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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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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Apr 17. 2019

라디오스타의 빈 자리

방송사의 출연자 검증, 가능할까?

오랜만에 보는 하하. 만나서 반갑지만...


  지난 4월 10일 방송된 [라디오스타], “여긴 내 구역인데예~?” 특집. MC 넷과 게스트 넷이 이끌어내던 복작한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하다. 네 번째 MC석에는 일일 MC 하하가 자리했다. 김국진 옆 게스트석은 방송 내내 편집되고 가려져 출연자가 출연했는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다. 


왼쪽 구석 황망한 손은 누구의 것인가?


  연예인도 사람이다. 완벽할 줄 알았던 그가 허당같은 구석을 내보일 때가 있고, 조용한 그가 버럭 할 때가 있다. 마냥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그가 물의를 일으킬 때도 마찬가지다.

연예인 사건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범죄부터 강력범죄까지 다양한 사건이 일어나는 대한민국이지만,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은 포털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공기청정기는 무엇을 정화하고 있을까


  덩달아 방송가도 비상이다.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이 출연한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빈자리를 메꿀 새 출연자를 찾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촬영분이다. 게스트는 출연하지 않은 것처럼. 출연자는 없었던 것처럼. 연예인에게 집중된 분노의 불씨가 프로그램에까지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다.


방송사의 출연자 검증,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역시 비판을 면치 못한다. 특히나 연예인들이 일으킨 물의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현재, 방송사에서의 출연자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초에 물의를 일으킬 출연자들을 출연시키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데 출연자 검증,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TV와 예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방송사의 출연자 검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애 예능의 출연자를 뉴스 사회면에서 만나고 뒷목을 잡은 A씨 (23세/ 대학생)

  처음 그 뉴스 보고 정신이 멍했어. 설마 설마 했는데 점점 다른 기사들이 올라오고, TV 뉴스에서도 나오고… 믿었던 사람한테 뒤통수 맞는 기분이지. 그런데 사실, 내가 좋아하던 그 연예인의 모습은 예능에서의 모습이잖아. 그 연예인 사생활이 어떤지 내가 알았냐고. 원래 직장에서는 이미지 관리하는 거야. 그러니까 연예인 뒤가 구려도 사생활 뿐 이지 방송사에서 어떻게 알겠어? 방송사도 결국 속은 거 아니야?


  -연예인 소속사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불을 뿜는 B씨 (21세/ 대학생)

  출연자 검증은 방송사가 아니라 소속사에서 해야지. 거기가 연예인을 관리하는 곳이잖아. 방송사랑 계약을 맺는 것도 연예인이 아니라 소속사고. 그러면 방송 능력으로나 사생활 면으로나 검증된 사람이랑 계약해야 하는게 맞지 않아? 아니, 상식적으로. 무슨 일을 터뜨릴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람이랑 일을 해야 하는데 방송사는 당연히 생각을 하고 결정하겠지. 매니지먼트를 믿고 말이야. 매니지먼트는 방송사보다 연예인의 사생활에 가까우니까 관리를 하거나 주의를 주는게 맞는 거고. 안 그래?


  -좋아하던 연예인의 은퇴 이후, 연예인 인성에 대해서는 해탈한 C씨 (26세/ 직장인)

  출연자 선별은 불가능해도 방송사는 이런 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어. 자업자득이지. 방송사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절대로! 당장 TV를 틀면 나오는 예능 중에 과거 깨끗한 연예인만 출연하는 프로그램 있어?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러서 욕을 먹어도, 대중 반응이 잠잠해지면 다시 나와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방송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냐고. 방송사가 도덕적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시청률만 생각하니까 범죄자가 복귀하는 게 아무렇지 않잖아. 자기 과거로 농담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인 양 무마하기도 하고 말이야. 만약 방송사에서 그런 사람들을 단호하게 끊어냈으면 연예인 사회 문제가 훨씬 줄었을걸? 


[편집은 칼같이, 섭외는 신중히]


  방송사는 연예인의 인성을 검증할 수 없다. 프로그램은 연예인의 일터일 뿐이다. 방송사는 그들의 사생활에 개입할 수도, 사생활을 제재할 수도 없다. 출연자가 일으키는 사회적 문제가 계속되는 한, 방송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촬영본에서 문제가 된 이들을 지워내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이것이 방송사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 아니다. 방송사는 출연자의 인성을 검증할 수는 없지만, 출연자를 선별할 수는 있다.


  그동안 방송사의 연예인 섭외 요건에 대해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시청자들은 그간 문제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이 다시 방송에 복귀하는 것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그들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나타나고 더러는 과거에 저질렀던 일을 웃음 소재로 쓰기도 한다. 문제를 일으켜 하차한 출연자도 가끔 농담거리로 언급된다. 과거의 라스에서는 S씨가 그랬고, 최근 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는 일은 그 문제에 대한 옹호나 다름없다.


 이런 문제를 방송에서 농담처럼 언급하며 가볍게 소비하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물의는 연예인이 일으키지만, 그들을 대중에게 내보이는 것은 방송사와 프로그램의 몫이다.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복귀할 무대가 있는 이들에게는 죄의 무게가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연예인 사건 사고에는 문제 출연자에게 말랑한 태도를 보이는 방송사의 책임 역시 존재한다. 칼 같은 출연진 선별은 연예인에게 범죄나 사회적 물의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


  문제 연예인에게는 단호한 태도를, 출연자 섭외에 있어서는 냉철한 숙고를 반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방송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 보다 처음부터 튼튼한 외양간을 짓는 것이 낫다. 이 빠진 라디오스타 출연진을 보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 이전에 보기 ‘불편’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다. 제 아무리 CG 명가 MBC라고 해도, 시청자는 CG가 아닌, 출연자들의 토크를 보고 싶으니 말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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