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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으며(이각과 곽사 그리고 그 둘)

왜구구단은

by 복습자

양표가 다시 아뢰었다. "신이 듣자오매 곽사의 처가 투기가 심하다고 하니 사람을 곽사의 처에게 보내 반간계를 쓰게 하오면 두 도적이 자연 서로 모해하게 되오리다." (중략)

그날 저녁 이각이 사람을 시켜 잔치 음식을 보내왔다. 곽사의 처는 아무도 모르게 음식에 독약을 친 다음 비로소 상을 드리게 하고, 곽사가 수저를 들려고 하자 "밖에서 들어온 음식을 어떻게 그냥 자신단 말이에요." 하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먼저 개에게 던져 주니 아니나 다를까 개가 먹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는다. 이 이일이 있은 뒤로 곽사는 은근히 마음에 의심을 품게 되었다. (중략)

이각은 평소에 무당/판수 따위의 요사한 것들을 몹시 섬겨서 매양 무당을 데려다가 군중에서 굿판을 벌이기 일쑤였다. 가후가 이것을 간한 적이 한두 번 아니건만 그는 종시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중략)

헌제가 곧 조서를 내려서 이각으로 대사마를 봉하니, 이각은 기뻐하며 "이게 다 무당들이 그간 치성을 드린 덕이로구나." 하고, 드디어 무당들에게 상급을 후하게 내렸는데, 수하의 군사나 장수들에게는 아무것도 준 것이 없었다. 기도위 양봉은 대로하였다. 그래 송과를 보고 "우리가 그간 죽음을 가리지 않고 친히 시석을 무릅쓰고 싸워 왔건만 그래 그 공로가 도리어 무당 년들만도 못하단 말인가." 하고 말하니, 송과가 대뜸 "우리 이 도적놈을 죽여 버리고 천자를 구해 드리세그려." 한다. -<박태원 완역 삼국지 2 > 중에서


자유와 동료시민이라는 말로 국민에게 포장된 오물을 건네던 이들. 책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졌던 자들. 아마 이 둘도 삼국지는 읽었겠지. 적어도 그 둘은 스스로를 조조, 유비, 손권쯤으로 여겼을 게다. 다음 승자는 탑 3에 들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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