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휘몰아치는 인공수정의 여정

별 희한한 경험들을 한다

by 둘둘

채취한 정액의 농도와 운동성을 높인 뒤 자궁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게 인공수정이다. 과정은 이랬다.
*약의 종류나 양, 일정 등은 당연히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1) 클로미펜을 5일간 복용하며 과배란을 유도하고

2) 초음파로 난포 몇 개가 잘 자라고 있는지와 자궁 내막 상태를 확인한다.

3) 난포를 터지게 하는 오비드렐이라는 배주사를 맞아 24~48시간 후에 배란이 되게끔 한다.

4) 배란 상태와 자궁 내막 두께를 체크한 후 인공수정 시술을 한다. (밤 10시 오비드렐을 맞았고, 이틀 뒤 정오 무렵 시술했다.) 인공수정 당일 남편이 함께 가거나 남편 홀로라도 미리 병원을 들러야 한다.




처음 느꼈다. 배란통이라는 것. 배란이 되는 것을 이토록 아프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인공수정을 앞둔 전날 새벽에 통증이 너무 심해 깼다. 새벽 두시였나. 허리가 부러질 것 같고, 정확하게 난소 위치가 불에 타는 듯했다. 아랫배는 묵직하고 무거웠다. 끙끙대다가 겨우 잠에 들었다. 아침 일찍 깨서도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생리통과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달랐다. 일단 위치가 정확히 난소 쪽이고, 찌릿하고 뜨거운 새로운 통증이었다. 뱃속에 손을 넣고 양쪽 난소를 번갈아가며 당기고 쥐어짜는 느낌.


오전 9시 반 경 병원에 도착했다. 남편의 정액을 채취했다. 전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려 그 사이 밥을 먹고 왔다. 다시 병원에 도착해 초음파 진료를 하고 외에도 정자 운동성 98%로 올렸다는 전처리 결과까지 듣는다. 선생님이 보시기에도, 얄팍한 내 지식으로도 내 상태는 최상이었다. 자궁 두께는 1.26cm로 딱 좋고, 잘 자란 난포 3개 중 2개가 배란될 예정이었는데(1개는 덜 커서 아쉽게도 배란이 안됐다.) 시술 전 1개는 배란 직후였고, 1개는 배란 직전으로 추정되는 상태. 배란된 난자와도, 배란될 난자와도 수정이 될 수 있는 상태. (아니, 그러면 그 통증은 고작 1개를 배란시키는 통증이었다고?)


시술이 시작됐다. 진료실 옆에 있는 정밀초음파실에서 환복 후 무릎을 세워 눕자 준비는 끝났다. 카테터를 넣고 자궁강으로 정자를 넣어줬다. 조영술보다는 덜하지만 불편하고 뻐근-한 고통이 있었다. 그래도 찰나였다. 그 상태 그대로 베개를 위쪽으로 옮겨 편안히 누웠다. 시술은 잘 됐고, 관계는 오늘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고 했다. 간호사가 질정을 가져왔고 넣는 방법을 설명해줬다. 인공수정 후 주의사항은 특별할 게 없다. 무리만 안하면 된다. 수정이 잘 되면 5~7일 후 착상되며, 14일 후 피검사로 임신을 확인한다. 긴장이 됐다.


10분 정도 누워있다가 나가라고 했는데, 부르지 않길래 30분 정도 있었다. 딱 30분 넘어 주섬주섬 옷과 약을 챙겨서 나왔다. 피검사를 예약했다. 시술을 마치고 차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도 계속해서 통증이 있었다. 불쾌하고 불편한, 난소 통증. 아랫배가 너무 무겁다. 당기고 찌릿하고 저리고 뻐근하고. 허리도 배배 꼬인다. 바깥으로 액체가 흘러 나오는 기분은 없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집에 와서 냅다 누웠다. 컨디션이 너무 안좋았다.


푸지게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통증이 덜하다. 오후 중에 마저 배란이 된 것 같다. 어젯밤에서 오늘 아침 사이, 그리고 오늘 오후에 각기 배란이 됐나 보다. 선생님 말씀대로 좋은 타이밍이다. 수정도 착상도 임신도 건강한 아기 출산도 이번에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더했다. 처방받은 프로게스테론 질정을 밤마다 꾸준히 넣었다. (아 참, 하루 그냥 잠들어서 아침에 넣은 적이 있긴 했다. 아침에 정말 당황했었다.)


피검사는 2주 뒤였다. 자연임신과 동일한 싸이클이다. 걷는 게 도움이 된다 하여 산책을 많이 했다. 매일 5천보는 걸으려고 노력했다. 산책을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했다. 평일에는 전과 다를 것 없이 일을 했고, 저녁과 주말에는 책도 읽고 남편과 데이트도 하며 기분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주의를 분산시키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자주(혹은 계속) "지금 잘 되어 가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오르곤 했다. 2주는 길다. 난임인들의 성지와 같다는 유명 맘카페를 들락거리고 인터넷 서칭을 반복했다.


특히 그 배경엔 '증상'이 한 몫 했다. 소위 '착상 증상'이라고 부르는 증상들이었다. 아, 착상통이란 이것이구나? 그것들은 내 관심을 기대로 증폭시켰다. 게다가 아주 세트로 나타났다. 검색해 나온 결과가 족족 내 이야기였다. 사타구니가 당기거나 콕콕 쑤시는 것, 가슴(정확히는 유두) 쓰라림, 미열, 뾰루지, 간헐적인 현기증, 허리 통증, 명치 답답, 허기짐 등. 어찌 기대를 안할 수가 있나?


피검사 직전까지 참으려 했었는데, 못참고 11일차에 얼리 테스트기를 했다. 할까 말까 하며 아침부터 참고 참다가 도저히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어서 오후에 해버리고 말았다. 너무 너무 떨려서 확인을 하는데 손이 떨릴 정도였다. 명백한 한 줄이었다. 당황스러웠다. 이럴 리가 없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려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한줄이다가 두줄로 바뀐 케이스 따위를 검색해보고, 다른 테스터로 다시 해보고. 두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눈물이 났다.


인공수정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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