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by 이용주

16화: 신들의 황혼(Ragnarok Part 2)


2114년 1월 15일(D-DAY)


스발바르 지하 2.5KM: 제1 구역


거대한 티타늄 문 앞에 선 10명의 생존자들.

그들의 숨소리만이 차가운 공기를 갈랐다.

문 옆의 패널에 붉은색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LEVEL 1: DECIBEL]

TIME REMAINING: 29:59

PENALTY: NEURO-TOXIN RELEASE


준혁이 패널 앞에 섰다. 10자리의 암호 입력창.

힌트는 없었다.

오직 김태윤의 목소리가 남긴 ‘게임’이라는 단어뿐이었다.


ACT 1: 준혁의 천재성


준혁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단순히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패턴을 읽어내려 했다.


‘김태윤은 감정을 수치화하는 것을 즐겼어. 그가 가장 사랑했던 수의 체계...

소수(Prime Number). 하지만 평범한 소수가 아냐.’


준혁은 기억을 더듬었다.

삼촌 민우가 남긴 김태윤의 초기 연구 노트들.

그곳에 적혀 있던 기이한 수식들.


“감정을 소수로 변환한다... 기쁨은 3, 슬픔은 7... 그렇다면 공포는?”


시간은 15분이 지나고 있었다.

지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준혁을 재촉하지 않았다.


“찾았다.”


준혁의 손가락이 키패드를 두드렸다. [3719284657]

삐빅 – 하는 소리와 함께 녹색 불이 들어왔다.


ACCESS GRANTED

DOOR UNLOCKING...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10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음 구역으로 발을 옮겼다.


ACT 2: 두 번째 관문 - 희생의 방


두 번째 방은 훨씬 넓었다.

하지만 그 중앙에 놓인 것이 모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대한 황금색 저울이었다.


“LEVEL 2: SACRIFICE.

다음 문을 열려면 저울에 정확히 100kg의 생명을 올려야 합니다.

시간제한은 10분입니다.”


김태윤의 목소리가 천장에서 울려 퍼졌다.

저울 아래에는 시커먼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 톱날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묵이 흘렀다. 100kg의 생명. 그것은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했다.


ACT 3: 자원자


누가 죽을 것인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치던 그때,

한 대원이 앞으로 나섰다.

박민석, 34세. 그는 품에서 구겨진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저는... 가족이 이미 Phase Omega에 갔습니다.

남은 게 없어요.”

“안 돼! 민석아!”


지오가 그를 말리려 했지만, 민석은 고개를 저었다.


“팀장님, 코어를 부숴주세요. 제 몫까지... 부탁드립니다.”


민석은 망설임 없이 저울 위로 올라갔다. 덜컥 – 하는 소리와 함께 저울이 기울어졌고,

맞은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비명소리는 짧았다. 남은 9명은 눈을 질끈 감았다.


ACT 4: 세 번째 관문 – 트롤리 딜레마


세 번째 방은 구조가 기이했다.

방은 투명한 강화유리 벽으로 둘로 나뉘어 있었다.

9명의 생존자는 강제로 두 그룹으로 분리되었다.


왼쪽 방: 준혁, 서연, 현우, 그리고 대원 3명(총 6명)

오른쪽 방: 지오, 대원 2명(총 3명)


LEVEL 3: CHOICE

RULES: ONLY ONE ROOM SURVIVES

SELECTOR: JIO HAN


“고전적인 딜레마죠. 트롤리 딜레마.

자, 한지오 팀장님. 어느 쪽을 살리시겠습니까?

다수입니까, 아니면 본인입니까? 시간은 5분입니다.”


지오 앞에 놓인 두 개의 버튼.

왼쪽 버튼을 누르면 지오가 있는 방이 죽고,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준혁과 대원 3명이 죽는다.


ACT 5: 지오의 선택


지오의 손은 떨렸다. 유리 너머로 준혁이 소리치고 있었다.

방음벽 때문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모양은 분명했다.


‘저희를 죽이세요! 팀장님이 사셔야 합니다!’


아니었다. 준혁은 반대로 말하고 있었다.


‘저희를 선택하세요! 코어 파괴는 제가 해야 해요!’


지오는 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현우는 주먹으로 유리를 치고 있었다.


‘19년... 너무 오래 살았어.’


카운트다운이 10초 남았다.

지오는 눈물을 흘리며 준혁을 향해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왼쪽 버튼을 눌렀다.


“준혁아, 부탁한다... 코어를...”


ACT 6: 지오의 희생


구구궁 – 하는 소리와 함께 지오가 있는 오른쪽 방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차가운 북극의 바닷물이었다.


“팀장님!!! 안 돼요!!!”


준혁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문이 열렸지만, 그들은 지오에게 갈 수 없었다.

강화유리 너머로 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지오는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입을 벙긋거렸다.


‘너희들 차례야.’


그것이 전설적인 저항군 리더, 한지오의 마지막이었다.

19년의 전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ACT 7: 분노와 슬픔


남은 사람은 6명. 준혁, 서연, 현우, 그리고 이름 모를 대원 3명.


준혁은 스크린 속의 김태윤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은 말라버렸고, 그 자리에는 타오르는 증오만이 남았다.


“죽여주겠어... 반드시... 내 손으로...”


서연은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현우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가야 해. 팀장님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만들 셈이야?”


그들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코어까지 남은 거리 2km.

아직 7개의 관문이 더 남아 있었다.


에필로그: 18명의 생존자.


50명으로 시작했던 특공대.

현재 생존자는 단 18명뿐이었다.

지오 팀에서 6명, 다른 팀에서 12명. 사망률 64%.

김태윤의 계산보다는 높은 생존율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코어까지 살아서 도달할 확률은 여전히 0에 수렴하고 있었다.


POST-CREDIT SCENE


[코어 중앙 제어실]


김태윤은 모니터에 비친 지오의 시신을 응시했다.

물속에 떠 있는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다.


“한지오... 당신은 훌륭한 적수였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의 마지막 가능성을 보여주었군요.”


그는 시선을 돌려 준혁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게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당신의 제자들을 시험할 차례입니다.

준혁 군... 당신은 삼촌처럼 될까요? 아니면 더 나약할까요?”


[LEVEL 4 – 10: ACTIVATE]

ESTIMATED SURVIVAL: 0%


다음화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블랙필(Black Fe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