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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노 Jan 28. 2021

빈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시면 뭐가 다를까?

여행 11일차: 빈에서 커피 한 잔, 부다페스트에서 맥주 한 잔

2019.10.02 여행 11일차 오스트리아 빈-헝가리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트렌드 호텔 메센 빈 조식

아침에 호텔 방에서 자고 있는데 누가 방문을 벌컥 열었다. 깜짝 놀라서 문 쪽을 쳐다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나를 발견한 그는 "Sorry"를 외치면서 문을 닫았다. 호텔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그 남자는 어떻게 내 방문을 열었지? 온갖 생각을 하다가 '마스터키를 갖고 있는 하우스키퍼일 거야'라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왜 오전 7시에 내 방을 들어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찝찝함을 가득 안고 조식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전날에는 없던 빵이 있어서 맛있게 먹고 핫초코로 입가심을 한 뒤 식당을 나왔다. 


방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상한 일이 한 번 더 발생했다. 내가 누른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더니 문은 열리지 않고 그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로비층에서 멈춰선 엘리베이터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가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자 '이러다 추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아무도 없고 혼자라서 공포감은 배가 됐다. 어찌할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다가 엘리베이터에 있는 버튼을 모조리 다 눌렀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더니 마침내 문이 열렸다. 죽지 않고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꼈지만 공포의 여운은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의 슈테판 대성당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 준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빈 중앙역으로 향했다. 중앙역 짐 보관소에 캐리어를 넣고 케른트너 거리로 나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근처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는 척하며 빗방울을 피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비는 도저히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계속 가게 안에만 있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결국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옷이 많이 젖어서 신경 쓰였지만, 나중에는 적응이 돼서 아무렇지 않았다. 홀딱 젖은 채로 여러 상점을 돌아다녔는데,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마음에 드는 옷이 많았다. 하나 살까 고민하다가 '스와로브스키에서 엄마 선물을 사야 하니 자중하자'고 되뇌며 매장을 나왔다.  

카페 자허
카페 자허
카페 자허
카페 자허
카페 자허에서 주문한 아인슈페너(왼쪽)와 자허 토르테
카페 자허 화장실
카페 자허 2층
카페 자허 2층

어느새 굵어진 빗줄기를 뚫고 카페 자허를 찾아갔다. 카페 자허는 오스트리아의 대표 디저트 '자허 토르테'가 탄생한 곳으로 약 15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카페에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포인트 컬러인 진한 빨간색과 금색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자리를 안내받은 후 '비엔나 커피'라 불리는 아인슈페너와 자허 토르테를 시켰다. 먼저 아인슈페너를 맛봤다. 위에 올려진 휘핑크림과 밑에 있는 커피를 같이 먹으니 크림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부드러운 식감에 내 몸도 녹는 듯했다. 비바람을 맞느라 지친 심신을 따뜻하게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휘핑크림을 다 먹고 커피만 마실 땐 조금 쓴맛이 났다. 자허 토르테는 초콜릿 케이크 시트 사이에 살구잼이 발라져 있어서 살짝 달았는데, 옆에 함께 나온 생크림이 단맛을 잡아줘 맛의 균형이 맞았다. 


비엔나에서 비엔나 커피를 마시고, 자허 토르테 탄생지에서 자허 토르테를 먹으니 내가 뭐라도 된 양 어깨가 으쓱해졌다. 가만히 앉아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다 먹고 나서 화장실을 가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벽과 천장이 모두 빨간색으로 클래식하게 꾸며져 있었다. 휘황찬란한 조명과 오래된 사진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했다. 화장실도 멋지고 고급스러워서 '2층 안 올라왔으면 큰일날 뻔했네'라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에는 유서 깊은 카페들이 많은데,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커피 맛도 훌륭해서 방문하는 재미가 있었다. 

