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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Aug 08. 2020

우여곡절 끝에 얻은 첫 직장, 신문사에 입사하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때 학사 경고를 받을 뻔한 위기를 넘긴 후 정신 차리고 학교를 다녔다. 자체 휴강을 없애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2학년이 되면서 중앙 동아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많은 곳들 중에서 교내 스포츠매거진 ‘시스붐바’가 단연 눈에 띄었다.


시스붐바는 학교 운동부 선수들의 경기 소식, 인터뷰, 각종 스포츠 정보 등을 담은 잡지를 격월에 한 번씩 내는 단체다.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던 나는 시스붐바 수습기자에 지원했다. ‘스포츠 기자가 될 거야’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일이 적성에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다른 학과 학생들과 어울리며 협업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서류와 면접 과정을 거쳐 시스붐바의 일원이 됐다. 시스붐바 활동 기간에는 매주 월요일 회의를 통해 잡지 콘텐츠를 기획했다. 교내 운동부가 참가한 각종 대회 결과, 경기력 분석은 물론 졸업 후 체육계 몸담고 있는 동문들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뤘다. ‘창작의 고통’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잡지를 보면서 노력의 결과물을 확인할 때면 큰 성취감을 얻었다. 약 1년 6개월간 활동하면서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았다.

시스붐바에서 발행한 잡지. 손연재, 황의조, 허훈 등 연대 출신의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표지모델을 맡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취업문을 뚫는 게 쉽지 않았다. 정기 채용이 이루어지는 곳은 거의 없었고, 채용 공고가 떠도 대부분 경력자 혹은 남자를 선호했다. 인턴직에 지원하면 서류는 통과해도 매번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불안감에 휩싸여 남들처럼 대기업에 원서를 한 번 넣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마지막 학기 때 취업에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졸업을 유예했다.


실패가 반복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졌다. 너무 바보처럼 스포츠 한 길만 바라보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과 동기들이나 선후배들만 봐도 일반 대기업, 제약회사, 가구회사 등 스포츠와 전혀 상관 없는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는 스포츠를 전공한 사람들이 다른 길을 가는 게 아쉬웠는데, 취업 준비를 하니까 왜 그들이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준비하다 포기하는지 이해가 갔다. 주 6일에 야근이 기본인데 연봉은 낮고, 사람을 많이 안 뽑으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스포츠가 좋아서 관련 공고만 찾는 내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A연맹 정규직 직원을 뽑는 면접 자리였다. 면접위원 중 한 명이 내가 낸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를 보더니 "여기서 일하기엔 스펙이 너무 아까운데? 우리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면서 눈물이 났다. 난 이미 지인에게 들어서 A연맹의 근무 환경, 연봉 등을 알고 있었다. 그 지인 역시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데 월급은 180만원 정도 줘.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야"라며 면접에 참석했다. 그런데 면접 자리에서 또 그 말을 듣다니. 그동안 내가 스포츠 업계 취업을 위해 했던 모든 노력들이 부정 당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슬펐다. 여러 감정들이 북받쳐 눈물이 흘렀다.

  

이런 일을 겪었는데도 나는 스포츠를 버리지 못했다. 스포츠와 무관한 일이면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 일을 잘 할 자신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선택과 집중’을 했다. 내가 정말 일하고 싶은 곳만 골라 지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포츠신문사에서 인턴기자를 뽑는 공고를 발견했다. 1순위로 스포츠기자를 꿈꿨던 나는 들뜬 마음으로 지원서를 냈다. 언론사의 경우 신규 채용이 드물기 때문에 흔치 않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서류전형을 통과했고, 임원진 면접 끝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생애 첫 직장이 스포츠신문사로 정해진 순간이었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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