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ResearChurry Oct 12. 2020

사용자는 사람입니다. 시스템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학교, 회사, 동호회 등 살면서 다양한 공동체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관심사를 파악하며 친해지고, 같이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가까운 사이가 되어간다. 때로는 즐겁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할 때도 있으며, 서운한 게 있을 때는 풀어주려는 수고스러운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이런 수고를 반복하다 보면 그 상대방의 취향, 관심사,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고 싶으면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거나, 물건을 선물로 줄 수도 있고,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으면 그 사람이 싫어할 만한 행동을 알아서 피하려 할 것이다. 이런 배려하는 마음이 전달된다면 그런 나의 노력을 상대방은 고맙게 생각할 것이고, 관계는 더 건강해지고 돈독해질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알 가려는 노력은 편리하고 효율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을 쏟아야 하고 정신적, 감정적, 물리적인 에너지가 소모되어야 하는 고단한 작업이다. 아무런 시간도 함께 보내지 않고, 세심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대화를 이끌어 나가려는 노력 없이 누군가와 절친이 되고 신뢰할 만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이치에 맞지 않다. 효율 최적화된 관계는 그냥 얕은 관계일 뿐이다. 


친구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 '요즘 30대가 좋아하는 아이템'과 같은 데이터에 의존해서 선물을 고른다면, 상대방이 과연 그 선물에 만족할까? 통계 상에서 30대는 애플을 좋아한다고 해서 아이폰을 선물로 사서 주었는데, 알고 봤더니 상대방은 충성스러운 LG 사용자라서 오로지 LG의 핸드폰만 사용하는 사람이었다면?  분명 데이터적인 근거를 가지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상대방의 취향에서 빗나간 아쉬운 결정일 수밖에 없다.




배달의 민족, 카카오톡, 토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튜브 등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는 대다수의 서비스 플랫폼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람'이라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과, 그 사용자와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시간적, 감정적, 물리적인 노력을 들여야 하는 만큼, 새로운 사용자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시간적, 감정적, 물리적인 노력을 들여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일상에서 친구는 한 번에 한 명, 또는 두 명 하고만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 되지만, 서비스 플랫폼은 몇 만 명, 몇 십만 명, 또는 몇 백만 명까지 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편한 노력을 들이기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자를 이해하려 하는, 즉 데이터에 매몰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숫자와 차트로 빼곡한 대시보드를 보며 '지난달 대비 약 80% 더 많은 신규 유저가 유입이 됐군. 우리가 뭔가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잘 제공하고 있나 보다!"라는 식의 결론을 내린다던지, "장바구니까지 100,000명이 유입되었는데 구매 버튼을 누른 사용자는 1,000명 밖에 안되는군. 구매 전환 최적화가 필요하겠다"라는 식의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은 앞에 놓여있는 숫자들의 의미를 찾은 것이지, 그 숫자들을 구성하고 있는 사용자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대시보드나 각종 KPI 지표들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유입된 100,000명이라는 사용자를 이해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을 건너뛰고 숫자와 데이터를 보며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서비스 방향성을 제시해 놓고 사용자 이해를 기반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저 리서처들은 조직의 그 누구보다 사용자와 직접적인 접촉과 교류를 가지는 직군이다. 사용자들과 시간을 들여 대화를 하며 데이터에는 드러나지 않는 사용자들의 감정, 성향, 태도, 서비스 내 취하는 행동의 동기와 같은 정성적인 데이터들을 수집하는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제품 로드맵과 사용자의 니즈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아니 자주 있다. 처음에는 좌절 비슷한 감정이 들지만, 이내 사용자와 기획자 간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유저 리서처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며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왜냐면 사용자를 이해하는 노력이라는 것은 사실 거창하거나 고차원적인 활동이 아니라, 약간의 시간을 들여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사용자의 의견을 경청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되고, 어떤 방향으로 기능 개발을 해야 되는지가 명확해진다. 디자이너, PM 중에서 이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용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일이 많거나, 의지가 없거나, 아니면 방법을 몰라서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사람을 진정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효율 최적화를 찾지 않기를 바란다. 더 많은 시간을 쏟아서 사용자에게 다가간다면 관계는 깊어지고 사용자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질 것이다. 사용자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조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진행하는지 잘 모르시나요? Click Here

수많은 사용자를 세그멘테이션 하는 방법이 궁금하신가요? Click Here

매거진의 이전글 Data-driven한 조직이 되지 마세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