스와로브스키 귀걸이
스와로브스키 귀걸이

빈을 떠나기 전, 엄마 선물을 사기 위해 스와로브스키 본점에 갔다. 귀걸이 사진을 몇 개 찍어서 엄마한테 어떤 것을 갖고 싶냐고 물어봤다. 평소에는 내가 선물을 사주겠다고 하면 극구 사양하시는 분인데, 이날은 "이 귀걸이가 예쁘네. 엄마는 늘어진 귀걸이가 좋아"라며 관심을 보이셨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마치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천진난만한 소녀처럼 들떠 있었다. 예상과 달리 엄마가 적극적이셔서 당황스러웠지만, 기뻐하시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엄마 선물로 89유로짜리(약 12만원) 귀걸이 2개, 나를 위한 선물로 크리스탈이 박힌 파란색 볼펜 1개를 구매한 후 빈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빈 중앙역
오스트리아 빈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열차 안
오스트리아 빈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열차 안

빈 중앙역에서 짐을 찾고 2시 37분에 출발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행 기차에 탑승했다. 빈에서 부다페스트로 가는 구간은 '사람이 꽉 차서 짐을 놓을 공간이 없었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내가 탔을 땐 자리가 넉넉했다. 외관상으로는 오래된 열차 같아 보였지만, 내부는 깔끔했고 좌석도 알록달록해서 예뻤다. 테이블 밑에는 USB 충전단자도 설치돼 있었다. 옆에 있던 분의 도움을 받아 캐리어를 위에 올려놓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겼다. 일주일간 머물렀던 오스트리아를 떠나 새로운 나라에 발을 디딜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렜다.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를 방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역
헝가리 부다페스트역
경사가 가파른 헝가리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비가 내리는 운치 있는 풍경을 감상하면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다 보니 2시간 30분이 훌쩍 지나갔다. 부다페스트역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예스러웠다. 역에서 우선 숙소로 가기 위해 72시간 교통권을 구입하고 지하철을 탔다. 헝가리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는 듣던대로 경사가 가파르고 속도가 무척 빨랐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손잡이를 꽉 잡고 출구를 나섰다. 


헝가리에서 거주할 숙소는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슈퍼히어로' 집이었다. 이번 여행 첫 에어비앤비 숙소로, 베란다에서 국회의사당을 볼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기대감을 안고 주소를 따라 찾아가니 오래된 아파트가 눈앞에 보였다. 복도는 깜깜했고, 엘리베이터는 수동접이식이었다.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탈 자신이 없어서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으로 4층까지 낑낑거리면서 올라갔다. 땀을 뻘뻘 흘린 채로 숙소 문 앞에 도착했는데, 열쇠가 들어있는 키 박스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혼자 쩔쩔매다가 호스트한테 도움을 요청해 열쇠를 겨우 발견하고 문을 열었다.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숙소는 1.5룸 형태로 혼자 지내기 충분한 공간이었다. 소파를 비롯한 가구들이 파란색과 회색 톤이라 모던한 느낌이 났다. 한쪽에는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각종 히어로 피규어들이 전시돼 있었고, 베란다에는 다뉴브강과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 딱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전망이 멋진 곳을 소유하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지?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베란다에서 헝가리 국기가 펄럭이는 국회의사당을 보니 비로소 헝가리에 있다는 실감이 났다. 저녁 6시가 넘자 해가 슬슬 지면서 국회의사당에 조명이 켜지고 거리가 로맨틱하게 변했다. 숙소 안에만 계속 있기에는 아까운 풍경이라 외투를 주섬주섬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쿰 비스트로

밤이 깊어지자 국회의사당의 조명은 점점 화려한 금빛을 띠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 건물의 웅장함은 카를교에서 프라하성의 야경을 본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카를교와 달리 부다페스트 거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한바탕 사진을 찍은 뒤 맛집 헝가리쿰 비스트로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열차에서 내려 출구 계단을 올라가니 밖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빗줄기와 바람이 거셌다. 하는 수 없이 지하철 출구 앞에서 구수한 빵 냄새를 맡으며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20분 후 빗줄기가 거의 잦아들어 거리로 나섰다. 우여곡절 끝에 헝가리쿰 비스트로에 도착했는데, 대문에 '예약이 꽉 차서 오늘 손님은 더 이상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곧이어 나처럼 혼자 온 외국인 여성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식당에서 퇴짜를 맞았다. 동병상련인 그녀와 함께 다른 레스토랑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혹시 주변에 맛집 아는 곳 있으세요?" 그러자 그녀는 "근처에 Csarnok Vendeglo가 있는데 같이 갈래요?"라고 되물었다. 나는 "좋아요"라고 답했고,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식당까지 함께 걸어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맛집 Csarnok Vendeglo 메뉴판
Csarnok Vendeglo에서 시킨 크리스피 덕
Csarnok Vendeglo에서 시킨 흑맥주(왼쪽)와 디저트

