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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람들

이민 생활 속에도 빛나는 하나된 날

by 이미숙

넓은 공원에는 시끌벅적하게 한인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은 한인의 날. 서로 친선을 도모하고, 한민족으로서의 정을 나누는 날이다. 이 도시에만 3만 명 이상의 한인이 살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모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한 사람들은 밝은 얼굴로 오랜만에 만남을 즐기며 수다를 나누었다.


공원 한쪽에서는 행복한 웃음꽃이 만개하고, 바비큐 그릴에서는 고기와 소시지, 생선, 옥수수 등이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다. 고구마와 감자도 함께 구워지며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각종 한국 음식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편에는 미국식 햄버거와 빵, 음료도 준비되어 있었고, 참가자를 위한 푸짐한 선물까지 마련되어 행사 분위기를 더욱 돋웠다.


한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일손을 잠시 내려놓은 채 가족 단위로 공원에 모였다. 어디를 가든 민족애는 강했다. 금세 한자리에 모여 서로 안부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타국에서 살아가는 한민족의 단결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행사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며 시작되었다.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애국가를 따라 불렀고, 이어진 호각 소리가 본격적인 한인의 날을 알렸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부부 릴레이 달리기. 두 다리를 묶고 "하나, 둘! 하나, 둘!"을 외치며 뛰는 부부들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꽃을 피웠다. 넘어지고, 부둥켜안고, 기어가면서도 1등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뒤이어 아이들을 위한 보물찾기 게임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잔디밭을 헤집으며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뛰어다녔다. 우리 부부는 등수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참가상으로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받았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승자였다.


풍선 불기, 밀가루 속 엿 찾기, 매달린 과자 따먹기, 단체 줄다리기 등 다양한 게임이 이어졌다. "영차! 영차!"를 외치며 끌고 끌려오는 모습에 공원은 온통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장기자랑, 노래자랑, 춤 자랑까지 펼쳐지며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이곳이 서울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한인들로 가득했던 하루. 해마다 열리는 한인의 날 행사는 이민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는 시간이 되었다.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한민족의 정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다.


우리는 모두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민 생활이 어렵고 힘든 과정이 많지만, 꿈을 향해 도전하는 우리는 강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어떤 환경에서든, 우리는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응원할 것이다. 아~ 대한민국, 아~ 우리 조국. 내 가족, 나의 민족이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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