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 아래
「산유화」 - 김소월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겨울 한파 혹한기를 잘 견뎌내고 땅속 깊숙이 잠자던 벌레들이 하나둘 꿈틀꿈틀하고, 따뜻한 햇살 아래 살포시 아지랑이 피어오를 때쯤이면 봄이다. 기지개를 켜는 농가의 손길과 마음은 어느새 분주해 보인다. 꽁꽁 얼어붙었던 흙이 스르륵 제 몸속을 녹아내리듯, 짧았던 해 시계도 조금씩 늦춰지며 또다시 계절의 시간은 어김없이 때맞춰 찾아오고 있다. 한숨 돌리던 농부님들의 긴 겨울나기가 끝나간다.
따스한 햇살과 함께 새봄아 "안녕!"하고 문 앞을 두드릴 때, 한껏 움츠리던 겨울바람 비껴가고 농부는 텃밭에 나와 돌아본다. 봄을 기다리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종을 살피고 설레는 새색시 맞이하듯 따스한 날을 손꼽는다. 지난가을 추수하고 남은 잔가지들, 풀벌레, 해충 박멸을 위해 쥐불놀이를 놓고 나면 거름으로 또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겠지. 같은 해를 반복하면서도 다시 새롭게 맞이한 텃밭은 희망을 꿈꾸게 하고 기다려주는 것 같다.
아직은 찬 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아지랑이 꽃이 수줍은 듯 아무도 모르게 살짝살짝 스며든다. 트랙터가 땅을 고르게 펼쳐놓고 지나간 자리에 크고 작은 돌들을 추려내며, 무엇을 심을 건지 계획을 세우면서 한 해 농사를 위한 기분 좋은 축배의 잔을 기울이고 있다. 동네마다 오가며 보게 되는 여기저기 텃밭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듬성듬성 거름 포대를 갖다 놓으며 땅의 영양을 위해 농부는 땅을 뒤집고 일구고 있다. 힘겨운 땀방울을 흘린 만큼 보람된 새해가 되어주겠지.
때때마다 맞춰가야 하는 시기처럼 인생도 자연의 흐름을 타듯 모나지 않게 살아나기를 기원해 본다. 농부의 숨소리,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노고가 스며들기에 더욱더 힘차고 알찬 결실이 풍성하게 채워질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저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텃밭을 일궈낸 곳에 건강한 가족을 위한 채소들로 넘쳐날 것이고,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싹이 올라올 즈음 봄은 이미 저만큼 가고 있을 테니. 너나없이 텃밭 주인님은 해뜨기 전부터 해 지기 전까지 땅을 향해 부지런히 들고나 있을 것이다.
따스한 햇살 아래 있는 언 땅은 녹고, 박혀 있는 크고 작은 돌들을 볼 때마다 추려내어 거름으로 땅속 영양을 채워주고, 천천히 때를 기다리다 씨앗 뿌리고 모종으로 심어줄 주인공들의 꽃망울 하모니가 연이어 팡팡 터져줄 것이다. 농부님들의 발걸음이 더해져 분주히 찾아줄 때마다 텃밭 위는 보답하듯 고추, 가지, 토마토, 상추, 쑥갓, 시금치, 파, 옥수수 등등 조롱조롱 식탁 위에 올라올 때까지 풍성하게 파릇파릇한 싱그러운 열매 가득 영글어 행복 넘치는 함박웃음 꽃으로 보답해 주겠지. 농부님들의 사랑과 열정이 땅 위에 한껏 솟아오른 풍년을 올해도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