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난자 채취와 후폭풍 (1/2)

마지막이길 바라는 첫 경험

by 둘둘

1) 채취: 무섭다.


그러니까 완벽하게 첫 경험이다. 마지막이길 바라는 첫 경험. 과배란 주사를 맞을 때까지만 해도, 그래 할 만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병원에 이리도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하는 거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후 과정도 이런 정도의 난이도라면 못할 것도 없지 싶었다.


난자 채취는 질을 통해 이루어진다. 초음파와 함께 바늘을 삽입해, 질을 뚫고 난소 안에 있는 난포의 액체를 밖으로 빼낸다. 그 안에 난자가 있다. 과배란된 난포의 갯수에 따라 채취되는 난자가 정해진다. 비어 있는 난포(공난포)나 미처 온전하게 자라지 못한 난포가 있을 수 있기에, 채취된 난자의 수는 자란 난포의 개수와 반드시 같지는 않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병원행. 예정된 시술 시간보다 30분 전 내원을 하라기에 먼저 진료를 볼 줄 알았다. 도착한지 몇 분 안되어 이름이 불리고 남편과 함께 따라간 그곳은 수술실. 이 갑작스런 부름에, 수술센터 밖까지 나를 인도해준 간호사와 수술실 안 나를 부르는 파란 수술복의 간호사 사이 문틈에서 남편과 애틋한 작별 인사를 했다. 컨디션은 괜찮냐는 물음에 얼떨결에 네라고 대답하며 들어가는 가슴은 콩닥콩닥. 처음이라 긴장되시겠지만 괜찮아요.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에요. (그렇다. 난자 채취는 수면마취 후에 한다.)


짐을 보관하고 모든 옷을 탈의하고 헐렁한 원피스를 입었다. 간호사가 건네는 수술모자도 썼다. 지시대로 소변을 보고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웬 새로운 풍경. 파란 옷의 간호사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고, 회색 커튼이 드리워진 침대도 꽤 빼곡하다. 이미 시술이 끝났거나 시술할 예정인 다른 환자들도 몇몇 있는 것 같다. 이런저런 설명을 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누우라는 대로 자리에 눕자 이불이 덮인다. 하늘색 수술모자와 마스크 사이 반달눈을 한 간호사가 와서 이름, 생년월일, 남편 이름, 담당의사 이름, 몸무게를 묻는다. 컨디션을 묻는다. 요람에 누운 아기가 된 듯 하다. 간호사가 왼팔의 정맥을 찾는다. 수액을 꽂는다. 이젠 병실에 누운 환자가 분명하다.


쿵쿵 뛰는 심장이 생경하다. 주변 말소리에 예민해진다. 옆 자리도 아마 비슷한 시술들일 텐데 뭐라고 하는지 자세히 듣고 싶다. 잘 안 들린다. 정신이 드세요? 같은 건 들린다. 앞으로 펼쳐질 일이 무서워서 눈물이 고인다.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아기를 얻어야 하는구나. 진짜 아기 낳을 때도 또 이렇게 누워있으면 얼마나 무서울까. 아기를 낳을 수는 있는 걸까. 시험관을 여러 차례 한 주변 언니와 친구는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겪고 있었던 걸까. 이제서야 그들을 진심으로 걱정한다. 입에 발린 대단하다, 고생하다, 가 이제는 안 나올 것 같다. 마음 속 깊은 응원으로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제 연구소가 준비되었다고 한다. 옆방인 수술방으로 걸어간다.


수술방은 그러니까, 고문실같이 생겼다. 좋게 보자면 엄청 청결한 고문실. 일단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아서 구분이 되지 않는 파란 간호사 세 명이 나를 맞이한다. 넓지 않은 방 가운데에는 붉은 가죽 재질의 침대가 있다. 옆엔 하얀 액체가 담긴 주사기가 있다. 그 외 다른 건 못 봤다. 바로 눕혀졌기 때문이다. 침대는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침대라 했지만.. 전신을 누일 수 없는 사이즈다. 1m나 간신히 넘을까. 다리를 들어 무릎을 고정해야 한다. 이름을 붙이자면 굴욕의자의 상위버전인 굴욕침대다. 작은 베개를 받쳐주고 나는 눕는다. 왼팔은 바깥으로 쭉 펴서 묶인다. 이제 보니 열십자로 팔을 벌리고 양 팔을 묶게 돼 있다. 원피스가 들어올려진다. 담당 선생님이 오셨다. 컨디션을 묻는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하신다. 오직 익숙한 그의 눈빛만이 지금의 나를 안심시킨다. 밝은 불빛 아래 아랫도리가 들춰진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수치스럽다. 남 앞에서 발가벗은 경험, 음, 목욕탕? 적어도 목욕탕은 어둡지 않은가, 모두가 나체이지 않은가. 여기선 나 혼자다. 너무 밝고,… 그런 생각을 하는데, 진정제 들어갑니다. 찌르르, 기억 상실.


정신을 차리니 회복실 침대 위다. 배와 허리가 아프다. 생리통과 비슷하지만 제법 다른 느낌이다.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무릎을 세우고 끙끙. 괜찮냐고 물어보러 온 간호사에게 배가 아프다고 하니, 진통제를 놔줄지 물어봤다. 참아보겠다 했다. 임신 준비를 하며 약을 멀리하고 있다. 아마 거즈 때문일 수도 있겠다며 질에서 거즈를 빼냈다. 그런 게 들어있는지도 몰랐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후 내쉬세요, 후 할 때마다 세 번을 뺐다. 묘하게 불편한 느낌. 계속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으라 했다. 다른 간호사가 와서 이번엔 엉덩이에 주사를 맞혔다. 좀 자고 싶지만 잘 수 없다. 아프기도 하고 시간도 됐다. 부축을 받고 일어난다. 수술방을 나온다. 허리와 배가 아프다.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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