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2차 vs 시험관
인공수정은 안됐다. 결과를 이미 알면서도, '수치가 0'이라는 말을 듣자 다시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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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 2차를 할지, 시험관을 시작할지 선택해야 했다. 병원의 의견으론 남성 원인이고 아내는 난소도 건강하고 자궁도 문제 없으니 시험관을 바로 하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시험관을 하게 될 경우의 전체적인 프로세스와 일정, 비용 등을 확인했다. 남편과 나는 주말동안 각자 고민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는 각잡고 놀았다. 곧 찾아올 생리 전, 아무 처방도 없는 지금의 컨디션을 즐겨야 한다! 하면서. 낯선 카페에 가 새로운 메뉴를 맛보고, 평소 가보고 싶던 맛집을 들렀으며, 넓은 공원에 가 산책을 하고, 쇼핑도 팍팍 했고, 미뤄뒀던 러닝과 헬스도 했다.
생각보다 적은 고민으로 결심이 섰다. 마음이 똑같이 모아졌다. 혹여 내 의사에 휘둘릴까봐 남편의 생각을 먼저 물어봤는데, 내 의견과 완전히 같았다. 다행이었고, 역시나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고생해서 하는 거, 더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싶다.' 시험관을 하기로 했다.
최고의 타이밍, 적절한 컨디션, 정말 될 줄 알았던 인공수정이 실패했으니, 우리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모였다. 시험관을 주저하는 이유가 두려움이라면, 그러나 그것을 함으로써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두려움을 견뎌보겠다. 인공수정을 택했다가 한 달 뒤에 같은 문제로 고민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앞으로 닥칠 일들이 제법 무섭지만 말이다. 특히, 다음 옵션은 없다는 게 지독하게 잔인하게 느껴졌다. 시험관은 난임시술의 가장 마지막 방법이다. 이게 끝판왕인데, 혹시 안되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 겁에 질린다. 그래도 성공하면 된다. 딱 한 번만.
생리를 시작했다. 이번 주기부터 시작이다. 이틀차, 병원에 가서 얘기했다. 시험관 시술로 결정했다고, 남편과 상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난소와 자궁 상태를 확인하고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를 했다. (시험관 과정 중 난자 채취 시 수면마취를 하다 보니, 심전도 같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과배란 유도 주사제인 고날에프 900ml를 받아왔다. 다음 날부터 첫 주사를 맞으면 정말로 시작이다.
단계별 시술 방법과 행정적 절차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듣고, 자가 주사 사용 방법도 배웠다. 뭐 하나 놓칠 세라 마음이 바빴다. 아참, 잠시 대기 중 간호사가 다가와 옆 사람에게 임신확인서를 받아가라고 했다. 부러움과 동시에 행운이 깃드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곧 될 거다. 받고싶다, 그 확인서. 보냉백에 든 주사제를 가지고 집으로 오는데, 집 앞 다와서 갑자기 울컥했다. 내 인생에 시험관을 하게 될 줄이야. 솔직히 인공수정을 하면서조차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아니, 약간 불안해했지만 그래도 거기까지였다. 상상치 못했던 방향과 깊이로 인생의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문득 외롭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랬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어쩌겠나, 해야지. 마음도 더 단단히 먹고, 몸도 더 튼튼하게 관리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운동도 잘 해야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걱정도 많이 되지만 설렘도 들었다. 문득 이번엔 생리조차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험관은 아무래도 비교적 높은 확률이니, 정말로 이번 생리가 앞으로 약 1년 내 마지막 생리일 수도 있다. 매 달마다 그걸 기대하고 임테기를 해 왔긴 하지만 말이다. 4주 쯤 뒤일까?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때가? (이때까지만 해도 시험관알못이었다...) 임신테스트기의 결과를 볼 생각을 하면 벌써 떨렸다.
상상도 못 해봤다. 시험관을 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