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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Aug 07. 2020

스포츠에 미쳐있던 여학생, 꿈꾸던 'SKY'에 골인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나요?

나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남학생들과 어울려 공을 차는 게 나에겐 일상이었다. 또,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학원 스포츠클럽에 등록해 주말마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겼다. 학교 체육 시간, 특히 피구를 할 때는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에게 같은 팀을 하고 싶다는 뜻밖의 프러포즈를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비타민’이라는 여자 운동 동아리의 주장을 맡았다. 기숙사 학교라는 폐쇄적인 환경, 입시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많은 여학생들이 동아리 가입 문의를 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스포츠를 하는 것뿐 아니라 보는 것도 좋아했다. 밤 10시쯤 자습이 끝나면 누구보다 빨리 기숙사로 달려가 복도 컴퓨터로 그날 있었던 스포츠 경기 영상과 뉴스를 챙겨봤다. 주로 농구를 봤는데, 덕분에 전교생이 알 정도로 유명한 ‘농구녀’가 됐다.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원하는 학과도 명확했다. 바로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지금은 스포츠응용산업학과로 명칭이 바뀌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SKY’ 대학에 수능 비중이 높은 스포츠 관련 학과라니. 스포츠를 좋아하면서도 평범하게 공부를 했던 나에겐 로망 같은 곳이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교 및 학과를 선택하는 게 현실. 그래서 애초부터 진로가 확실한 나를 신기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친한 친구들은 “너의 길을 가는 것 같아 멋있다”, “너랑 너무 잘 어울린다”며 힘을 북돋아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원하던 곳에 합격했다. 총 4번의 도전 끝에 결실을 맺었다. ‘현역’이라 불리는 고3 때에는 쓰디쓴 실패를 맛봤다.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1~2등급 낮은 수능 성적을 받아 수시와 정시 모두 줄줄이 탈락했다. 재수생 때 수시전형에서 예비 1번을 받았으나 희망고문에 그쳤고, 정시에서 마침내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가슴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생겼다. 

K리그컵 여자대학클럽 축구대회에서 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원하는 곳에 입학한 후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대학 생활을 했다. 초, 중, 고, 그리고 재수까지 13년간 뼈빠지게 공부했으니 ‘이젠 놀아도 된다’는 일종의 보상 심리가 강했다. 숨막히는 입시 경쟁을 뚫고 원하던 곳에 들어간 스스로에게 포상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밤새 술을 마신 뒤 오전 5시쯤 첫 차를 타고 귀가해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늦잠을 자서, 혹은 강의실이 너무 멀다는 이유로 ‘자체 휴강’을 하기도 했다. 학업을 소홀히 하는 대신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했다. 여자축구, 농구, 배구 동아리에서 일주일 내내 운동을 했는데, 구슬땀을 흘리며 뛸 때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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