Csarnok Vendeglo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분위기였다. 진정한 맛집에 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크리스피 덕(오리고기)과 흑맥주를, 그녀는 갈비찜 비슷한 것과 콜라를 시켰다. 내가 "술을 원래 안 마셔요?"라고 묻자 그녀는 "아뇨, 원래 술을 좋아하는데 낮에 맥주 공장에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더니 지금은 안 먹고 싶네요"라며 웃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자기소개를 하며 대화를 나눴다. 나와 같이 밥을 먹게 된 그녀는 이탈리아에서 온 발렌티나였다. 발렌티나는 5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현재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나와 같은 상황의 사람을 만나다니 인연인가 싶었다. 


발렌티나에게 "왜 변호사 일을 그만뒀어요?"라고 묻자 그녀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11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쉬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제 삶을 되찾고 싶어서 변호사를 때려치기로 결심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에 나는 "저도 스포츠기자였는데 같은 이유로 퇴사했어요. 정말 공감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사도 기자도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직업일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건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내가 전직 스포츠기자라 하자 발렌티나는 "제가 밀라노에서 일할 때 축구선수 하비에르 사네티가 운영하는 식당에 간 적이 있어요"라며 사네티와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을 보며 축구 이야기를 하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리고기는 살짝 짰지만 바삭바삭해서 맛있었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는데, 발렌티나가 다른 테이블을 쳐다보더니 "우리도 저 사람들이 먹는 디저트 시켜보는 거 어때요?"라고 제안했다. 헝가리에만 있는 독특한 디저트 같아서 나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디저트는 만드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서야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다. 겉에는 바삭한 빵에 과일 토핑이 얹어져 있었고, 속에는 작은 두부 같은 게 들어 있었는데 생소하지만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계산을 끝내고 발렌티나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맞팔로우한 뒤 헤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코드가 맞는 친구를 만나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혼자 여행을 하면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국회의사당
헝가리 부다페스트 거리
헝가리 국회의사당

지하철을 타고 숙소 앞에서 내려서 걸어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스냅사진 전문가가 요구하는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도 있었고, 삼각대를 놓고 다정하게 자세를 잡는 연인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목소리를 높이며 티격태격하는 한국인 모녀가 눈에 띄었다. 사진촬영 때문에 다투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제가 찍어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딸이 "아니요, 저희 이미 사진 다 찍었는데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는 머쓱한 표정이 되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맥주를 사려고 했는데 편의점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근처 노보텔 호텔 바에서 병맥주를 판매하고 있어서 트로피칼 IPA 한 병을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숙소가 있는 아파트 현관에 도착해 앞 사람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사람이 나를 보더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내 얼굴만 보고 한국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알지? 숙소 호스트라서 내 정보를 아는 건가 싶어 "안녕하세요, 제가 예약한 슈퍼히어로집 주인 분이신가요?"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그는 "아뇨, 근데 저도 2층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구경하실래요?"라고 물었다. 훈훈한 외모에 자상함까지 갖춘 그가 집을 어떻게 꾸며놨을지 궁금했지만, 혹시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괜찮다며 사양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다음에 봐요"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니 '저 사람은 순수한 의도로 이야기한 건데 내가 괜히 오버한 건 아닐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헝가리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숙소 문을 열고 곧바로 베란다로 가서 야경을 보며 맥주를 마셨다. 유럽 야경 중에서도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집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즐길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비가 온 뒤라 맑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맥주를 들이켜는데 잘츠부르크에서 만났던 M이 부다페스트에 일주일 동안 머무른다고 말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휴대폰을 집어들고 M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아직 부다페스트에 있다는 답장이 왔다. 내일 저녁에 둘 다 특별한 일정이 없어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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