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by 이용주

13화: 오메가의 초대(PHASE OMEGA: THE INVITATION)


2113년 3월 15일 (6개월 후)

서울: ECU 지하 저항군 기지/ 제17거점 “바람막이”

6개월 전, 저항군은 한 번의 ‘각성’을 성공시켰다.
12,000,000명 중 1,800,000명(15%).
그날 이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저항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걸, 모두가 처음으로 체감했다.

그리고 오늘, 김태윤은 그 ‘방향’ 자체를 꺾으려 한다.


새 프로젝트. PHASE OMEGA.
“깨어난 자들이 다시 잠들 때, 더 깊은 꿈을 꾸게 된다.”


[RESISTANCE STATUS UPDATE]

DATE:2113-03-15

ACTIVE MEMBERS: 3,847

NEW BASES:17

AWAKENED CITIZENS (EST.): 1,800,000

RELAPSE SIGNAL:INCREASING

RISK:OMEGA-LEVEL EVENT DETECTED


ACT 1: 금단(Withdrawal)


체육관을 개조한 숙소. 매트 위에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대부분은 “각성자”였다. 헤드셋을 벗어던졌지만, 축복이 아니라 금단이 찾아왔다.

한 남자가 벽을 긁으며 중얼거렸다.


“다시… 다시 써야 해… 그 안이… 더 따뜻했는데…”


박서연(20)은 물 한 컵을 건넸다. 손이 떨리는 사람에게.


“지금이 진짜예요. 숨 쉬고 있어요. 돌아온 거예요.”


남자는 울음을 터뜨렸다.


“돌아왔는데… 여긴 지옥이잖아.”


서연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도 알았다.
각성은 승리가 아니라, 지옥의 문을 여는 일이라는 걸.


ACT 2: 지오의 눈


한지오는 난간에 기대 훈련장을 내려다봤다.
머리 한쪽이 새치로 희어졌다.
전설적인 팀장이 아니라, 전설적인 “버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오.” 레오가 지팡이를 짚고 다가왔다.

“요즘 각성자들이… 다시 흔들려.”


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그들을 깨웠고, 그들은 ‘고통’을 받기 시작했지.”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 또 충격을 줘? 또 각성을 강요해?”


지오는 천천히 말했다.


“현실검증은 치료의 시작이야.
하지만 치료는… 늘 재발과 같이 온다.”


레오가 씁쓸하게 웃었다.


“너, 지금도 의사 말투야.”


지오도 웃었다. 짧게. 따뜻하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을 붙잡는 말뿐이니까.”


ACT 3: 잡음(Noise)


이현우(24)는 ‘영원한 행복’ 네트워크 로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각성 작전 이후, 그는 늘 “다음 업데이트”를 두려워했다.

모니터가 깜빡였다.


“이건… 광고 트래픽이 아니야.”


그가 확대했다.


[NETWORK TRACE]

ORIGIN: UNKNOWN

DELIVERY: OTA FIRMWARE PUSH

TARGET: ALL ETERNAL HAPPINESS DEVICES

PACKAGE NAME: OMEGA_PATCH_v0.1

TAG:"VOLUNTARY"


현우가 이를 악물었다.


“‘자발적’이라… 또 그 단어야.”


강준혁(22)이 뒤에서 다가왔다.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김태윤이 칼을 뽑았네.”

“아직 칼이 아니야.” 현우가 말했다.
“이건… 주사기야. 조용히 찌르는.”


준혁이 결론을 내렸다.


“그럼 우리가 먼저 찔러.”


ACT 4: PHASE OMEGA 발표


그날 밤, 전 세계 스크린에 동일한 영상이 떴다.
공공 전광판, 개인 단말기, 헤드셋 대기 화면까지.

김태윤.
온화한 미소. 그 미소는 이제 사람들에게 안전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여러분, PHASE INFINITY는 절반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깨어나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의 뒤로 그래프가 떠올랐다.


[PHASE OMEGA: ANNOUNCEMENT]

SLOGAN: "NO MORE RELAPSE."

FEATURE: TOTAL CONSCIOUSNESS INTEGRATION

EFFECT: PERMANENT STABILITY

NOTE: ONCE CHOSEN, NO RETURN.


김태윤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꿈은 깨면 끝납니다.
하지만… 오메가는 끝나지 않습니다.”


ACT 5: ‘각성자’ 표적화


다음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각성자들이 길을 걷다가 멈췄다.
광고판이 그들의 이름을 불렀다.


“당신은 버티고 있습니다.”
“당신은 강합니다.”
“하지만 강함은… 아픕니다.”


그 문구는 마치 상담사의 말처럼 부드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당신만을 위한 안정화 옵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PHASE OMEGA – RECOVERY SESSION


서연이 이를 갈았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다시 납치하는 거네.”


준혁이 말했다.


“이번엔 납치가 아니야. 초대지.”


현우가 덧붙였다.


“초대장을 받으면… 인간은 스스로 문을 열거든.”


