파트.
소파에 누워 미소를 짓고 있던 30대 남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헤드셋 화면 속에서 꽃밭은 사라졌다.
대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 퀭한 눈, 욕창이 생긴 등...
“아아아악!”
비명이 도시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환상이 아닌 현실을 보았다.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거리, 무너진 건물, 그리고 죽어가는 자신을.
[VIRUS EFFECT]
DURATION: 30 MINUTES
IMPACT: 100% VISUAL REPLACEMENT
USER REACTION: EXTREME DISTRESS
ACT 6: 예상치 못한 반응
30분이 지났다. 바이러스 효과가 끝났다.
결과가 모니터에 표시되었다.
[RESULT ANALYSIS]
HEADSET REMOVED: 1,800,000(15%)
HEADSET RETAINED: 10,200,000(85%)
WARNING: RE-IMMERSION RATE HIGH
준혁은 모니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말도 안 돼... 85%가... 다시 썼어? 진실을 봤는데도?”
그들은 보았다.
현실의 고통을 목격한 사람들이, 울부짖으며 다시 헤드셋을 뒤집어쓰는 모습을.
그들에게 현실은 지옥이었고, 가상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거짓인 줄 알아도... 진실보다 낫다는 거야?”
현우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젊은 세대의 첫 번째 작전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절망이었다.
ACT 7: 지오의 가르침
좌절한 젊은이들 뒤로 지오가 다가갔다. 그는 준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고개 들어.”
“실패했어요. 85%가 다시 돌아갔어요. 우린 졌습니다.”
“아니. 숫자를 봐. 180만 명이야.”
지오가 모니터를 가리켰다.
“5년 전, 우리가 목숨을 걸고 구해낸 사람은 4만 7천 명이었어.
그런데 너희는 오늘 하루 만에 180만 명을 구해냈어. 38배야.”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나머지는요?”
“이 싸움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야. 마라톤이지.
각자가 깨어날 때를 기다려야 해.
오늘 너희는 180만 개의 희망을 심은 거야.”
ACT 8: 희망의 씨앗
며칠 후,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헤드셋을 벗어던진 180만 명 중 일부가 저항군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노하고 있었고, 싸우고 싶어 했다.
[RESISTANCE STATUS]
ACTIVE MEMBERS: 247 → 3,847
GROWTH: 1,555%
NEW BASES: 17 LOCATIONS SECURED
지오는 연단에 섰다.
그 앞에는 수천 명의 새로운 저항군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우리는 작지만, 결코 약하지 않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POST-CREDIT SCENE
[김태윤의 집무실]
김태윤은 보고서를 읽으며 미소 짓고 있었다.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김태윤: “15%가 깨어났군요.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깨어난 자들이 다시 잠들 때, 그들은 더 깊은 꿈을 꾸게 되죠.”
[PHASE INFINITY UPDATE]
PROGRESS: 50% → 52%
NEW PROJECT: PHASE OMEGA
STATUS: DEVELOPMENT STARTED
OBJECTIVE: TOTAL CONSCIOUSNESS
INTEGRATION
김태윤: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입니다. 한지오 팀장님.”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