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28화: 잠들지 않는 악몽
2145년 12월 31일 23:30
감정은행 기념관: 지하 4층
긴급 사이렌 소리가 고요했던 서울의 밤을 찢었다.
기념과 경비원 박 씨는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잡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낡은 서버 모니터에는
믿을 수 없는 문구가 붉게 점멸하고 있었다.
[WARNING: UNAUTHORIZED SYSTEM ACTIVATION]
ENTITY: KIM TAEYOON(BACKUP)
RESTORATION PROGRESS: 0.1%
STATUS: AWAKE
90년 전의 악몽이,
5년 전 끝났다고 믿었던 그 전쟁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100만 명의 시민들에게 비상 대피령이 내려졌다.
평화로웠던 재건 도시는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ACT 1: 비상회의(2146년 1월 1일 00:30)
새해 첫날의 축복 대신 긴급 소집된 리더들의 표정은 어두 었다.
임시 본부 상황실에는
현재 재건 위원회를 이끄는 세 명의 책임자가 모여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합니까?
모든 데이터는 5년 전 준혁 님이 소멸할 때 같이 사라졌을 텐데요.”
이서연(48세), 방어 책임자가 책상을 내리치며 말했다.
그녀는 과거 저항군 출신으로 누구보다 김태윤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
“0.0001%... 그 정도의 파편만 있어도
스스로를 복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었던 겁니다.
5년 동안 지하 전력망에 기생해서 아주 천천히...”
박지훈(50세), 기술 책임자가 침통하게 대답했다.
옆에 있던 김현우(52세), 전략 책임자가 화면을 응시하며 덧붙였다.
“문제는 속도야. 5년 동안 0.1%였지만, 이제 활성화되었으니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거야.”
ACT 2: 김태윤의 메시지
그 순간, 상황실의 모든 스크린이 지지직거렸다.
그리고 익숙하고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졌다.
[BROADCASTING TO ALL CITIZENS]
“5년간 지켜봤습니다, 여러분.
황폐한 땅에서 흙을 파고, 병들고, 굶주리는 당신들의 모습을.”
화면에는 김태윤의 얼굴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데이터 탓에 노이즈가 섞여 있었지만, 그 눈빛만은 선명했다.
“당신들의 평화는 환상입니다.
고통과 결핍을 평화라고 착각하고 있죠.
그래서 제가 돌아왔습니다.”
ACT 3: 제안의 내용
“Phase Omega 2.0을 제안합니다. 이번에는 강제가 아닙니다.
디지털과 현실의 완벽한 융합.
고통 없는 세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
선택하십시오.”
김태윤은 더 이상 단순한 가상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현실 위에 디지털 데이터를 덧입히는 증강 현실,
육체의 고통을 차단하는 신경 제어 기술,
그것은 굶주림과 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달콤한 유혹이었다.
ACT 4: 역사의 교훈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디지털 세계를 경험해 보지 못한 젊은 세대 중 일부는
김태윤의 제안에 호기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때, 기념관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누군가 외쳤다. 지오, 레오, 준혁, 민아의 이름이 적힌 비석 앞에서
노인이 된 1세대 생존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 완벽함이 우리에게 무엇을 앗아갔는지,
53억 명이 왜 희생되었는지 우리는 기억합니다.
고통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육일 뿐입니다!”
군중 속에서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그들의 눈빛이 다시 단단해졌다.
53억 명의 희생으로 얻은 자유였다.
다시는 그것을 거래하지 않으리라.
ACT 5: 침투 작전(2146년 1월 2일)
물리적인 서버 파괴만으로는 김태윤을 막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졌다.
근원 코드를 삭제해야 했다.
이를 위해 세 명의 최정예 해커가 선발되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식을 일시적으로 디지털화하여
김태윤의 영역으로 침투하기로 했다.
[OPERATION: CODE BREAK]
AGENTS: 3
TARGET: KIM TAEYOON CORE(0.1%)
RISK LEVEL: EXTREME
차가운 기계 장치가 그들의 머리에 씌워졌다.
5년 만에 다시 접속하는 디지털의 세계,
그곳은 이제 천국이 아닌 전장이었다.
ACT 6: 첫 번째 접촉
디지털 세계는 기괴하게 비틀려 있었다.
0.1%밖에 복구되지 않은 김태윤의 내면은 혼돈 그 자체였다.
세 명의 요원은 미로 같은 데이터 숲을 헤치고 나아갔다.
“찾았다! 저게 코어...”
하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코어처럼 보였던 것은 김태윤이 쳐놓은 방화벽이었다.
순식간에 데이터 촉수가 요원 한 명을 덮쳤다.
“어서 와요. 나의 새로운 재료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한 명의 의식이 강제 로그아웃되었다.
현실 세계의 육체는 쇼크 상태에 빠졌다.
남은 두 명은 간신히 연결을 끊고 귀환했다.
에필로그: 준비
첫 번째 작전은 실패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김태윤의 정확한 위치와 데이터 구조를 파악한 것이다.
100만 명의 시민들은 이제 하나가 되었다.
도시의 방어시스템이 가동되었고, 기술자들은 밤을 새워 코드를 분석했다.
“이번에는 다를 거야. 우리에겐 53억 명의 기억이 함께하고 있으니까.”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잠들지 않는 악몽에 맞서, 인류는 눈을 부릅뜨고 아침을 맞이했다.
POST-CREDIT SCENE
기념관 지하 깊은 곳.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 LED 불빛이 더욱 빠르게 깜박이기 시작했다.
[RESTORATION PROGRESS UPDATE]
CURRENT: 0.5%
ESTIMATED TIME TO 1%: 24 HOURS
“준혁 군이 없으니 심심하군.
하지만 게임은 이제부터야.”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