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낮잠으로 만들어버린 한마디
첫 전신마취 수술에도 떨지 않았던 이유
대학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이 지나고 수술 날이 밝았다. 머리의 종양 2개를 제거하기 위해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향하는데 의외로 마음은 평온했다. 받아본 수술이라곤 7살 때 커터칼에 손이 베어 여섯바늘 꿰맨 것뿐인데. 마치 여러 번 수술을 경험한 사람처럼 태연한 모습에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다.
심장이 벌렁벌렁할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며칠 전 신경외과 교수님께서 해주신 한마디 덕분이다. 전신마취 수술이 처음인 나는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무지에서 오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교수님을 만났을 때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제가 이런 수술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되는데…수술하면 많이 아파요?”
두려움에 못 이겨 내뱉은 나의 어리석은 질문에도 교수님은 웃으면서 친절히 답해주셨다.
“아니, 하나도 안 아파. 고생은 내가 할 거니까 넌 그냥 푹 자면 돼.”
“혹시 수술하다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죠?”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걱정하지 마.”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지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교수님께 모든 걸 맡기고 나는 그냥 푹 자면 되겠구나. 내가 할 일이라곤 그것뿐이구나. 교수님의 말씀을 몇 번 되뇌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수술실에 들어갈 때 낮잠 자러 가는 사람 마냥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마취)약 들어갑니다.”
그렇게 시작된 수술은 장장 6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수술실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던 나와 달리,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굴렸다고 한다. 예상보다 수술 시간이 길어져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며,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병원 측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오후 3시쯤 수술실에 들어간 내가 눈을 뜬 건 새벽 1시였다. 돌이켜보면 꽤나 큰 수술이었지만, 교수님 덕에 나는 불안에 떨지 않고 수술을 낮잠으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다.
내가 흔들릴 때 누군가가 건넨 한마디의 힘은 이렇게나 강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