ACT 6: 내부 충돌 – “구원인가 폭력인가”


작전회의실.
저항군은 커졌지만, 커질수록 균열도 커졌다.

준혁이 테이블 위에 도면을 펼쳤다.


“OMEGA_PATCH가 배포되면 끝이야.
돌아오지 못해. 영구 통합이라고.”


지오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네 방법은?”


준혁이 눈을 들었다.


“김태윤 본부를 날리자.
이번엔 24시간 차단 같은 ‘상징’이 아니라… 완전 파괴.”


레오가 반발했다.


“그렇게 하면 민간인도 같이 죽어.”


준혁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금도 죽어요.
단지… 행복한 얼굴로 죽을 뿐.”


회의실 공기가 얼었다.
지오가 결론을 미뤘다.


“오늘은 결론 안 낸다.”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어.”


ACT 7: 제17거점 “바람막이”


새벽. 지오, 서연, 현우가 제17거점으로 이동했다.
각성자들이 모이는 임시 피난처였다.

그곳에 한 소녀가 있었다. 17살.
머리는 헝클어졌고, 눈은 맑았다. 너무 맑아서 위험해 보였다.


“저… 다시 쓰고 싶어요.”


서연이 놀라 물었다.


“왜? 넌 벗었잖아.”


소녀가 웃었다. 행복한 미소가 아니라, 탈진한 미소였다.


“현실은… 매일 나를 죽이잖아요.
오메가에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면서요.”


지오가 천천히 다가갔다.


“오메가는 ‘안정’이 아니라 ‘종료’야.”


소녀가 되물었다.


“종료가 왜 나빠요? 끝내고 싶어요.
저는… 더 이상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지오는 잠깐 말이 막혔다.
그리고 아주 작게,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


“그럼 내가 대신 선택해 줄게.”


ACT 8: 첫 번째 오메가 케이스


그날 밤, 제17거점 밖에서 소란이 났다.


“사람 쓰러졌어요!”


달려가 보니 성인 남성이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초점이 없었다.
웃고 있었다. 아주 환하게.

현우가 장비로 신호를 스캔했다.


“이상해… 헤드셋이 없어.”


서연이 급히 주변을 봤다.


“그럼 어떻게…?”


현우의 화면에 경고가 떴다.


[OMEGA SIGNATURE DETECTED]

MODE: HEADSET-LESS

CHANNEL: ULTRALOW FREQUENCY / SUBNET

STATUS: INTEGRATION STARTED

REVERSIBLE: NO DATA


레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메가는… 이제 헤드셋도 필요 없다는 거냐?”


현우가 이를 악물었다.


“김태윤이… 네트워크를 ‘환경’으로 만들고 있어.”


ACT 9: 72시간


준혁이 기지로 돌아왔다.
그 손엔 저장 모듈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손등이 살짝 찢겨 있었다.


“뭐야 그건?” 서연이 묻자, 준혁이 짧게 답했다.

“오메가 패치 샘플.”


지오가 천천히 모듈을 받았다.

현우가 분석을 돌리자, 화면에 단 하나의 숫자가 떴다.


[OMEGA EVENT TIMER]

T-72:00:00

TARGET: AWAKENED POPULATION PRIORITY

MESSAGE:"RELAPSE IS HUMAN. OMEGA IS MERCY."


지오가 숨을 들이켰다.


“72시간…”


서연이 주먹을 꽉 쥐었다.


“또 72시간이야.”


준혁이 말했다.


“이제 선택해야 해요, 팀장님.”


지오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리고 아주 조용히, 결정했다.


“우린… 오메가를 ‘막는’ 게 아니라…
오메가가 ‘사람을 데려가기 전에’ 사람을 먼저 데려온다.”


ACT 10: 새로운 작전명


지오가 화이트보드에 작전명을 썼다.


OPERATION: SHELTER

(피난처 작전)

“72시간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각성자를 보호한다.”
“동시에… 오메가 패치의 ‘근원’을 찾는다.”


레오가 묻는다.


“근원은 어디야?”


현우가 답했다.


“분산 노드.”
“김태윤이 ‘전 세계 847개 노드’라고 말했던 그 구조.”


준혁이 웃었다.


“좋네. 이번엔 건물 하나가 아니라… 세상을 털어야겠군.”


지오가 마지막으로 말한다.


“그래도 우린 인간 방식으로 한다.
사람을 살리는 방식으로.”


POST-CREDIT SCENE


어딘가의 조용한 ‘영원한 행복’ 연구실.
김태윤은 벽면의 거대한 파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형 아래 문구.


OMEGA: HEADSET-LESS STAGE


김태윤이 미소 지었다.


“각성은 인간의 본능이죠.”
“하지만 인간은… 고통을 오래 견디지 못합니다.”


그의 뒤에서, 기계음과 사람 목소리가 겹쳐진 음성이 울렸다.


“OMEGA READY.”


김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시작합시다.”


화면이 꺼지며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PHASE OMEGA

T-72:00:00

"THIS TIME, THEY WILL THANK YOU."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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