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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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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Apr 17. 2019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 드라마를 반영해야 할 현실

 대한민국은 전쟁 이후 60년 만에 급격한 산업화를 겪었다. 많은 사람들은 급격한 자본의 흐름에 의해 자본에 따른 계급까지도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을 ‘갑질’이라고 정의하고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그들의 갑질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업무의 효율성을 내세우며 우리를 소모적 대상으로 보았다. 또한 SNS 등 기술이 발전하며 폭력의 종류와 범위는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져서 업무시간 외에도 근무와 관련해서 참견받기 십상이다. 이렇듯 갑질로 칠해진 우리의 일상에 느낌표를 던져주는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등장했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갑질에 시달리는 수많은 을들을 위한 대리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친 우리에게 잠시나마의 재미와 위로를 선사한다.


공무원이야 경찰이야? 그래서 뭐하는 직업인데? 


 드라마에서 조진갑(김동욱 분)은 마치 경찰이 행동하는 것처럼 압수수색을 하거나 사건에 대해서 조사하는 등 경찰 같은 모습도 보여준다. ‘일반 9급 공무원 시험을 봤는데 경찰이 할만할 일은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작가의 센스를 엿볼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도 어느 정도 설명이 나오지만 근로감독관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다. 특별사법경찰관리이며 쉽게 말하자면 ‘반은 공무원, 반은 경찰’의 권한을 가지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마 ‘특별근로감독관’이라는 명칭도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리’에서 가져왔을 것이다. 물론 근로감독관은 일반 경찰과는 다르게 권한은 제한적이지만 조진갑(김동욱 분)만이 가지고 있는 ‘정의감’을 통해 노동자들의 최전선에서 그들을 위해 싸워 줄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처럼 ‘공무원’의 모습으로 현실의 답답함을, ‘경찰’로서 ‘갑’들을 혼내주는 통쾌함을 보여주며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통쾌함과 긴장감을 안겨준다.     



우리들의 작은 영웅 ‘조장풍’


 조진갑은 전직 체대 출신 유도선수이며 과거에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남다른 ‘정의감’을 가졌고, 교사의 신분으로 학교폭력 피해자 제자를 도우다 오히려 폭력 가해자를 때리며 폭력교사라는 낙인을 찍힌 경험이 있다. 그렇게 차가운 사회와 현실을 배운 이후 현재는 공무원이 되어 근로감독관 일을 하고 있다. 예전의 본인의 ‘정의감’ 때문에 생긴 그 사건 이후 그는 부당한 사회를 외면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정해진 일만 하는 ‘철밥통’ 공무원이 되었다. 심지어 고용노동부에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뺑뺑이로 임명받았다.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그는 몇 년 동안은 정의감보다는 차가운 현실에 자신을 맞추어가며 ‘임금을 받지 못한 여학생에게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고 설명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었지만 항상 자기모순에 시달려왔다. 뭐가 잘못된 것인지 뭐가 옳은 일인지 알고 있지만 외면하던 그는 지금 폭발하려고 한다. 공무원 조장풍의 철밥통 안의 분노가 쌓여 고온압력밥솥이 되고 그 안의 ‘정의감’이 폭발하여 갑들과 싸우는 모습은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통한 희열감을 주었다. 또한 흥신소 사장이자 그의 제자였던 천덕구(김경남 역)라는 조력자의 등장 등을 통해 조장풍은 우리에게 전형적인 영웅 서사로 다가온다. 조장풍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영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을 은유하며 앞으로 그가 정의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기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재미와 의미를 담은 ‘좋은’ 드라마


  먼저 최근 본 드라마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요즘 우리는 TV 드라마를 시청할 때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시청하곤 한다. 예전처럼 온가족이 모여 TV를 보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하거나, 밥을 먹으며 대충 드라마를 시청한다. 나또한 그래왔다. 그러나 이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만은 달랐다. 어떤 사건이 진행되어 가는지,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흡입력이 뛰어난 드라마인 것 같았다. 그들의 갑-을이라는 일차원적 투쟁관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플롯으로 다가와서 드라마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심심할 수도 있었던 ‘공무원’이라는 소재는 근로감독관이라는 특수한 지위와 ‘김동욱의 액션’으로 채워서 뼈와 살 모두 탄탄한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단순 재미뿐만 아니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지배하는 사람들은 갑들이며 따라서 그들은 자꾸만 그들의 목소리로 갑질을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그들의 큰 목소리 안에서 평범한 우리들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묻히기 마련이다. 나아가 우리로 하여금 갑질을 당해도 침묵으로 일관하여 소극적인 대응을 하게 만든다. 그러나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이런 우리의 작은 목소리들을 TV라는 큰 광장으로 끌어내서 우리 모두에게 담론을 만들어준다. 우리에게 혼자서만은 알 수 없었던 아픔을 나누게 해주며 갑질의 실체를 수면위로 끌어내서 고민해볼만한 질문들을 우리 사회에 던져 준다. 




사진출처 : imbc 홈페이지

http://www.imbc.com/broad/tv/drama/speciallaborinsp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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