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에세이
날아든 파리가 머리카락을 한 번,
손끝을 한 번,
옷매무새를 한 번 건드린다.
이 귀찮은 녀석이 언제쯤 자기를 봐줄까 안달이 난 모양이다.
되도록 눈에 안 띄는 편이 좋은데 말이다.
그걸 안다면 파리 새끼가 아니겠지만
자기 한 번 봐달라고 이렇게 아우성치니 눈길 한 번을 준다.
젠장, 눈깔이 징그럽게 생겼잖아.
책상에 놓인 신문지나 공책을 돌돌 말아서 한 방이면 끝날 일이다.
그렇게 퍽 치고 나면 벽이나 종이에 자국이 남는다.
방 안은 조용해겠지만, 내 기분이 정리되는 건 또 별개의 문제다.
그래 봤자, 파리는 파리일 뿐.
언젠가 사라질 녀석이고, 어쩌면 내일 또 다른 놈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신경 쓸 필요가 있나?
아니 그냥 두고 잊어버리면 될까?
선택은 대개 별개 아니다.
딱히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 일.
결국 내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결심했다.
손에 집히는 공책을 돌돌 말았다.
손의 감각이 가득 찼다.
조준.
조준.
...
아니다,
그냥 파리가 남긴 짜증의 흔적만 기억하련다.
벽에 남은 자국이 내 안에 남은 자잘한 감정을 흉내 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