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의 반란, 뇌의 변명
“인간의 부조리함은 뇌가 아니라 위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역설적으로 그 부조리함을 해결하기 위해 위가 아니라 뇌에 의지하게 됩니다.”
내 위는 얼마나 많은 사고를 쳤을까?
그리고 내 뇌는 그걸 얼마나 성실히 수습해 왔을까?
이성은 태초부터 없었다. 단지 수습반장일뿐이었다.
어떤 학자는 우리의 마음을 두 가지로 나눴다.
빠른 마음, 느린 머리.
빠른 마음은 직감과 욕망이 휙휙 달려가는 곳,
느린 머리는 뒤늦게 나타나 그 뒤를 정리하는 수습반장이다.
우리는 늘 느린 머리가 나를 이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빠른 마음⏤위장의 울림, 감정의 속삭임⏤에 끌려간다.
어제, 내 빠른 마음이 사고를 쳤다.
긴 연휴 동안 무장해제된 나의 위장을 단속하겠노라 다짐했다.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덜 먹으며 ‘건강한 나’의 환상에 한 발 다가선 날.
그런데 밤이 되자, 모든 게 무너졌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 남편과 마주 앉았다.
눈앞에 남편의 치킨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치킨 한 조각을 뺏어먹었다.
그 순간, 짜릿함이 온몸을 휩쓸었다.
야채수프로 뒤로 이어지는 기름진 ‘치킨’의 풍미는
이성이 끼어들 틈 없는 황홀함을 안겼다.
”오늘 덜 먹었잖아, 내일 더 움직이면 돼.”
수습반장 뇌는 빠르게 명분을 만들어냈다.
그럴싸한 핑계로 다음 날의 나에게 모든 걸 넘긴다.
우리의 많은 선택은 사건이다.
그 사건은 위장에서, 감정에서, 욕망에서 시작된다.
뇌는 뒤늦게 명분을 붙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담 법무팀’ 일뿐.
오늘도 우리는 사고를 칠 것이고,
각자의 뇌는 그걸 멋지게 수습할 것이다.
이걸 깨닫는 순간
다른 사람의 판단도, 내 판단도
조금 덜 오만하게, 조금 덜 확신하며 바라보게 된다.
너도 나도, 결국 위장의 부름에 끌려가는 인간일 뿐이니까.
오늘 당신의 빠른 마음은 어떤 사고를 쳤나요?
그리고 당신의 느린 머리는 어떻게 수습 중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