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 담긴 청춘의 메아리
산은 변하지 않지만
그곳을 오르는 우리는 변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 다닐 때는 너무도 조용한 성품이라 어느 한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아무도 잘 모르는 아이로 살던 내가 성인이 된 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취미로 등산하기로 했다.
마음 맞는 친구와 매주 아니면 한 달에 한 번은 전국 산행을 찾아 등산했다. 마음이 뻥 뚫리는 신선한 공기와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는 세상 모든 고민, 걱정, 근심이 사라지고 힘든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잊게 해 주어 정상에 도착할 땐 희열과 상쾌한 기분이 새로운 삶의 기운을 받게 해 주어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그렇게 20대 중반까지 등산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성격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밝고 활발해져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고, 사회생활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생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 같다.
등산으로 사랑하는 귀한 친구를 얻었고 나의 성격에 뾰족하기만 했던 예민함이 둥글게 둥글게 유연해지며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감싸안는 성격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자연에서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네 남매에서 남자 셋이 위로였던 터라 털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산행 이후 섬세하게 꼼꼼하게 순탄한 아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여자들보다는 남자 선후배들과 더 자유로웠던 것 같고, 모든 것이 원만하다는 편에 서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듯 산을 타면서 내 안에 내재한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면서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마음이 들었고, 활기 넘치는 젊음을 가질 수 있었다.
산은 항상 내가 가는 길에 메아리가 되었다.
그렇게 젊음을 함께했던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과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 했지만, 세월은 어김없이 야속하게 밀려와 이제는 깔딱고개 앞에 멈춰 먼 산만 바라보게 하고 있다.
친구야, 우리 함께 영원해지자. 무언의 약속 있지 않았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젊음이 언제 가버린 거니...돌아올 수 없고 찾아올 수 없기에 아쉬움이 너무 크다.
그때 그 친구들은 눈 깜짝할 것 같은데, 어느새 늙어 있구나. 나의 친구야, 우리 언제 다시 한번 산행을 떠나는 여정을 계획할 수 없을까? 다시 한번 기회가 와준다면 호탕하게 웃으며 모두 함께 옛날처럼 숨 가쁜 산행을 하고 싶다.
동트기 전 컴컴한 산속 오두막집 가게 앞에 옹기종기 30촉 전구 불빛 아래 모여 고스톱 치며 하하 호호 깔깔 숨넘어가듯 웃고 떠들며 내기 치는 화투짝 돌리며 해 뜨기를 기다리던 때, 험한 길 헤맬 때도 곁에서 밀고 당겨가며 힘차게 웃음으로 승화되든 희열로 오르든 청춘의 길들을 사랑하는 나의 친구들과 다시 한번 꼭 같이 재연하고 싶다. 뭐든 아낌없이 나누고 함께했던 젊은 날의 추억이 너무 행복했는데, 나는 좋았는데....
친구야, 가슴 저미도록 보고 싶다. 서로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친구야. 모두 할미꽃이 되어 손주 보기 바쁘지만.... 그래도 내 맘엔 모두 다 24살 청순함 그대로 남아 있단다.
더 늙기 전에 산행 한 번 꼭 같이 해보고 싶구나, 나의 친구야. 배 잡고 쓰러지듯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던 젊음의 추억 길 위를 다시 한번 모두 다 함께 찾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