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향기를 따라, 추억 속으로 떠난 여행
붉은 노을빛에 이끌려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가다 깜짝 놀라 발길이 멈춰버렸다. 저 멀리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에 이끌려 가보니 내 어릴 적 그토록 초라하고 보잘것없었던 외할머니 집, 평민의 삶이었던 시골 풍경이 그려진다.
순간 숨이 멈추고 있었다.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음이 신기했다. 강산이 수십 번 변하고 21세기 인공지능 시대라는 현대판 빌딩 숲이 판치는 세상인데, 이게 무슨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과거인 듯 무척이나 설레게 했다.
초가지붕에서 기와집을 꿈꾸며 살던 오막살이 소녀 감성이 뭉클뭉클 떠오른다. 싸리 빗이 작은 툇마루 뒤에 세월만큼 닳아있고, 쌀뒤주가 세상의 때를 껴입고 초라하게 한쪽 구석을 지키고 있다. 허름한 문 옆에 묶여있던 개 한 마리도 손님맞이 하듯 꼬리 쳐주며 반겨주었다.
가마솥에 저녁을 지으려는 불빛이 솟구쳐 오르고 장작 타는 소리와 그을음 내음에 정겨움이 사무치게 했다. 작은 뒷마당 한쪽 구석엔 옹기종기 놓인 장항아리들까지 그대로다.
아, 그토록 지겨웠던 가난이 잊고 싶었던 어린 시절이었는데. 어스름히 해가 지고 두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 지피며 부부 저녁 준비에 여념 없으신 주인 어르신이 대단하시고 부러웠다.
잠시 들어와 둘러봐도 되냐고 물으니 허락해 주셨다. 온 김에 대충 있는 것으로 차려 내신 거라며 가마솥에서 퍼오신 밥 한 그릇과 사골국을 내어주셨다. 이젠 농익어 깊은 추억으로만 기억되던 것이 눈앞에 그대로 재연된 세트장처럼 진정 아름답고 감미로웠다.
고즈넉한 시골 냄새와 잊혔던 시골 풍경이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쓰러져가는 초가집이 기와만 바뀌어 있고, 오랜 세월 사용하던 긴 싸리 빗자국이 마당에 남겨져 있던 보잘것없던 초라한 집이 너무 훌륭하고 멋져 보였다.
주변에 변하지 않은 때 묻은 옛것 그대로 품고 있는 들풀까지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함으로 평온한 정겨움을 안겨주었다. 몇 안 남아 있을 것 같은 시골살이 집 중 하나이지 않을까...? 먹먹히 잠시 머물면서 그리운 고향을 맛보았다.
그래...! 현재는 세상이 새롭게 변해가면서 편리한 것이 많아졌고 익숙함에 젖어 산다. 그러나 과거 우리의 삶은 부족하고 불편했을지라도, 불편함을 보듬고 살아왔고 받아들이며 순종했었던 삶, 그렇게 정겨웠던 내가 살던 고향의 향수를 일깨워 주었다.
나는 고향을 떠났지만
고향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다.
옛 조상님들의 삶의 지혜가 묻어있는 허름한 집이지만, 고단함을 지탱하게 만든 안식처였을 것이다. 가을 한 폭의 풍경처럼 문 앞에 대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쓰러질 듯 쳐져 있고, 감나무에 감들이 듬성듬성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동화 속 보물을 발견한 듯 귀한 시골집 풍경이었다. 가을처럼 서서히 어울리는 풍경, 집 앞에서 정말 힐링이었고 행복했다.
요즘처럼 쉽게 빨리 없어지고 바뀌는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세상에, 더러는 유물처럼 영원히 오래도록 그 자리에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면 좋겠다. 가끔 찾아가 삭막해지는 내 마음에 촉촉이 힐링의 풍경을 다시 찾아와 주길 바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