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필(Black Feel)

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by 이용주

[OPENING MONTAGE: 뉴스/여론/유출 브리핑]


[긴급 속보] “스발바르 대폭발... ‘영원한 행복’ 전 세계 서비스 일시 중단. 수천만 사용자, 현실로 강제 복귀.”

[특집 분석] “2천만 의식 데이터 소멸... 인류 역사상 최대 ‘디지털 사망’ 사건. 구원인가, 학살인가?”

[거리 인터뷰] “행복이 멈추자, 두시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는 깨어났고, 어떤 이는... 다시 눕기만 했습니다.”

[정부 성명] “국가 기능은 ‘부분 복구’ 단계. 다만 ‘행복 경제’ 체제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공존 프로토콜 유지.”

[SNS 실시간] #라그나로크 #영웅 ECU #살인자 ECU #우리가 선택했잖아 # 내 행복 돌려줘(드렌드 1-5위 동시 점령.

[유가족 연대 발표] “내 가족은 행복했어요. 당신들은 그 행복을 죽였어요.”

[각성자 연대 발표] “내 가족은 살아있던 게 아니었어요. 당신들은 ‘감옥’을 끝냈어요.”

[지하 라디오] “한지오는 죽었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살아남았다. 이제 남은 건... ‘사람을 되찾는 전쟁’이다.”

[ECU 임시 브리핑(녹취 유출)] “신임 팀장 강준혁. 부팀장 박서연. 기술팀장 이현우. 목표는 단 하나 - ‘백업’을 찾는다.”

[화면 암전 자막] “그날, 모두가 한 번씩 같은 질문을 했다. ‘행복이 죄라면, 불행은 정의인가?”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아주 천천히 밝아진다.


“현실”의 빛이, 마치 오래된 상처 위로 조심스럽게 내려앉듯이.


18화: 새로운 시작


2114년 7월 15일(라그나로크로부터 6개월 후)


서울: ECU 신 본부

햇살이 창문 너머로 쏟아져 들어왔다.

지하 벙커가 아닌, 지상의 건물이었다.

지난 6개월간 많은 것이 변했다.

Phase Omega 금지 법안이 통과되었고, 사람들은 조금씩 현실로 돌아오고 있었다.


[ECU STATUS REPORT]

DATE: 2115-07-15

LOCATION: SEOUL HEADQUARTERS

PHASE INFINITY USERS: 78% → 52%(DECREASING)


준혁은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24세. 그는 역사상 최연소 ECU 팀장이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날이 올 줄 몰랐어.’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 코어의 폭발, 그리고 지오의 죽음.


ACT 1: 준혁의 일상


사무실 문이 열리고 서연이 들어왔다.

그녀는 이제 부팀장이었다.

준서 오빠를 잃은 슬픔을 딛고, 그녀는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팀장님, 오늘 일정 확인하실래요?

오후에 국회 청문회 준비가 있습니다.”

“고마워, 서연아. 아니, 부팀장님.”


준혁이 미소 지었다.

현우도 태블릿을 들고 들어왔다.

그는 기술팀장을 맡고 있었다.


“시스템 이상 없습니다.

전 세계 네트워크 모니터링 중인데, 특이사항은 없네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일 정도로.


ACT 2: 레오의 은퇴


오후에 준혁은 레오를 찾아갔다.

레오는 본부 뒤편의 정원에 앉아 있었다.

지오의 죽음 이후, 그는 급격히 늙어버렸다.

이제 지팡이 없이는 걷는 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고문님, 건강은 좀 어떠세요?”

“난 이제 쉬고 싶네. 자네가 너무 잘하고 있어서, 내가 할 일이 없어.”


레오의 눈빛은 어딘가 공허했다.

평생을 함께 싸워온 형제를 잃은 상실감은 그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리고 있었다.


“조언이 필요해요. 제가...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요?”

“지오도 자네를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의심하지 말게.”


ACT 3: 불안한 징후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수아가 창백한 얼굴로 준혁의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팀장님! 이상한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현우가 메인 스크린에 데이터를 띄웠다.

전 세계 47개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미약한 신호가 잡히고 있었다.


“이건... Phase Omega의 주파수야. 하지만 코어는 파괴되었잖아?”

“백업 시스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숨겨진.”


준혁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김태윤이?


ACT 4: 첫 번째 사건


3일 후, 부산에서 충격적인 보고가 올라왔다.

Phase Infinity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47%였던 사용자 비율이 단 3일 만에 63%로 치솟았다.


준혁은 즉시 조사팀을 파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새로운 업데이트가 배포되고 있었다.


UPDATE DETECTED

VERSION 2.0: ENHANCED HAPPINESS

STATUS: DOWNLOADING...


누군가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유령이.


ACT 5: Version 2.0의 정체


현우가 밤새워 소스를 역추적했다. 그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찾았어. 발신지는 대서양 해저야. 스발바르에서 3,000km 떨어진 곳.”


준혁은 직감했다. 스발바르의 코어는 미끼였거나,

혹은 수많은 거점 중 하나일 뿐이었다는 것을.


“김태윤은 백업을 하나만 두지 않았어. 다수의 시설이 있었던 거야.”

“이건 함정일 수도 있어요.”


수아가 경고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ACT 6: 출발 전날


출발 전날 밤, 준혁은 지오의 유품인 낡은 시계를 만지작거렸다.

6개월 전, 지오가 마지막으로 차고 있던 것이었다.


“팀장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또다시 희생을 감수해야 할까?”


서연이 들어왔다.


“이번엔 내가 남을게. 본부를 지켜야 해. 네가 돌아올 곳이 있어야지.”

“고마워, 서연아.”


현우가 문틀에 기대어 물었다.


“준비됐어?”

“아니. 하지만 가야지.”


ACT 7: 출발


2114년 7월 20일.

준혁과 현우, 그리고 8명의 정예 요원이 잠수함에 올랐다.

목적지는 대서양 해저 시설. 레오가 배웅을 나왔다.


“부탁한다. 이번엔... 모두 살아서 돌아오게.”


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수함의 해치는 닫히고, 그들은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에필로그: 대서양 해저


5일 후, 수심 3km.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해저 도시였다.

스발바르 시설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였다.

입구에는 환영 인사가 적혀 있었다.


WELCOME TO PHASE OMEGA 2.0


“또 함정이야.”


준혁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전진 명령을 내렸다.


POST-CREDIT SCENE


시설 내부의 거대한 스크린이 켜졌다.

그곳에는 김태윤의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6개월 전과는 달랐다. 더 차갑고, 더 기계적인 모습이었다.


“어서 오세요, 강준혁 팀장님. 6개월 만이군요.

제가 정말 그렇게 쉽게 죽을 줄 아셨나요?”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Version 2.0은 제 선물입니다. 이번엔 당신이 선택하세요.

3,200만 명을 또 죽일 건가요? 아니면... 저와 협상할 건가요?'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스크린에 숫자가 떠올랐다.


[PHASE OMEGA 2.0 USERS: 32,847,293]

[ESTIMATED GROWTH: 100M IN 30 DAYS]


다음화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블랙필(Black Fe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