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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누 Feb 28. 2022

새로운 뱀사다리 게임을 시작하다 -1편

일하는 이유를 질문하고, 기존 게임을 포기하면서 나다움을 찾다

엊그제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 NFT관련 게시물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현재 글 작성하는 시점에서 곧 조회수 10,000을 앞두고 있어서 한편으로는 얼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만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NFT관련 글 작성에 앞서서 내가 왜 NFT와 암호화폐시장을 관찰하게 되었는지, 왜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프리퀄까지는 아니어도 배경 스토리를 사전에 공유했더라면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오늘은, 어차피 앞으로 NFT와 암호화폐에 관한 글을 계속해서 작성할 예정이니 게시글 두 개 정도는 내가 NFT와 어떻게 만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사실 앞으로 브런치에서 작성할 이야기들보다는 오늘의 이야기가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편과 2편으로 나누어서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목차) 새로운 뱀사다리 게임을 시작하다 - 1편

#1. 방황의 계기 

#2. 기존 뱀사다리 게임 탈출을 결심하다 

#3. 내가 원했던 게임 - 새로운 100번째 칸을 찾다 

#4. 진짜 뱀사다리 게임 시작  



직장인 5년 차, 방황 2년 차




간단한 자기소개 - 나는 상하이에서 10년, 홍콩에서 9년을 살았다. 5년 전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런던에 본사를 둔 금융지수 및 관련 데이터 서비스 제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한 번도 선두권에 있지도, 그렇다고 딱히 뒤처진 적도 없이 꾸준히 갈길을 갔던 것 같다. 남들처럼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고, 어떻게 좋은 커리어를 밟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세일즈팀에서 근무했던 나는 고객들을 직접 대면할 수 없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했지만 더 이상 다른 나라로 놀러 갈 수 없었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했지만 더 이상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기가 어려워졌다. 당연한 것들이 부정되면서 나도 몇 년 동안 목적을 잃고 방황했었는데 특히 2020년은 매우 암울했던 시기였다. 


뱀사다리 게임을 접하기 전까지, 나는 계속 방황했었던 것 같다. 



기존 뱀사다리 게임 탈출을 결심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뱀사다리 게임을 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유행했던 게임인데 생각보다 간단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들이 각자 주사위를 굴려서 주사위에서 나온 숫자만큼 전진하는데, 가장 먼저 100번째 칸에 도달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어렸을 때 재밌게 놀았던 뱀 사다리 게임

물론 단순히 주사위만 굴리면 재미없기에 여기에 몇 가지 규칙이 추가된다. 먼저 사다리가 있는 칸에 도달할 경우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내 말이 안착한 칸에 뱀의 머리가 있다면 뱀을 타고 뱀의 꼬리가 있는 칸으로 미끄러진다. 따라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사다리를 많이 타고 뱀의 머리를 밟는 걸 피해야 한다. 


위 사진을 얼핏 봐도 정말 많은 기회 (사다리)와 함정 (뱀)들이 존재한다. 2021년 한 뜨거운 여름날, 우연히 길을 가다 상점에 진열된 이 게임판을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100번째 칸에 도달하고 나서는 어떻게 되지?'


100번째 칸에 도착하면 당연히 게임을 이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힘들었을 때여서 그런지, 저 수많은 사다리와 뱀들을 통과해서 목적지에 도달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굉장히 염세주의적인 태도로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 게임판을 봤던게 내게 도움이 되었던 건, 그날을 계기로 내가 앉은 게임판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죽도록 노력해서 10년 뒤에 내 뒷자리에 앉은 상사의 자리에 앉고, 다시 죽도록 10년 더 노력해서 오피스 건너편의 더 높은 상사의 위치에 앉는 게 내가 선택한 게임의 100번째 칸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원했던 미래가 아니었다*. 


*심지어, 100번째 칸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못해 극소수의 인원만이 끝까지 간다.  



내가 원했던 게임이란


그날 이후로 정말 많은 친구들과 동료들, 선배들과 후배들에게 왜 일하는지를 묻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일하는지를 이해함으로써 나도 내가 원하는 목표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최종적으로 새로운 100번째 칸 (최종 목표)을 찾고 싶었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이유로 현재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대화의 과정을 엮자면 또 한 편의 글이 나오겠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요약하도록 하겠다. 


우리가 일하는 가장 큰 이유들 (예시)


1. 금전적 보상 : 노력을 재화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보상. 직업을 불문하고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노동의 이유이다.

2. 성취감 :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

3. 권력 욕구 : 자신의 영향력을 더 넓게, 더 강하게 발전시키고 싶은 욕구

4. 인정 욕구 : 권력 욕구와 비슷하지만, 권력의 증대는 본인의 영향력을 중요시하고 인정은 타인의 시선을 갈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5. 창조 욕구 : 기존에 없던 사물을 새로 만들거나 재편하면서 느끼는 감정적 보상. 주로 개발자나 예술가, 수공업자, 상품개발자 등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6. 이타심 : 남을 돕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 동료나 고객의 피드백이 일하는 이유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주변에는 없었지만 봉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노동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7. 정의/신념 :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혹은 특정 가치관을 추종하여 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시는 군인, 경찰. 

8. 가정: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9. 즐거움 : 드물지만 현재 하는 일이 정말 즐거워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부러운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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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은 100번째 칸


사람들이 일하는 이유들을 최대한 분류화하고자 했지만, 완벽한 분류화는 불가능하다. 심지어 강아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한다는 친구도 있었으니 모든 이유들을 나열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리라 (그 친구는 정말로 진지했다). 그래도 이 일련의 대화를 거치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10. 자유 : 일에서 자유롭기 위해 일한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일을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금전적 보상도, 인정 욕구의 실현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점을 합산해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하루의 절반을 일하는데 보내야 한다는 것은 결코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내 시간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일하는 이유이자 행복의 가치관이었다. 일은 너무나 많은 시간을 앗아가기에 일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내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진짜 뱀사다리 게임의 시작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은 이상 같은 게임판에서 주사위를 굴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우선 더 많은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기로 마음먹고, 자유를 얻기까지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때가 작년 여름이었다. 


몇 개월 뒤, 나는 현재 속한 회사로 이직했고 자유 쟁취를 위한 계획서를 마련했다. 

여전히 이 보드판에는 사다리와 뱀들이 넘치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건 달라져있었다. 물론 내가 원하는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면 보다 짧은 시간 안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분명한 목적지와,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다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뱀사다리 게임의 시작이었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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