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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우>, 기후위기와 해일

기후위기의 끝은 어디인가

by 덕대

<FLOW>, 작고 검은 고양이를 비추며 영화가 시작합니다. 고양이의 평범한 하루를 보여주고 곧이어 도망치는 엘크들 무리 뒤로 범람한 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세상이 물에 잠긴 후 터전을 잃은 고양이는 카피바라가 타고 있는 보트에 합류해 여정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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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터전을 잃은 요인은 홍수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홍수가 일어난 것일까요? 홍수의 원인에는 기후학적, 지형학적 그리고 사회 경제적 요인이 있습니다. 그중 기후학적 요인인 태풍해일 또는 지진해일로 보입니다. 과도한 강수가 영화 내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갑작스레 물이 들이닥치는 장면을 보아 해일의 가능성이 더 큰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단순히 해일에 의한 피해를 담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바로 '기후위기'라는 키워드인데요. 이 해일이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검은 고양이가 지내는 곳을 보면 단순히 첩첩산중이 아니라 인간이 지내던 이층 집입니다. 마당에는 고양이 조각상들이 즐비하고 집 내부에는 고양이를 그린 스케치들이 보입니다. 집주인과 고양이가 직접적인 관계를 맺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주인이 키우던 고양이의 후손일 수도 있죠. 집은 인간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래인 듯 먼지가 쌓여있습니다. 집 주위는 인간이 다니던 길은 보이지 않고 수풀이 우거져 있습니다. 고양이가 여정을 떠난 이후 보트가 지나가는 도시를 보면 인간이 만든 문명은 남아있지만 인간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이러한 해일이 자주 일어났고 지구에서 인간은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닐까요?


보통 해일이라고 하면 우리는 지진을 떠올립니다. 판구조론에 따라 지구의 판이 움직이면서 지진대에서 흔히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후위기와 연결 짓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기후와 지각변동은 별개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후위기와 해일은 연관이 있습니다. 바로 해수면의 높이가 영향을 끼칩니다. 즉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해수면의 높이가 올라가고 같은 크기의 지진이라도 해일의 피해가 더 커집니다.


영화가 미래의 우리 모습이라면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요? 빌 맥과이어(Bill McGuire) 영국 런던대학 지구과학과 교수는 2021년 9일, 북대서양에서 그린란드 빙하 두께가 얇아지면서 해수면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수십 년 안에 지진이 일어날 시 북미와 유럽에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영화가 유럽 배경인 것으로 보아 영화의 모습은 근미래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린란드 빙하 두께가 얼마나 얇아진 걸까요? 2021년 그린피스는 '그린란드에서는 단 하루 만에 22기가 톤의 빙하가 미국 플로리다 주 전체를 5cm 덮을 만큼의 양이 녹아내렸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빙하는 지구의 물 비율 중 해수 다음으로 많습니다. 육상에 있는 담수보다 많은 물이 해수로 유입되는 것은 해수면 상승에 치명적입니다.


이런 내용은 통상적으로 들어온 터라 감이 잘 안 잡힐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점점 심화되고 있고 우리 피부에 이미 와닿아 있습니다. 해일에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가 증가할 수 있는 해일의 종류는 지진해일 말고도 태풍해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태풍해일은 2020년에 한국 동해안을 습격한 적이 있습니다.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우리나라에 상륙하면서 편서풍과 함께 동해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동해까지 진출한 태평양 고기압을 뚫지 못하고 계속 북진한 겁니다. 이에 기압이 낮아지면서 해수면이 상승했고 해일을 동반하면서 큰 피해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서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기단이 옛날과 같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해일의 피해가 커진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플로우>는 단순히 동물들의 귀여운 여정을 그린 영화가 아닙니다. 감독은 우리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그려내어 보여줍니다. 기후위기와 자연재해와 함께 사라진 인간, 구조물만 남은 문명의 모습. 기후위기는 지구가 보내는 신호이자 경고입니다. 이를 끊임없이 인식하고 익숙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도전과 공존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환경의 관점에서 다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미래를 보며 해수면 상승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이호준, [기후 위기]⑥ 17미터 해일의 ‘동해안 습격’…“재난 피해 복원력 키우자”, KBS뉴스, 입력 2020.09.16 (06:00), 수정 2023.04.24 (15:35)

강한들, 단층 위아래로 ‘출렁’일 때 발생…기후변화로 해수면 높아지며 위험도 커져, 경향신문, 입력 2024.01.02 20:45

디나 가드너, 기후위기와 해수면 상승에 대한 (거의) 모든 것, 그린피스, 2021년 08월 04일

이진원, 기후변화로 재앙적 쓰나미 발생 위험…英 과학자 경고, ESG경제, 입력 2021.09.10 12:15, 수정 2021.09.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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