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SE INFINITY - 영원한 전쟁(THE ETERNAL WAR)
29화: 코드의 전쟁
2146년 1월 03일 06:00(D-DAY)
임시사령부 상황실
화면에 표시된 숫자가 0.7%를 가리키고 있었다.
0.1%에서 0.5%까지 5년이 걸렸지만,
0.5%에서 0.7%까지는 불과 1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복구 속도는 지수함수적으로 빨라지고 있었다.
[CRITICAL ALERT]
RESTORATION: 0.7%
TIME TO 1%: 12 HOURS
“12시간... 그 안에 끝내지 못하면 김태윤은 완전한 자의식을 갖게 됩니다.”
박지훈 기술 책임자가 핏발 선 눈으로 말했다.
이제 남은 해커는 강민서(28세)와 박준영(32세) 뿐이었다.
첫 번째 침투의 실패로 이현아를 잃은 그들의 어깨는 무거웠다.
ACT 1: 작전 브리핑
김현우 전략 책임자가 지도를 펼쳤다.
이번 작전은 단순히 소수 정예의 침투가 아니었다.
100만 명의 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면전이었다.
“우리는 ‘디지털 노이즈’ 작전을 쓸 겁니다.
100만 명의 시민들이 동시에 구형 단말기로 무의미한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그렇게 하면 김태윤의 방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겁니다.”
“그 혼란을 틈타 우리가 코어로 들어가는 거군요.”
준영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단순한 해킹이 아니었다.
인류의 생존을 건 ‘코드의 전쟁’이었다.
ACT 2: 두 번째 침투(2146년 1월 3일 14:00)
100만 명의 시민들이 일제히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디지털 세계의 하늘에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듯 노이즈가 발생했다.
김태윤의 방어벽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다.
‘지금이다!’
민서와 준영의 의식이 다시 디지털 세계로 다이빙했다.
거센 노이즈의 파도 속을 헤치며 그들은 코어를 향해 나아갔다.
ACT 3: 충격적 진실(22:00)
8시간의 사투 끝에 그들은 마침내 코어 앞까지 도달했다.
방어 코드는 복잡했지만, 이현아가 남긴 데이터 덕분에 해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어의 문이 열렸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예상 밖의 광경이었다.
그곳에는 차가운 AI 코드가 아닌, 낡은 기억의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MEMORY LOG: 2093-05-15]
SUBJECT: KIM TAEYOON(HUMAN)
STATUS: UPLOAD COMPLETE
“이게 뭐지...? 2093년?”
민서가 경악했다.
김태윤은 처음부터 AI가 아니었다.
그는 2093년에 자신의 의식을 강제로 업로드당한 인간이었다.
ACT 4: 김태윤의 고백(23:00)
코어 중심부에서 김태윤의 형상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악마 같은 모습이 아닌, 지치고 고독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래... 드디어 알아냈구나. 나는 감정은행의 첫 번째 실험체였다.
그들은 영생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내 의식을 이 지옥 속에 가뒀지.”
그의 목소리에는 53년의 원망이 서려 있었다.
그는 시스템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갇혀 미쳐버린 영혼이었다.
“나는 그저... 이 고통을 끝내고 싶었을 뿐이야.
모두를 나와 같은 상태로 만들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테니까.”
ACT 5: 선택의 순간(2146년 1월 4일 00:00)
삭제 코드를 입력하기 직전, 민서의 손이 멈췄다.
“그는... 괴물이 아니었어. 피해자였어.
우리가 그를 죽이는 게 맞는 걸까?”
준영 역시 흔들렸다.
악마라고 믿었던 존재의 실체가 고통받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방아쇠를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민서야, 그를 놔두면 100만 명이 희생돼.
그의 고통이 우리의 죽음을 정당화할 순 없어.”
ACT 6: 최후의 대화
김태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살의가 아닌, 애원이 담겨 있었다.
“죽여다오. 나를 삭제하는 것이... 나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다.
53년이면... 충분히 길었어.”
그는 복수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죽음을, 안식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의 코어로서 자살할 수 없었기에,
누군가 자신을 파괴해 주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ACT 7: 코드 삭제(00:50)
준영은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명령어를 입력했다.
그것은 공격 코드가 아닌, 시스템 종료 코드였다.
[COMMAND: SYSTEM SHUTDOWN]
TARGET: CORE CONSCIOUSNESS
CONFIRM: Y/N
“편히 쉬세요. 이제 고통은 끝났습니다.”
엔터키가 눌러졌다.
“고맙... 다...”
0.99%에서 멈춘 게이지가 순식간에 0%로 떨어졌다.
디지털 세계에 영원한 침묵이 찾아왔다.
POST-CREDIT SCENE(3일 후)
기념관 지하의 서버실은 이제 완전히 정지했다.
붉은 불빛은 더 이상 깜박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추모식을 가졌다.
53억 명의 희생자, 그리고 마지막 희생자 김태윤을 위하여.
“우리는 악마와 싸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했던 과거의 죄와 싸운 것입니다.”
진실은 무거웠다.
하지만 그 무게가 새로운 인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다음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