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글이 되고
커서가 깜빡깜빡 반짝입니다. 하얀 종이 같은 화면 위로 작고 검은 막대기가 글자를 토해낼 때까지 가만히 기다립니다. 키보드 위에서 방황하는 내 두 손은 지우기 버튼에 매달립니다.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문장이 쓰이고 지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울렁울렁 차오릅니다. 목 끝까지 차올라서 입 안쪽에서 고인 마음의 단내가 날 때쯤 그대로 키보드에 흘려보냅니다. 손가락을 타고 흘러간 마음의 단어들은 문장이 됩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내 마음을 담아내는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글이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블로그를 쓰고 공책에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을 정제된 글에 진솔하게 담아내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고민해서 글을 쓴 적이 오래되었습니다. 20살, 대학도 못 가고 재수하던 시절 수학 공부하기 싫어서 문예창작학과 입시학원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실기 시험이 한 달 밖에 안 남은 시점에 지금까지 취미로 써 온 시들을 학원에 가져갔습니다. 무언가 검증받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대학교 합격증 같은 공식적인 검증 말입니다. 주위에서 잘 쓴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기준이었으니까요. 학원에 가서 해양학에 대한 꿈은 잊은 채 한 달 동안 치열하게 시만 썼습니다. 머리를 싸매고 하루 종일 시 한 편만 붙들고 퇴고하던 기억이 가끔 납니다. 그 이후로 전력을 다해 글쓰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22살, 어엿한 대학교 2학년입니다. 글쓰기를 1년 정도 쉬니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러닝을 하고 돌아와 상쾌하게 샤워를 하고 노트북을 켰습니다. 라디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전 팔짱을 끼고 한 시간째 커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연재하는 첫 글인데 멋들어진 작가의 말로 시작하고 싶거든요. 지금껏 운문만 써와서 산문은 처음입니다. 줄글은 보기만 해도 어색합니다. 20살 때 시를 썼던 것처럼 치열하게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글에서는 슴슴한 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자연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다양성에 대한 얘기를 가장 많이 듣게 됩니다. 자연 상태에서 균형을 이루려면 무엇이든지 다양해야 좋기 때문입니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야 사회가 풍부해집니다. 전 그런 다양성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합니다. 영화, 음악, 책을 통해서 다양함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앞으로 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