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낙엽

되찾는 인생의 항로

by 이미숙

낙엽이 지듯, 인생도 흐르지만 우리는 또다시 나아가야 한다.


사르륵 사르르 울긋불긋 바람 따라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 소리. 산책하던 발길 멈춰 예쁘게 물든 잎새 주워 책갈피에 끼워 넣어 보고 싶어졌다.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책갈피에 끼워본 추억이 살포시 떠오른다. 아이쿠나, 이보시게, 어찌 예쁘게 물들여진 채 바닥에 누워 있는고...! 폭신폭신 자연 이불 깔아놓은 듯 절로 눕고 싶구나....


발길 옮길 때마다 사각사각 낙엽 뒹구는 소리는 빗소리 같다. 아름다운 비단길 즈려밟고 가라 한 듯 펼쳐진 황홀함에 못 이기는 척 따라 움직인다. 어여쁜 봉우리로 피어올라 녹 푸르름으로 한껏 펼쳐 보이며 활기차게 뽐내더니 어느덧 저 할 일 마치고 홀연히 떠나기 전 아쉽다.


예쁜 단풍 옷으로 갖춰 입고 님 기다리다 지쳐버린 마지막 잎새만이 마중해 준다. 그렇게 헌 옷을 다 벗고 나면 포근히 내려앉은 하얀 눈이 눈꽃으로 변신, 우아한 자태로 청순하게 마음을 또 정화해 준다. 추운 바람막이 하나 없이 혹독함을 견뎌주면 새날, 새봄, 새싹의 경이로움이 찾아와 주겠지....


긴 겨울 잘 보내고 또 새롭게 출발점에 서서 인생 한 페이지 자국 남기려면 앞으로 최선을 다해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세상 세파 속에 살다 보니 우리네 인생도 언젠가는 우수수 떨어지고 마는 추풍낙엽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울타리가 되어주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했던 어릴 적 꿈꾸던 젊은 날, 그 옛날 어른들 지나가는 말씀 중에 "너희는 젊음이 있고 미래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겠다. 부럽다. 금방 너희들도 곧 다가올 미래다"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이유를 이제 그 나이가 되어보니 똑같은 생각이다.


정말 너무 빠르게 지나온 세월, 아쉬움이 크게 찾아든다. 열심히 직진 보행만 하고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힘차게 달려오기만 했는데, 중간지점도 없이 잠시 머물고 정비할 시간조차 건너뛰고 급행열차 타고 먼저 도착해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나그네가 되어 있었다.


한숨 돌리고 하늘 한번 쳐다보니 가슴 먹먹함으로 밀려들고, 이제 와 뒤돌아보니 벌써.... 아~~ 여기까지 오기가 깔딱 차오른 숨 고르기 하며 깨달았다. 참으로 나름 잘 살아주었고, 희망과 꿈을 갖고 목표를 향한 성취의 기쁨, 행복을 위한 최선이란 무적을 이기고 추구한 삶의 승자로 남고 싶다.


꿈을 세우고 이루고자 하는 것은 아직도 너무 많은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제 갈 길 흘러 흘러 가지만 내 생에 세워진 목표는 아직도 진행형. 하지만 시간을 쫓기듯 맞추지 말고 정비도 하면서 숨도 고르고 한 박자씩 쉼표를 찍으며 멍든 가슴을 채워가자.


잃어버린 세월의 시간을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정해 보면서, 인생 끝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다시 항해사로 도전의 꿈을 꾸고 싶다. 두려움이 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게 더 두려울 것 같다.


갑자기 고장 난 기계처럼 다시는 달려갈 수 없을 것 같아서. 용기와 희망의 돛을 달고 항해의 키를 잡아보자.... 추풍낙엽이라도 마지막 잎새로 바라봐질 때까지. 사람아, 인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