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삶을 살게 된 나를 위해
잠을 잔다. 꿈을 꾼다. 꿈이 흐릿한 기억을 남는다. 내가 살아온 인생도 이와 비슷했다. 어릴 적 나는 소위 영재였다. 대충 해도 남들보다 앞선다고 생각했다. 공부, 운동, 음악 등 나는 모든 것을 곧 잘했다. 하지만, 난 영재에 불과했고 천재가 아니었다. 변변한 실력으로 모든 것을 대충대충 했고 난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꿈을 꾸고 일어난 후, 꿈을 꿨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다채로웠던 내용은 순식간에 잊듯이 나는 학생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고 학창 시절의 기억은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열심히 논 것도, 열심히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영재인 줄 알았던 나는 결국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내 미래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고 믿고 다시 잠에 들어 꿈을 꾸고 싶어 진다. 나는 항상 꿈을 꾸고 잠을 잔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에 안 남는 꿈을 나는 그렇게 매일 꾸고 있다.
꿈을 꾼다. 잠에서 깨어난다. 꿈이 생생했다. 꿈을 노트에 적는다. 하루하루 꿈들이 노트에 쓰여진다. 노트에 쓰인 꿈들의 공통점을 찾는다. 많은 사람들, 말보다는 액션, 화려한 효과들, 아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았다. 좀비, 로봇, 총, 폭탄, 폭발 그리고 도망. 꿈에서도 난 도망을 치고 있었다. 모든 꿈에서 나는 도망을 쳤다. 나는 도망을 치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고 아비규환의 영화 속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다.
내 꿈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한 후부터 나의 꿈은 더 이상 흐릿한 기억이 아니다. 20살, 꿈은 더 이상 흐릿한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도 달라졌다. 이제는 더 이상 영재가 아님을 인정했고 남들만큼 노력하기 시작했다. 남들을 앞서지 못하니 뒤처지지 말자고 노력했다. 난 바보가 되었지만 성장했다.
난 열심히 놀았고 열심히 공부했다. 나는 결국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현재에 충실하게 되었다. 천재에 대한 동경과 과거의 내 모습은 이제 꿈처럼 흐릿하게 기억에 남았다. 흐릿한 꿈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나를 만들어준 초석이 되었다. 흐릿한 꿈들 속에서 기억에 남는 꿈들을 되새기고 적으면서 나는 나를 만들어 갔다. 영화와 같은 꿈속에서 나는 영웅이 아니지만 용감했고 천재가 아니었지만 지혜로웠다. 도망치긴 했어도 결국, 피하지 않았다.
꿈은 신비롭다. 나를 반성하게 만들고 내가 어떤 욕구가 있는지 나를 대신해 표현한다. 어릴 적부터 남에게 내 속을 안 보여주던 나는 나에게 마저 내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꿈은 나에게 진실을 얘기했다. 외로울 때면 나는 연애를 하는 꿈을 꿨고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는 손이 흠뻑 젖을 정도로 무서운 꿈을 꿨다. 하지만, 꿈들의 결말은 비극적이지 않았다. 나는 꿈에서 많이 다쳤지만 죽은 적은 없었고 다친 이는 많지만 죽은 이는 없었다. 꿈들의 마지막은 항상 투쟁이었다. 사랑에 대한 투쟁, 자유에 대한 투쟁, 불의에 대한 투쟁, 괴물들과의 투쟁, 다른 세력과의 투쟁. 투쟁의 연속이었다.
과거, 꿈이 기억 안 나는 시절에도 이와 비슷한 꿈들을 꿨던 것 같다. 당시 나는 꿈에 취해, 나에게 취해, 꿈을 다시 꾸려고만 했다. 꿈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꿈은 머릿속에 분명히 기억으로 남지만 그걸 생각해내고 인정했을 때 나에게로 와 나를 만들어 낸다.
나는 꿈을 꾸기 위해 잠을 잔다. 꿈에서 깨어난 후, 새로운 꿈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해 나는 다시 잠을 잔다. 과거의 꿈과 현재의 꿈에서 달라진 것이 있다. 잠을 자다 보니 꿈을 꾸는 것에서 꿈을 꾸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영재였던 나는 보통의 존재가 되었고 오히려 나는 꿈을 더 확실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꿈을 꾼다는 것은 허상과 상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나의 욕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에게 자신감이 있었을 때는 상상이 곧 현실이었고 꿈이 현실이라 믿었다. 꿈은 실현될 것이라고. 하지만, 자신감을 상실하고 난 뒤의 꿈은 현실이 아닌 허상이란 것을 깨달았다. 꿈은 허상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적, 상황이 있더라도 나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꿈속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하는 주인공, 해결사가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 맞서 싸우는 엑스트라가 될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 것이다. 난 그저 노력할 것이다. 무섭지만, 맞싸울 것이다. 난 주인공도, 영재도, 천재도 아니니까.
나는 꿈을 꾼다. 꿈은 어떨 때 무섭다. 하지만, 나는 꿈을 계속 꿀 것이다. 미래의 내 인생도 꿈처럼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이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