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공수정 전날

인공수정을 앞두고 썼던 단상

by 둘둘

나도 내가 이럴 줄 몰랐다. 막막하다. 세상에 계획 대로 되는 일이 잘 없다지만 임신에 있어서는 정말로 그렇다. 열심히 노력하거나, 마음을 굳게 먹거나, 밤새 공부를 하거나, 손과 발을 열심히 굴리거나, 누군가에게 조언과 도움을 구하거나 하는, 애써서 뭔가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낼 수 없는 영역이다. 고로 나는 무력하다.




또다시 생리를 시작하기 전, 임신을 했다는 착각 속에 며칠을 살았다. 가슴 통증이며 미열, 난소 쪽 콕콕거리는 통증이 인터넷에서 본 '착상 증상'과 유사했다. 확인 가능한 시점이 됐을 때, 부러 동영상을 녹화해둔 채 남편과 함께 임신테스트기를 들췄다. 내심 확신하고 있었다. 임신을 확인하고 감격하는 모습을 남겨두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영 애매했다. 이리 저리 각도를 달리 하며 '매직아이'로 나머지 한 줄을 찾았다. 애매하게 보이는 희미한 시약선을 가리키며, 아직 초기라 잘 안보이지만 두 줄인 것 같다는 내 말을, 남편은 '아쉽지만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나는 믿었다. 어쩐지 설레는 마음으로 몸가짐을 조심했다. 다음날부터 3일 간, 다섯 개의 임신테스트기에서 내리 한 줄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괜히 뛰고 싶어 헬스장에 갔다. 트레드밀 앞 TV에는 다큐3일 한화이글스 편 패전 투수의 멘트가 떠 있었다. "아쉽지만 그 경기에선 최선을 다했음을 받아들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 그것밖에 할 게 있겠나요."


내일은 인공수정 시술일. 난임병원을 다닌 지 석 달. 지난 달까진 배란유도제를 먹고 초음파를 보고 배란일을 조절하는 주사를 맞는 보조를 하며 임신을 시도했다. 임신을 위한 진정한 ‘인공의’ ‘시술’ 영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수정은 실은 '인공 성관계'에 가깝다. 채취한 정자의 활동성을 높이는 전처리를 한 후, 배란이 임박하거나 배란 직후인 자궁 속에 정자를 주입한다. 수정은 하늘의 뜻에 맡긴다. 배란 타이밍에 맞춰 정자를 최대한 나팔관 근처까지 데려다 놓으므로 수정 가능성은 비교적 높아진다. 실제 수정 및 착상이 됐는지는 열흘에서 2주 후에 확인할 수 있다.


이걸 위해서 생리 3일째부터 배란유도제를 먹었다. 이번엔 클로미펜 정으로 처방 받았다. 페마라에 부작용이 있었어서다. 클로미펜 또한 두통, 복통 외에도 드물지만 망막이 박리되어 시야가 흐려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알고도 먹었다. 초음파로 난포의 성장을 확인했다. 오른쪽 2개, 왼쪽 1개. 양쪽에서 난자가 자랐다. 최대 세 개가 배란될 예정이다.


시술일 이틀 전인 어제, 밤에 집에서 직접 배에 주사를 놨다. 시술시간에 맞춰 배란이 될 수 있게 하는 주사다. 몸에 주사를 놓은 것은 처음이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도 했다. 시술은 내일 정오다. 요 며칠 양쪽 난소가 아프다. 걷다가도 쑤시고 누워있다가도 당긴다. 약간의 기분 저하와 쏟아지는 잠도 호르몬 영향이 있는 듯하다. 어제는 갑작스런 통증과 분비물로 인해, 혹시 시술 전 조기배란이 됐을까봐 급히 병원에 방문하기도 했다. (문제는 없었다.) 시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한 운동을 피하고 음식을 조심할 텐데, 이 시술을 위해 도합 한 달 동안 온통 몸과 기분의 변화를 느끼고 불안과 걱정을 하며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얼마나 피로하고 온 정신을 뺏기는 일인지 직접 해보기 전까진 몰랐다.


이번달은 정말 임신이 됐었다 생각했어선지 더 간절해진다. 그래도 다시 힘을 내 본다. 인공수정이 나의 마지막 난임 시술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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