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변해가는 명절 풍경

by 이미숙

시대가 변한 지금의 명절은, 가는 곳마다 차와 사람들로 북적이고 그 옛날 내 어린 시절의 명절과는 사뭇 다름을 본다.


과거에는 기차역 앞에 표를 구매하려 하루이틀 전부터 역 앞에 진을 치고 긴 줄을 서서 예매를 기다렸으며, 손에 손은 부모님께 드리려는 선물 꾸러미로 이고 지고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 이동으로 엄청나게 복작거렸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골에 내려가기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거나 명소로 떠나는 등 저마다 가족끼리 즐거움을 찾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버스나 기차로 이동했다면, 이제는 자가용으로 고속도로를 가득 메우며 다른 세상과 접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정겨움과 설렘이 가득했던 풍요로운 한가위는 여전히 같은 걸까? 어머니의 그리움과 정겨운 고향의 맛을 찾아갔던 나의 젊은 시절은 지나가 버렸고, 내 아이들의 시대는 고향보다는 타국의 추억 만들기에 들떠있다.


못 먹던 시절, 명절 하루는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 앞에서 배불리 먹던 기억과 형제들이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던 고향은 외롭고 추운 마음을 품어주던 곳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로 고향도 점차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기적이고 형식적인 일상처럼 명절도 단조롭게 변해가는 듯하다. 풍성했던 명절은 각자의 여행지로 흩어지고, 노부모만 홀로 지키고 있는 옛집은 조용하기만 하다.


고향에서 한꺼번에 만나 추억을 쌓으며 정을 나누던 형제자매는 하나둘씩 먼 길을 떠나고, 남아 있는 고향은 고택으로 남아 있다. 한바탕 풍악을 울리며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기원하던 농악패가 흥을 돋우던 그 시절의 명절이 그리워진다.


이런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언제부터인가 단지 휴일처럼 느껴진다. 우리 어릴 적 그네를 타고 널뛰며 한복 매무새를 다듬던 명절에서, 이제는 자전거를 타고 케이블카를 타며 관광에 빠지는 여행의 시대로 변화했다.


나이만큼 맞이했던 명절은 매해 색다른 의미로 다가와 아쉬움이 크다. 형제자매가 모이는 고향 집이 아닌, 저마다 여행 패키지로 세대별 계획에 맞춰 움직이는 명절 풍경.


부모님을 모시고 이번 명절에도 호텔에서 간단히 조상제를 올리면서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는 명절이라기보다 휴가에 가깝다. 그저 행복을 누리며 즐기는 휴가지 같은 명절이 된 것이다.


고향 가는 길도 막히지만, 가는 길에 함께 휴가지 정해 내려가는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아가는 명절 한가위. 나에겐 생소하게 다가왔다.


전통 명절이 없어지는 퓨전 명절로.... 난 어떤 세대일까? 예스러운 명절도 좋고, 가족과 함께 떠나는 퓨전 명절도 좋다. 어느 한쪽을 딱히 선택할 수 없는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시대는 변해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린 시절의 그리운 명절에 머물러 있다. 우리도 가족과 함께 휴양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마음은 여전히 고향 곁에 머물러 있었다.


명절이란 무엇일까.

변화 속에서도 남아 있는 그리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진짜 명절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