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체스의 모든 것을 읽고(소설 활용법)

속지에 써놓는 대신

by 복습자

흔히들 <달과 6펜스>에서 "달은 예술가가 추구하는 정신적 이상, 현실 너머의 영원히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영역을, 6펜스는 물질과 실용의 가치를 추구하는 세속의 현실 세계를 상징한다."라 말에 동의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 효과"를 만들었고, <홍길동전>은 "네가 홍길동이냐?"란 밈을 낳았다.


대학생 선후배가 동아리방에서 체스를 했다. 후배가 선배의 왕을 잡으며 선배 졌어요, 하자 선배가 그러는 게 어디 있어 하고 소리를 지른 것이었다. (중략) 선배는 <영미의 문화>에서 '영미인의 레저 생활' 편의 글을 후배에게 보여줬다. [경기의 순서는 합의로 정한다. 승부는 체크메이트상태(왕이 상대 기물에 의해 잡히기 직전의 상황) 또는 무승부 / 기권으로 결정된다. 왕은 체스보드 밖으로 나오거나 다른 기물에 의해 잡히지 않는다.] (중략) 선배는 논리를 준비했지만 후배 앞에서 그것은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중략 / 대학 졸업 후 각자 생업을 이어간 뒤) 후배는 죽을까, 생각했었고 실제로 그런 충동에 시달리다가 자살 방지를 위한 핫라인에 전화를 걸기도 했는데, 주민등록번호가 뭡니까, 하고 물어서 일순간 분노감에 휩싸였다고 했다. 그 분노감은 아주 강력한 것이었고 모욕을 동반했다. (중략) 선배는 체스에 관해서는 자기가 다 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김금희 <체스의 모든 것> 중에서 -


하부 조직 또는 우리와 같은 조직의 다른 부서에서 업무 관련 질의를 하면 답변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 조직(부서)의 이름으로 회신하는 최종 답변서에 이르기까지 나, 사수, 팀장 간에 의견이 부딪히는 질문이 종종 있다. 보통 나와 사수는 답을 들을 사람에게 무게를 더 두지만, 팀장은 원칙을 고수하는 편이다. 결과적으로 나도 사수도 공식 답변서는 팀장의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작성한다. 원칙을 지키는 게 우리에게 안전하므로.

나는 속으로 "체스의 모든 것, 체스의 모든 것."이라 말하고, 조용히 질문자에게 따로 이메일을 보낸 적이 몇 번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