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정을 나누던 라떼 시절, 그리운 우리들의 이야기
이웃이란, 함께 살아가며
삶을 나누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ㄱ자 복도 위로 고만고만한 애들로 눈만 뜨면 복작복작 대던 아파트. 비슷한 나이 때 결혼한 아낙네와 어린애들 떠드는 소리에 매일 들려오는 익숙한 얼굴로 마주하던 새 아파트에 입주한 옆집 식구들.
우리 집은 복도 끝 쪽 집이어서 매일 문을 열어놓고 지내다 보니 사랑방이 되었다. 라떼(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코믹하게 표현한 신조어)는 아침이면 복도에 나와 어린애들 세발자전거 타는 소리로 왕왕 이리저리 뛰는 소리, 모두 눈 비비고 나와 아이들 핑계 삼아 어른들 아침 수다가 자연스레 이어지고 커피 타임으로 하루를 함께 나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엄마들로 마련한 새집에서 만난 비슷한 나이 또래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라떼는 지금처럼 아파트 단지 내 카페나 동네 카페에서 마주하는 것이 아니고, 집안에서 몇 년을 복작복작 대며 한 집처럼 서로 드나들고 커가는 아이들 보며 세월만큼 깊어지는 이웃 정을 나누며 살았다. 저마다 특징을 가진 아이들이 서로 다름으로 우기고, 빼앗고, 뺏기며 싸우다 놀기를 반복하면서 포기와 배려라는 것을 터득하며 형제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작은 평수 아파트이다 보니 사는 것도 고만고만 비슷하여 평정을 이루며 잘 지낼 수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 외에는 거의 한 층에 각기 다른 가족이라도 한 식구처럼 허물없이 이만저만 몇 년을 잘 지냈었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함께 보면서 서로 힘들 때나 즐거울 때 도와가며 이웃 정을 듬뿍 나누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정말 좋았던 가족 이상이다.
요즘은 층간 소음이나 쿵쿵거린다고 시끄럽게 하면 바로 제재가 들어오지만, 우리 아이들 어릴 적 키울 때는 서로서로 이해하고 넓은 사랑을 품어주며 양보해 가며 살았던 것 같다. 단 한 번도 다툼이나 찌푸린 일 없이 즐겁게 행복하게 왕래하며 지냈던 기억밖에 없다.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서로 음식도 나눠 먹으며 매일 모여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부터 소소한 정보 전하고, 문제 생기면 해결해 주려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정으로 뭉쳐 지냈는데.... 아휴.
온 집안을 쑥대밭처럼 이 집 저 집 휘저으며 다녀도 허허허, 이쁘기만 했던 아이들 모습에 웃음 머금게 했고, 아이들도 서로 시기, 질투, 싸우면서 각자의 성격을 알아가며 터득했기에 미운 정, 고운 정 친형제들처럼 잘 어울리며 컸던 라떼는.... 요즘은 이렇게까지 못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수십 년이 지났어도 그때 변함없는 우정들이 아직도 서로 안부 전하며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들 하나둘 결혼할 때가 되어 축하해 주고 바라보는 뿌듯함이 정겹다.
요즘 세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라떼는 순수하고 사랑과 인정 가득했던 때, 더불어 살아가던 때 아니었던가? 가끔 뉴스에서 층간 소음으로 칼부림 냈다는 이기적인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때 가슴 아프다. 각박한 세상살이가 부유해지면서 더 이기적으로 된 건 아닐까.
우리의 빠듯한 생활에서 오는 모자람을 서로 채워주려 한 사랑과 배려가 넘쳤던 이웃 정을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것 아닐까. 마음 놓고 아이끼리 밖에서 한껏 놀지 못하게 하고,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짜인 시간에 매여 팽이 돌듯 유치원, 학습지, 학원으로 경쟁하듯 이리저리 다니기 바쁜 일정.
이웃을 모르고 사는 각박한 숨 막힌 아파트 상자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복도나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눈 맞춤을 피하고 인사가 없어지는 세상이 됐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정 많고 인심 좋기로 유명한 민족이었는데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 평온하고 사랑과 온정 넘친 국민이었지.
자꾸 지난 과거와 비교하는 것 같아 현실적이지 않겠지만, 내가 살아온 세상 속 아쉬운 생각이 든다. 조금만 손해 본다고 하고 이해 구하고 양해받아 주면서 베푸는 인정이 다시금 살아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라도 우리 어른들의 바른 도덕적 삶으로 좀 더 열심히 사랑해 주고, 베풀며 품어주고 다독여주어 노력해서 새싹들이 잘 이끌려 올바른 더 행복한 삶으로 키워가는 미래 지향적 꿈나무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고만고만 평정을 기대해 본다. 다시 라떼처럼 돌아가 볼 수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 내가 바로 라떼 시대인 것을 잊어버렸다. 라떼는 이랬는데.... 그래, 내가 라떼라서, 라떼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