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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뜰 Oct 08. 2019

빈티지 미술품 곁으로 다가서다

Frieze Masters, 런던

  여정 - 그것은 새로운 장소에 있을 나를 상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상상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가치 있는 소비를 하겠다고 꿈꾸는 사람의 특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의 품에 안기는 여행은, 한 번쯤 가져봄직한 분별 있는 사치가 아닐까.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빛이 드리워진 정원을 꿈꾸듯 거닐며 싱그러움과 멋진 정취를 한껏 만끽할 때쯤,  빈티지 미술품들이 우아한 모습을 드러낸다.



매년 가을,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가 열리는 런던의 리젠트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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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가장 큰 왕립 공원인 리젠트 파크는 런더너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잘 가꿔진 화단과 장미꽃이 만발한 퀸 메리 가든을 산책하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 및 동물원과 야외 창작 활동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5~10월에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다양한 예술 행사도 열리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프리즈Frieze 아트페어이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는 설립 연도와 목적, 내용이 전혀 다른 두 미술 행사인 프리즈 런던 Frieze London과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를 동시에 개최한다. 프리즈 런던은 2003년에 처음 시작됐고, 바젤 아트페어나 미국 아모리쇼와 달리 영국 화랑과 딜러들이 주도하여 영국 청년작가들yBa의 실험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 후 신진 작품이 현대미술 시장에 어떤 반향을 불러올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를 끊임없이 던지며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는 명실상부한 전 세계 컨템퍼러리 아트 페어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렇기에 미술 관계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매년 10월 프리즈를 찾는다.    

하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날, 같은 장소인 리젠트 파크에서 열리지만 공원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산책로를 약 15분 정도 느긋하게 걸었을 때 마주할 프리즈 마스터스에서는 빈티지 작품들이 지닌 희소성의 가치에 더없이 매료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가까운 전철역과 각 행사장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여행자라면 역시 천천히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가득 담는 쪽이 좋지 않을까?!)



과거의 예술을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프리즈 마스터스

프리즈 마스터스 2019에서 17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갤러리 조니 판 해프텐Johnny van Haeften 부스.

프리즈 마스터스는 미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관객들이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2012년에 처음 개최한 이 행사는 해를 거듭할 수록 시대와 지역을 폭넓게 아우르는 작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선보여, 관람객 모두가 유명한 빈티지 작품은 물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역사화’도 현대인의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이길 원한다. 우리는 몇 세기 전의 골동품이나 그림 옆에 전시된 현대 미술의 대표적 아이콘 앤디 워홀Andy Warhol 작품을 발견하는 순간, 동시대적 미술 역시 빈티지로써 인정받는 중요한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람 포인트는 매년 참여하는 모든 갤러리들이 세심하게 기획하고 구성한 각 부스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10월, 프리즈 마스터스와 프리즈 런던에 모두 참여한 국내 갤러리인 현대갤러리Gallery Hyundai의 부스를 비교해보면 두 아트 페어의 현저히 다른 분위기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갤러리는 프리즈 마스터스 부스에 한국 전통 미술 및 공예(위)와 20세기 거장 이우환 작가의 작품(가운데)을 병치하였고, 프리즈 런던에서는 전시장을 동시대  미술 작품들로 구성(아래)하였다. 현대 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아트 페어 2019에도 참여하니,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프리즈 마스터스는 올해도 전시 외에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엘리자베스 페이톤Elizabeth Peyton 등이 참여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토크Frieze Masters Talk’가 그중 하나다. 이렇듯 정원을 거닐다 마주한 빈티지 미술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을 위하여 런던으로 떠나는 것은 어떨까. 분명 가치 있는 여행이다.


Frieze Masters

2019. 10. 3 - 6

Regent’s Park | London NW1 4HG

https://frieze.com/fairs/frieze-m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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